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집단 중독사고서 안전관리 서류로만 남아 안전불감증 여전
작년 영업이익 '반토막' 실적부진에 노동이슈로 노조와 갈등 지속
경영암초 제거에 실패할 때 연말에는 중도 퇴진론에 휘말릴 수도

[논객닷컴= 박홍준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안전사고 다발업체의 오명이 붙어있는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또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서 사장은 안전관리를 서류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 사장은 침체된 철강업황에서 지지부진한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임금협상이나 소송 등 노조 리스크를 극복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따르고 있다. 서 사장은 이처럼  줄 잇는 경영악재 출현에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데 따라 리더십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그동안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거액을 투자하여 철통같은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서류로만 남아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집단중독사고로  비판여론에 휘말린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
가스집단중독사고로 비판여론에 휘말린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

서 사장체제아래서도 안전경영은 뒷전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지난 6일 오전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폐기물 처리 수조에서 청소 중이던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7명이 의식장애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중 1명이 숨지는 산재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현대제철은 이미 지난해 12월 충남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는 와중에 이번 사고가 터져 그동안 현대제철의 안전대책은 우선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임시 땜질처방에 그쳤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특히 현대제철 인천 공장의 집단 독성가사 사고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에게 일반 방진마스크 정도만 지급된 데다 가스 농도 측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것은 회사의 안전 관리가 서류로만 존재했을 뿐 실제론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지난 8일 고용노동부 산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현대제철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며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현대제철의 집단중독 사망재해의 근본 원인은 현대제철의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붕괴와 유해위험의 외주화, 관리감독청의 솜방망이 처벌과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노동부는 경영 책임자를 구속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제철에서는 이 말고도 그동안 중대재해가 부단히 발생해 안전불감증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3월 당진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금속을 녹이는 대형 용기에 추락해 숨진 사고로 현대제철은 대기업 중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같은 해 예산공장에서도 2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2022년 3월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 사고만 4건에 달한다.

서 사장은 이렇게 중대재해 사고가 잦고 보며 할말이 없을 듯하다. 그는 지난달 3일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장에서의 안전은 물론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행동 하나하나가 안전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되새기며 진정한 의미의 안전 문화를 체화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  사망사고가 발생해 당부의 말이 무색해진다.  

지난  6일 폐기물 수조를 청소하던 노동자 7명이 쓰러져 1명이 숨진 인천 현대제철 공장. (사진=인천소방본부 · 연합뉴스)
지난 6일 폐기물 수조를 청소하던 노동자 7명이 쓰러져 1명이 숨진 인천 현대제철 공장. (사진=인천소방본부 · 연합뉴스)

작년 12월 21일 취임한 서 사장은 안전경영에서 무능을 드러낸 것 말고도 임기초부터 초라한 실적에 더해 노동이슈에서도 원만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노조와 장기간 갈등을 지속하면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년보다 5.2% 감소한 25조914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6165억원에서 8073억원으로 50.1% 줄어 반토막 났다. 지난해 건설업황 둔화에 따른 봉형강 제품 판매량 감소 및 제품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사장은 종업원들을 하나로 묶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도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임금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조와 장기간 갈등을 빚는 바람에서 노동자들이 사기기 많이 떨어졌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현대제철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누락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도 현대제철이 노무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않는 결과다. 소송에서 패소한 현대제철은 근로자 2800여명에게 443억여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됐다.

임금협상의 경우 지난해부터 해를 넘어 현재까지 장기간 진행 중이나 아직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1월12일 인천, 당진, 순천, 포항 등 사업장별로 16차 교섭을 진행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에 교섭을 재개했다.

하지만 의견차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노조는 현대제철이 호실적을 기록한 2022년을 기준으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2022년에 호실적을 달성한 것은 맞지만 악화된 철강 시황과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이 예정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 사장은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경영방침을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정했으나 경영환경 악화 속에 리더십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어 과연 현 경영난을 과연 타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부진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 퇴진론을 맞게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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