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시중은행 손실 발생 5천 221억 원 …상반기에 피해액 5조 전망
시민단체, 금융시스템 총체적 부실 들어 감사원에 감사청구서 제출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홍콩ELS(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사태가 갈수록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금융당국이 홍콩ELS 판매에 대한 감독 의무를 방기해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ELS 사태 피해자들과 함께 금융당국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19일 공익감사를 청구한 시민사회단체와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ELS사태로 피해자들의 손실은 급증하고 있으며 판매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소재와 보상 문제 등을 놓고 갈등과 대립은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홍콩 ELS 총 판매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9조 3천억 원이고 이 중 올해 약 80%에 해당하는 15조 4천억 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상반기에만 10조 원의 만기가 집중돼 총 5조 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손실은 이미 대규모로 발생한 상태다. 지난 2월 12일까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기준 5천 221억 원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확정 손실률은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평균 53%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몇 년간 고위험 금융상품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지속되면서 현 금융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고, 금융당국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위법행위 정황들도 속출하고 있다. 판매과정에서 고객들이 무분별하게 상품을 접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시 말해 판매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금융상품 구조의 복잡성, 상품 위험성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나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 1월 발표한 현장검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했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판매실적이 핵심성과지표에 가산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을 위해 판매한도를 오히려 증액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경영실태 평가에서 ‘KPI(핵심 성과지표)의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아 사실상 감독 의무를 방기했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특히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홍콩 ELS사태에서는 대규모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신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시민사회단체는 지적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DLF 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사모펀드와 신탁 판매도 포함) 판매를 제한했으나 은행권의 반발과 건의로 ▲ELS상품에 대하여 5개 대표지수로 한정하고,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하여 강화된 투자자 보호조치를 철저히 준수하는 등의 조건으로 고위험 ELS 상품 판매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러다보니 안정성을 추구하는 예금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일반고객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밝혔다. 더욱이 은행 내 비예금상품위원회가 상품 판매 여부를 전적으로 심의하도록 방치한 것도 문제가 있으며 실제로 2021년 초 홍콩 증시 위기상황에서, 은행들이 자체 내규에 반해 고위험 ELS 판매 한도를 오히려 증액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 정례화,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상시 감시 및 현장점검 강화 등을 밝혔으나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리스크 점검 정례회의는 단 3번(2022년 11월, 2023년 8월과 9월) 열리는데 그치고 금감원이 고위험상품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일명 ‘암행점검’)을 실시한 건수는 최근 5년간 한 차례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금융당국이 홍콩 ELS 판매 허용과 감독업무에 대한 직무유기를 한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책임을 묻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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