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시방서에 중국산 사용하지 말라 명시…참여 건설사, 저렴한 값 이유로 수입 추진
밸브 · 볼트너트 등 국내 중소업체, 국내산업 육성과 보호위해 국내산 제품 사용을 촉구

[논객닷컴= 김동영 기자] 에스오일이 발주한  ‘샤힌프로젝트’의 EPC주관사인 현대건설을 비롯한 이 대규모 석유화학플란트에 참여한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이엔씨)들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중국산을 사용하지 말라는 시방서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볼트너트, 파이프, 밸브 등에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내 볼트너트, 파이프, 밸브 생산 중소기업들은  이들 건설업체가 품질수준은 고려치 않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 국산제품 사용을 외면하고 있는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생산환경에 처한  뿌리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야 하는데도 조그만 이익 때문에 상생을 외면하면서 국내 뿌리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란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공학, 조달, 건설의 각 단계를 통합적으로 다루어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청사 에쓰오일은 지난해 이들 건설사에 원료사용 제한 등과 관련한 요구를 한데 따라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건설사들은 이를 정리한 시방서를 작성해 배포했다. 시방서는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기록한 서류로, 건설 과정의 지침서에 해당한다.

시방서 원료제한 조항에는 원료와 재료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원산지를 규정하고 있다. 시방서 21항 물품제한규칙에  시공업체는 중국, 인도, 헝가리, 루마니아산 원료와 재료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들 건설사들은 이를 따르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방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은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이 사용하려는 중국산 부품은 볼트, 너트, 파이프, 밸브 등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뿌리산업이 집중된 밸브에 대해서도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앞서 작년말에는 이들 건설사의 중국산 볼트너트 사용이 현실화하면서 뿌리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산 값이 국내산보다  저렴하기 때문인  지침을 어기고 중국산 사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뿌리산업계는 이들 건설사들의 국내산업발전을 도외시한 이기적 행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남의 모 밸브업체는 주강밸브는 금형, 주조, 단조, 열처리, 도금, 용접, 가공 등 관련산업과 연계돼 생산되는 만큼  밸브를  단순한 기능품으로  여겨 가격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 울주군 울산공장에서 진행된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장면. [사진=에쓰오일]
지난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 울주군 울산공장에서 진행된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장면. [사진=에쓰오일]

이 업체는 “품질보증을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는 비파괴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절차가 따르는데 이들 건설사는 비파괴검사 절차가 필요없는 중국에서 제품을 발주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뿌리산업계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전세계로 수출되는 국산 우수제품을 마다하고 오로지 가격만 고려하여 중국산 제품을  택할 경우, 국내의 전문 주강, 주물, 금형, 단조, 열처리, 가공, 도금, 용접 등 뿌리산업들이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샤힌프로젝트에 적용될 주강밸브용 주물소재는 중국 원료와 재료를 사용할 경우 에스오일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며  원청 에스오일은 뿌리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 가급적 국산제품을 사용토록 권유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라는 입장이다.

뿌리업체들은 싸구려 중국산 밸브를 사용할 경우 대형사고가 발생한 위험성도 없지 않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6월 중국 닝샤회족자치구의 한식당에서 LPG 폭발로 3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고는 LPG통의 밸브가 풀린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뿌리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밸브가 수입돼  국내 대형 프로젝트에 사용될 경우 대형참사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9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샤힌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이자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는 단군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어로 '매'를 뜻하는 샤힌(Shaheen)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9조2000억원 사업비를 투자해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오는 2026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스팀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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