내게는 4살 터울의 누나가 있다. 게임 회사의 VFX아티스트로 일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직을 위해 블리자드에 면접을 보고선 합격했다. 해외 회사들은 면접이 굉장히 긴 편인데 다행히 HF팀은 누나가 마음에 들었는지 마지막을 제외하곤 빠르게 면접 일정이 소화되었다. 다만 지금에야 이렇게 말하지, 1월 말에 누나는 내게 본인이 지원한 회사에 대해서 메시지를 보냈었다. “내 채용 담당 매니저 짤렸네. 왠지 이메일에 대답이 계속 없더라니.” 블리자드가 대량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미국은 정리해고가 결정되면 그 날 바로 짐을 싸고 나가야 할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른 곳이어서, 담당자가 최종 결과에 대한 메일을 보내기도 전에 인수인계도 없이 회사를 나간게 원인이었다. 누나가 1월에만 들은 대규모 정리해고 소식만도 트위치, 디스코드, 라이엇게임즈, 유니티, 블리자드 등이라 했다. 나는 뉴스를 키고, 빅테크 회사들의 정리해고 뉴스를 찾아봤다. 10% 이상의 정리해고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였다. 1만여명의 회사라고 한다면, 적어도 1000명 이상을 해고하는 형국이었다.

현재 빅테크 해외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코로나 이후로 바뀐 시대의 사회문화적 양상에서 장기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업들의 규모가 축소되고 관련 기업들의 긴축재정이 시작될 경우. 둘, 역으로 코로나때 호황기를 누리던 기업들이 이제 수익성이 낮거나 보장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종결하는 경우. 마지막으로는 AI.

누나는 해외 게임업계에서 5년 이상 일한 입장으로서 두 번째를 말했다만, 최근의 언론들은 대량해고의 사유로 AI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상 이번 대량해고의 원인보다는, 세 가지를 모두 섞어야 대충 앞으로의 미래가 그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은 언텍트 시대가 개막함으로서 커다란 지각변동을 받았고, 아마 추후에는 AI가 더 발달해서 해고한 사람을  다시 채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예정된 비극이 올 것 같았다.

1)AI, 예술업계를 죽여라

작년, 미국서 열린 미술대회에서 게임 기획자가 AI로 제작한 작품이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1위로 오른 사실은 AI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에 맞게 생성해주는 미드저니에서 작품을 ‘생성’했다. 그로 인한 수상으로 인해서 과연 개인의 노력이 들어갔는가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뉴스가 보였을 때부터, 수상을 반대하는 이들의 ‘사람의 붓질도 들어가지 않은’이란 말이 나는 윤리적인 입장에서의 포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주류를 이루던 미술쪽은 간헐적으로 열리는 전시회에서만 생명을 유지하고, 영화관의 CG와 MMORPG의 그래픽이 반 세기도 지나지 않아 모든 시장을 뒤엎어놓은 이 상황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이라도 붙잡고 있어야 본인들의 일자리가 상실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함이 엄습한 게 아니었을까.

얼마 전부터 네이버에 연재되던 웹툰들 중 AI로 그린 그림이라 판단되어 심한 비난을 받았던 작품들이 있다. 물론 웹툰 작가들이 어느 정도의 구도를 잡고 AI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것이었지만, ‘잠을 설쳐가며 만화를 그린 다른 작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말이 커졌다.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AI로 생산해내는 웹툰들은 어색한 부분이 다소 남아있다. 가구의 비율이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제각각이라던지, 인물의 손가락이 여섯 개라던지, 붙어있던지. 혹은 배경과 캐릭터가 완전히 따로 놀고있다던지. 다만 나는 그 논란이라는게 AI의 웹툰시장 진입에 대한 일종의 과도기여서 잡음이 들리는 것뿐이지, 오래 못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비율이나 손가락에 문제가 없어지고, 배경과 캐릭터가 따로 놀지 않으며, 구도까지 완벽하게 잡기 시작한다면 결국은 지적할 게 없다는 소리 아닐까. 우리는 웹툰을 보지 그 작가의 사생활을 침해하면서까지 작업하는 모습을 일일이 보려는 의도는 없으니까.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문란한 사생활과 잦은 결혼, 이혼. 그리고 마초적인 성격으로 굉장히 폭력적인 삶을 살았음에도 작품 만큼은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작품에 대한 완성도만 받쳐진다면, 남는 것은 박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AI가 어디 문란한 사생활이나 범죄 이력이라도 있겠는가.

