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닷컴=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여야는 다가오는 4․10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그야말로 건곤일척(乾坤一擲, 천하의 흥망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단판 승부)의 대접전을 벼르고 있다.

출마자들은 저마다 뛰어난 전략과 지역 발전책, 엄청난 열정을 바탕으로 골목 골목을 누비고 있지만, 출마자 본인 혹은 운동원들의 자그마한 실수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제14대 김영삼 대통령(YS, 1928~2015)은 “선거에서 이기는 경우의 70~80%는 상대방의 실수 덕분이다”라고 선거 운동의 핵심을 일찍이 짚은바 있다.

후보자들은 이를 잘 알면서도 매번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말 실수, 중상모략, 비방, 상대방 매수, ‘지라시’를 통한 의혹 제기 등 어처구니없고 어리석은 방법으로 당선 일보직전에서 패하거나 당선되더라도 선거법 위반에 걸려 재임 중 도중하차하기도 한다.

YS의 뒤를 이은 15대 김대중 대통령(DJ, 1924~2009)은 “선거에서는 고개 쳐들면 진다”고 출마자들의 겸손을 부추겼다. 노인 폄하 발언이 교만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왕 선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엄청난 열세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뒤집기로 국회의원 뱃지를 단데 이어 청와대까지 입성한 사례를 들어보자. 이건 16대 노무현 대통령(1946~2009)의 케이스다.

1988년 4월,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는 부산에서 존경받던 송기인 신부(1938~)에게 연락해 ‘인재 영입’을 부탁했다. 이에 송신부는 부산의 인권변호사이던 노무현씨(노변)를 천거했는데, YS는 노변이 촉망받는 정치 신인인만큼 당선이 99% 확실한 부산 남구의 전략공천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말을 들은 송 신부는 노변을 불러 “부산 남구 공천...”운운을 했는데 노변은 묵묵히 이말을 듣고 가더니 다음날 다시 송 신부를 찾아 갔다. “신부님, 저는 말뚝만 꽂으면 되는 그런 시시한 데는 안 갈랍니다. 부산 중구 공천권을 달라 하이소”

그러자, 송 신부는 깜짝 놀랐다. 부산 중구에는 전두환 정권을 만들어낸 그 유명한 ‘3허씨’중 한사람인 허삼수씨(1936~)가 이미 민정당 공천을 받아 열심히 표밭을 갈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노변, 허삼수씨에게 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요. 다시 생각해보세요.” “아닙니다. 신부님. 저는 박터지는 싸움아니면 안할랍니더” 이렇게 해서 노변은 중구에서 허삼수씨와 맞붙게 되었는데, 결과는 노변의 대역전승이었다. 선거 초반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양상이었지만 막판에 갈수록 노변의 지지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왜?

노변은 시장 바닥과 공중 목욕탕을 누비며 서민들에게 온갖 정성으로 이름을 알려 지지층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반면, 허삼수씨는 자신의 명성만 믿고 지역구를 대충대충 훑다가 표심 얻기에 실패한 것이다(이상은 송 신부에게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

‘노무현vs허삼수’의 싸움은 선거판의 전설로 내려와 지금도 도회지든 시골이든 출마자들은 선거일 직전까지 단 1초의 쉼도 없이 표밭을 갈고 있다. 물론 선거판뿐 아니라, 스포츠 경쟁에서도 이들 싸움은 큰 교훈이 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앞서 DJ가 말한 “선거에서는 고개 쳐들면 진다”는 팁을 골프에 접목시켜 보자. 고개 쳐든다는 것은 바로 ‘헤드업’을 말한다. 골프 입문할 때 “어깨 힘 빼는데 3년, 고개 들기 고치는데 3년”이라는 소리를 흔히 들었을 것이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경기@자료사진 연합뉴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경기@자료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실제로는 둘다 고치는데 3년이 드는게 아니라 평생이 걸리기도 한다. 왜냐 하면 초보자때 헤드업 방지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영원히 헤드업을 달고 살게 되는 탓이다.

물론 헤드업이 골프를 망치는 ‘주적(主敵)’은 아니다. 어느 정도 고개를 쳐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LPGA 사상 최다 72승에 빛나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54)은 대표적인 ‘헤드업 선수’다. 물론 그는 심하게 고개를 드는게 아니고 살짝 드는 것이지만, 헤드업을 저지른다고 공의 방향이 엉망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잘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헤드업으로 고생하며 스코어를 번번이 망치고 있다. 이를 쉽게 고치는 방법이 없을까?

첫째 방법은, 백스윙 때 춘향이가 옥(獄)에서 목에 칼 찬 것을 연상하면 다운 스윙 때 쓸데없는 목 돌리기를 방지할수 있다.

두 번째는 웬만큼 알려졌지만 우스개가 담긴 방법이다. 골프화에 매직펜으로 크게 ‘MDK’라고 써놓는다. 어드레스 때마다 이 구호를 보게 되면 헤드업을 조심하게 된다. 그런데 ‘MDK’는 어떤 약자일까? 바로 ‘머리들면 개XX’이다^^(실제로 이렇게 골프화에 구호를 새긴 이는 골프 경력 32년에 딱 한번 본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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