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확정 손실 5000억 넘어…H지수 반등 못하면 올해 7조 가량 손실
금감원 16일부터 2차 검사…은행-투자자, 불완전판매 책임 공방 격화될 듯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손실이 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이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거진 불완전판매 논란이 곧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상품을 판매한  5개시중은행과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에서 비롯된 원금손실 보상 문제를 놓고 치열한 분쟁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4개 은행에서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5184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우리은행은 오는 3월까지 만기 도래분이 없어 아직 고객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손실액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자 오는 16일 홍콩H지수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조사를 벌여 불완전판매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감원과 홍콩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에는 불완전판매로 원금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를 책임지라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감원의 2차 검사 후 시중은행들의 홍콩H지수 ELS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 투자자들이 최근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 연계 ELS 투자자들이 최근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보통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홍콩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70%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이들 대형 은행의 홍콩H지수 ELS에서 지난 7일까지 3년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9649억원어치이고 그중 총 4465억원만 상환되고 나머지 5184억원은 손실로 처리됐다. 여기서 5221억원(53.6%)의 손실이 발생해 고객에게 상환된 돈은 4512억원에 그쳤다.

특히 홍콩H지수가 5000 아래로 떨어졌던 지난달 하순 만기가 된 상품은 손실률이 최대 58.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H지수가 2021년 2월 중순 11000~12000선을 오르내리다가 하락한 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투자자의 손실률은 5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콩H지수는 5300 수준인데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의 바닥수준을 유지할 경우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에만 전체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인데 홍콩 H지수가 현재처럼 바닥을 기어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상태가 지속될 경우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몇 해 전  DLF(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나 각종펀드상품 판매에서 제기됐던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책임공방과 분쟁이 이번 홍콩 ELS에서 재연될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에 제기된 민원만 3000여 건이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오는 16일부터 2차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실태를 밝혀낼 경우 은행의 파생상품 불완전판매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금감원은 앞선 1차 현장 검사에서 금감원은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 보험금에 대해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부터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11개 금융회사에 대해 2차 현장검사를 시행한다. 금감원은 1·2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배상 기준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배상안을 마련하면 각 금융사가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자율배상안을 마련해 소비자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투자자에 대해선 은행이 손해배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게 적당한지도 검토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의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2019년 11월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려 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요청에 ELS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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