2) AI, 플랫폼을 장악해라

AI를 활용하려면 마치 얼리어답터처럼 몇 개의 컴퓨터와 막 이리저리 전선으로 연결되어있는 엄청난 양의 연산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상 AI를 어떤 부분에서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조금 성능이 좋은 가정집 컴퓨터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작년에 필자는 웹소설 등에 쓸 수 있는 일러스트를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AI로 생성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시도해본 적이 있으며, 아니나 다를까 프로그렘 세팅이 마무리되자 내 손으로는 절대 그리지 못할 일러스트를 약 10초만에 뽑아낸 적이 있다.

AI 생성 일러스트@신명관
AI 생성 일러스트@신명관

다른 곳에선 AI로 생성한 가상모델도 나왔다. 실사화 버전으로 출력된 이미지여서 실존하는 인물의 사진으로 생각할 법하며 손가락 같은 부분도 거의 문제없이 출력되는 쪽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촬영을 할 장소도, 사진을 찍을 사람도 필요 없고, 옷이나 악세사리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 그래픽카드가 능력만 받쳐준다면 실사화 이미지를 뽑아내는데 있어서 돈과 시간이 모두 아껴진다.

애니메이션풍 일러스트부터 실사화 이미지까지 생성할 수 있게 되자 AI 이미지들은 SNS부터 시작해서 웹 소설, 웹 화보, 팜플렛이나 기업의 제품 카탈로그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3D 모형으로 구도와 포즈를 잡고 그 뒤 이미지를 생성해내기 시작하더니, 연달아 이미지를 이어붙여서 영상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최근 ‘runway gen2’나 구글의 ‘video poet’는 말 그대로 영상 AI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추측이다만, 2년 내로 사람과 다름없어보이는 AI 모델이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영상의 유튜브 쇼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AI를 생각해보자. 챗GPT의 베타버전 출시일은 2022년 11월이다.

3)사장된 번역업계와 무너지는 개발자들

2016년, 네이버에서 AI 번역기로 파파고가 등장했다. “언어 장벽 없이 대화하는 세상을 꿈꿉니다.”라는 말과 함께 출시되었는데, 나는 번역업계의 본격적인 사장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역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짧은 대화문이면 몰라도 문학이나 문헌들을 통번역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번역가의 지식이란 거진 원어민과 맞먹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문장 내에 존재하는 미묘한 뉘앙스를 우리말로 재현하기가 어려워지며, 작품 전체의 내용이나 배경, 의미 등의 방향성이 틀어져 원작가와는 전혀 맞지 않는 뜻풀이가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미세한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는 것은 아직 인간의 몫인지라, AI 번역기가 자리를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다만 현재 2024년 기준 챗GPT-4는 문맥을 알려준 뒤 번역 시도가 가능하고, 번역 후에 왜 그렇게 번역했는지에 대해서까지 질문이 가능하다. 혹은 노래 가사임을 사전에 알려주고 가사에 대한 번역을 맡긴다거나, 몇 가지 중요키워드를 입력해놓고서 한국어로 쓴 자기소개서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 등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시간문제인 이 AI 인력 대체현상의 시발점이, 그저 현재 빅테크 기업에서부터 벌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AI Make Real의 tldraw라는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코딩도 아닌 프로그램 내에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에 맞는 코딩을 해 결과물을 도출한다. 피아노 건반을 그리고 난 뒤 몇 가지 조건을 입력하면, 각 이미지가 클릭했을 때 음이 나올 수 있도록 코딩되고, 도형을 그린 뒤 크기와 회전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그려놓으면 그에 맞는 코딩을 짜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2년차 개발자들은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고, 적어도 기업 내의 거대한 업무 흐름도와 니즈를 파악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다년차 개발자가 아닌 이상, 새로운 개발자 인력에 대한 대기업의 흥미도 자체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닐까. 전지구에 EMP 폭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지 않는 한, AI는 인간처럼 죽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으며, 끝없이 업데이트 될 테니까.

