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은 윤석열 이재명 후보 간은 물론이고 두 후보의 부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중첩돼 역대 최악의 혼탁한 선거였다. 과거 어느 대선에서도 후보의 부인이 고소 고발 대상이 됐던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졸장부'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월이면 그 선거가 끝난 지도 3년째 되는데 아직도 두 부인 사건은 종결되지 못했다.

두 당은 이 사건이 20대 대선에서 결정적 도움이 될 소재로 보고 상대를 향해 대대적인 공세의 재료로 써먹었다.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졸장부' 선거의 재탕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이 통과됐으나 이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이 통과됐으나 이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여기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 사건까지 얹혀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불법사용 사건은 경찰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 받은 검찰에 의해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다.  

혐의의 내용을 보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혐의가 커 보이고, 대부분 음식 값 지불과 관련된 김혜경 여사의 혐의가 작아 보인다. 그러나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본다면 김건희 여사의 혐의는 행위시점이 10년도 넘어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고, 더욱이 윤 후보와 결혼도 하기 전의 사건인데다, 주가조작인지, 일임매매인지, 범죄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지 등이 애매한 사건이다. 

그에 비하면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비위는 선거 기간을 전후해 발생했고, 부당 사용 내용물과 금액이 특정이 됐고, 고발자가 경기도청 공무원이라는 데서 현행범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백한 혐의였다.

김건희 여사 사건은 검찰이, 김혜경 여사 사건은 경찰이 각각 수사를 해왔으나, 국민의 이목이 두 대선 후보의 사건에 쏠려 있으므로 주목 받을 겨를이 없었다. 후보자 수사도 못하면서 후보자 부인 수사가 앞서갈 경우 수사가 거꾸로 간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 사건을 조사해 왔던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가 주가조작을 통해 22억 원 상당의 불법소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는 ‘의견서’를 남기고 이 사건을 윤석열 정부의 검찰에 넘겼다.

검찰이 사건처리를 공소장이 아니라 '의견서'로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수사를 마무리해서 기소여부를 가리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소리 없이 사건을 넘기는 게 맞다. 의견서로 사건을 중단한 것은 냄새만 피우고, 의혹은 의혹대로 남기려는 교묘한 면피수사라고 할만하다.

그 장본인인 당시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검사장은 수사를 진행시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당시 검찰이 윤석열 총장체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때 윤 검찰총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법무장관으로부터 직무정지까지 당한 상태였다. 윤 총장의 수족은 묶여 있었고 이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충실한 수족노릇을 하고 있었다.

수사를 못할 이유가 있었다면 김혜경 여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김건희 여사만 수사해서는 편파수사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그것이 대선에서 민주당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했다고 함이 더 타당하다.

그런 검찰의 비열한 수사의 장본인인 이성윤 검사는 ‘의견서 수사’가 공로라도 되는 양 4월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전북에서 민주당 공천을 신청하면서 “검찰조직을 팔아먹은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겠다”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 검찰의 태도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를 진행시켜 기소여부를 결정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성윤 검사장이 냄새만 피운 의혹의 근거 유무를 수사결과로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 검찰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기소하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해도 민주당은 수사 부실을 빌미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책임 범위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실책이다.

김혜경 여사에 대한 기소는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뭉개고 있는 상태였다면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 발의가 검찰의 김혜경 여사에 대한 기소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을 오는 29일 재의결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공천탈락자들이 나오면 재의결에서 가결될 수도 있고, 선거 때까지 끌고가서 손해날 게 없다고 보고 시간을 재고 있었으나, 공천과정에서 오히려 민주당을 탈당하는 의원들이 속출해 자칫하면 반대표가 더 불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생각을 바꾼 것 같다.

선거 전에 재의결해 가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의 다수가 시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결된다면 특검이 수사하고, 부결된다 해서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므로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사건을 종결짓도록 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본다. 김혜경 여사의 혐의도 신속한 재판을 통해 종결되어야 한다.

선거가 상대를 악마화해서 이득을 보려는 게임이라곤 하지만, 배우자를 선거판에 끌어들이는 후진적인 선거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공직에 나설 사람들이 배우자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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