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2분산책]

초등학생들이 카페에 출입하는 것은 이제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초등학교가 있는 동네 카페에서는 어린이들끼리 어울려 테이블을 차지하고는 빵이나 음료수를 주문하여 먹으며 노는 모습을 왕왕 보게 됩니다. 사실 옛날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카페는 초등학생이 출입하기엔 사치스럽고 건전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부유해진 사회환경이나 1자녀 가정이 보편화하는 추세에서 보면, 초등학생의 카페 비용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엄마들이 많을 것입니다. 더구나 자기가 먹을 몫을 자기가 돈을 내는 더치페이 방식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익숙해져서 부담이 덜할 것입니다.

사진 논객닷컴 DB
사진 논객닷컴 DB

작년에 교육대학을 졸업한 초등학교 교사가 들려준 제주시 어느 초등학생들의 카페 출입 행태는 아주 특이했습니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얘기여서 충격이지 전국 곳곳에서 이런 현상은 보편화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초짜 교사는 방과 후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데 그곳에서 초등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고 합니다.

그는 카페에서 그룹을 지어 노는 초등학생들에게서 이상한 행동을 발견했습니다. 초등생 네 명 중 셋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한 아이는 먹는 데 끼지 않고 스마트폰을 갖고 혼자 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먹는 아이들이나 먹지 않고 있는 아이나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광경이 어쩌다 한 번뿐인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초짜 교사는 카페를 찾아오는 초등학생 그룹 중에는 가끔 이렇게 따로 노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같이 왔는데 왜 나눠 먹지 않고 친구를 외톨이로 만드느냐?”고 말입니다.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는 겁니다. 돈이 없거나 먹고 싶은 마음이 없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먹는 동안 혼자 떨어져 논다는 것이었습니다. 초짜 교사는 대학생활 때 익숙했던 더치페이 방식과 다른 것을 보고는 놀랐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은 카페에서 더치페이를 하면서도 현금이나 카드를 갖지 않은 친구가 있을 때 대신 주문해주고 나중에 돈을 받는 식으로 했는데, 요즘 초등학생들의 더치페이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듯하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들은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면서도 돈 거래관계를 아주 단순히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돈 쓰는 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소비를 하면 돈거래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때 초등학생들이 취하는 행동은 철저하게 더치페이를 하든가, 돈이 없는 사람의 경우 남이 먹는 동안 자기 할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겁니다. 초등학생들이 출입하는 카페에서는 가끔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카페 종업원들도 이를 흠잡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들 초등학생 얘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실감하게 됩니다. 2010년 이후 출생자들을 일컬어 ‘알파세대’라고 합니다. 알파(Alpha)는 로마문자의 첫 자 A를 뜻하는 희랍문자입니다.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를 넘어 새로 달려오는 세대입니다. Z세대가 인터넷 문화 속에 태어난 세대라면 알파세대는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시작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친구나 식구들보다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사람과 직접 말을 걸고 소통하기보다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와 더 교감하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합니다. 그들이 한창 공부하고 일할 나이엔 AI(인공지능)능력이 현재의 챗GPT나 챗봇을 뛰어 고도화할 텐데, 이런 단계에 이를 때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세대 내의 인간관계와 소통은 아마 초등학생들이 카페에서 놀 듯이 편리하게 잘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세대 간의 관계와 소통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재미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칼럼은 논객닷컴과 자유칼럼 그룹간의 전재 협약에 따라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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