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그룹 국내서 번돈 해외부동산 782건 투자로 1조 이상 손실
한 건물에 두 그룹 투자했다 평가 액 '0원'도 …'주먹구구식' 투자 결과
금융그룹 방만경영 극치 …금융당국, 실태점검 후 강력히 책임물어야

5대 금융그룹 국내서 이자로 번 돈을 해외부동산 투자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날렸다. 이 때문에 이들 은행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득달같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도 예금금리는 한참 시간이 흐른 다음에 찔끔 올려 높은 예대마진으로 해마다 역대급 이익으로 손실을 보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은행권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은 해외 부동산 투자로 1조원 대가 넘은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상황에서 이자수입 등으로 최대이익을 거두면서도 해외부동산경기침체로 정작 해외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 손실은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고객들에게 전가됐다.

양 의원실 자료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자체투자 원금만 20조3868억원에 달했다. ​그룹별로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으며 이어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그룹은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4천446억원의 원금을 투입했다. 현재 이 자산들의 평가 가치는 총 9조3천444억원으로, 애초 투입한 원금보다 1조1천2억원이 줄어든 상태다.

전체 평가 수익률은 -10.53%로 집계됐다.그룹별 투자 금액은 KB금융이 2조8천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이 2조7천797억원(133건), 하나금융이 2조6천161억원(157건), 농협금융이 1조8천144억원(55건), 우리금융이 4천305억원(41건) 등의 순이었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를 보면, 하나금융(-12.22%), KB금융(-11.07%), 농협금융(-10.73%) 등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로 나타났다.

일 금융그룹이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뉴욕 맨해튼 중심가. (사진=연합뉴스)
일 금융그룹이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뉴욕 맨해튼 중심가. (사진=연합뉴스)

일부 실패사례를 보면 금융그룹의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는 자못 심각하다. KB증권은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은 10억7500만원에 불과합니다. 평가 수익률이 -94.02%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전역 30개 호텔로 구성된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은 16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두 금융그룹이 같은 건물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거의 전부를 잃은 사례도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20타임스퀘어 건물인데, 하나손해보험은 114억2242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 처리한 상태고, 농협생명보험은 571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 금액은 0원입니다.

두 회사 모두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98호'이라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집어넣었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8년 6월 인도 주요 도시의 부동산 4곳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에 15억2천400만원을 투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현재 평가 금액이 1천202만원으로, 평가 수익률은 -99.21%다. 16년 동안 받은 누적 배당금이 34만원이었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상당수가 2020년 이후 진행됐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역사적인 저금리 국면에서 금융그룹들이 과감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부동산투자 손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5대 금융그룹의 관련 자산 건전성도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참담한  결과는  이들 금융회사들이 그야말로 엉터리로 해외부동산투자에 나섰음을  말해준다.  특히, 이들 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2020년 이후 실행됐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별 어려움이 번 이자 수익을 해외에 날린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투자원금의 대부분을 날린 경영진을 문책하지 않으면 이런 방만한 투자결정이 지속될 수 있다면 대표를 비롯한 관련 임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5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총 49조1994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거둬들였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부동산 투자 실패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강력한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이런 주먹구구식 해외투자실패는 거듭될 수 잇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철저한 점검과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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