4)AI, 당신은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가

2018년도에 나왔던 AI의 발전과 관련된 자료들 중 한 가지를 기억한다. “판사 등의 직군은 인간의 문제를 기계가 중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인하여 당분간은 대체되기 힘들 겁니다.” 1월 29일 법원이 폭력조직 ‘수노아파’와 관련 기소된 MZ세대 행동대원들에게 집행 유예나 선고유예등을 내리자,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이 “그냥 판사도 AI로 바꾸는게 맞음”이었다. 피의자의 외모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심리학 관련 논문은 나온지 오래 되었다. 현재 뉴스와 신문에서 나오는 판결에 따라 환호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판사는 대중의 니즈가 아닌 해당 법령을 토대로 사건을 살펴보고 판단하여 객관적인 판결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지만, 그 ‘객관적’에 대해서 다수가 객관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그것은 객관적이 될 수 있을까.

뉴욕에선 100만권 분량의 법률 테이터를 분석하여 승소 확률까지 계산할 수 있는 AI ‘로스’가 미국 로펌에 입사했다. 이 인공지능 변호사의 등장시기는 2016년 4월이다. 2023년에는 국내 법무법인이 개발한 AI가 사건의 유형에 따른 법 조항과 판례를 찾아서 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으나, 국내의 변호사들이 집어넣기만 하면 뚝딱 하고 나오는 판례들과 유사 사례들을 두고 쉬이 포기할 리가 없다. 변호사의 사전적 정의는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나와있다. 다시 말해서 피고나 원고가 법률에 맞는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니, 이 또한 어떻게 보면 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5) 발전의 락, 가능할까

“슈퍼 휴먼이 나타난다면, 기존의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블랙홀 열역학의 시조라고 불리는 스티븐 호킹이 유고집에서 남긴 말이다. ‘슈퍼 휴먼’이란 워딩만 본다면 생명과학계에서 통용될 법한 느낌이 강하다. 인간의 노화를 결정한다는 DNA 텔로미어와, 암세포만 없앤다는 세브란스 병원의 12층짜리 중입자 치료기기. 알츠하이머의 치료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현재까지도 불치병이라고 불린 것들에 대한 것들도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 세대를 100세시대라고 칭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수명이 100세가 되는 시대가 나올 것만 같은 이 시대를 두고 ‘슈퍼 휴먼’이라고 하는게 어색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호킹은 다른 말 또한 남겼다. “지금까지 개발된 초보적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매우 유용하다는 걸 이미 입증했지만, 인간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신인류는 사실상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다른 무언가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우충완 교수는, 'AI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거기에 대한 규제를 하려는 시도들이 있으나 규제를 하려는 속도가 기계의 발전속도를 못따라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테슬라의 일론머스크,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스테빌리티 AI CEO 에마드 모스타크 등을 포함한 1200여명의 AI 권위자들도 그 문제를 느꼈는지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AI 개발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공개 서한에 서명을 했다. 휴머노이드 아메카에게 인류 최악의 시나리오를 묻자 ‘로봇이 너무 강력해져서 인간들도 모르게 인간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상황’을 말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개발 제한 락이 걸릴 순 없다고 보는 쪽이다. 일론 머스크는 AI 개발 중단을 촉구했으나 컴퓨터 칩을 인간의 뇌에 이식했고, 챗GPT를 만든 샘 올트먼은 개발 중단에 서명하지도 않았으니까. 환경도, 사회도, 경제도 주황불이 켜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미 사람들의 이기심이 그 경고를 어떻게 무시하고 있는지도 보여지고 있는 작태에서, 보다 편한 AI가 나올 수 있음에 대해서 국가가, 민중이 AI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구동성의 합의를 만들 수 있을까. 부디 임계치가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눈치채지 못하는 비극만 벌어지질 않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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