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산소리]

대한민국 헌법에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하고, 국회의원은 청렴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그냥 적었을 뿐이고 실제 그렇게 행동하겠다는 뜻은 아닌가 봅니다.

국회가 할 일은 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법안 처리 통계를 보니 21대 국회에서 2024.02.21. 현재 25,711건이 접수돼 9,319건이 처리되고 16,392건이 계류돼 있습니다. 지금도 법안은 계속 접수됩니다. 국회가 할 일이 저만큼 많이 쌓였습니다.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대부분이 할 일을 버려두고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무지를 이탈하고 할 일을 하지 않아도 세금은 꼬박꼬박 나가겠지요?

미처리 법안 16,000여 건은 무슨 뜻일까요? 의원 10명 이상이 법안을 제출하면 소관 상임위 심사 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됩니다. 본회의에 가려고 줄 선, 국회의원이 심사해야 할 법안이 16,000여 건 쌓여 있습니다. 할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저 법안은 이번 21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5월 말이면 자동 폐기됩니다. 법안 하나에 들어간 자원을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 낭비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질 법안이 쌓여 있으면 서둘러야 할 텐데, 의원님들은 태평입니다.

국회 법사위@사진 연합뉴스
국회 법사위@사진 연합뉴스

◯ 회기 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 규정 없애라

법안마다 필요해서 제출된 것일 텐데, 회기가 끝났다는 이유로 폐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다음 국회가 시작되더라도 소관 상임위가 해당 법안을 계속 심사하면 될 일입니다. 처리해 달라고 제출한 법안은 회기를 넘겼다는 것으로 아예 없애버리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국회가 새로 시작될 때마다 같은 법안을 다시 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바뀐 사람이 심사하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바뀐 국회에서 계속 심사하도록 규정을 고칩시다.

◯ 자동 폐기될 것이 뻔한데, 지금 법안을 내는 것은?

의원님은 사무소를 떠나 선거 현장에 가 있어도 법안은 계속 제출됩니다. 통상 법안 처리기간과 의원 활동할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 제출되는 법안은 회기 안에 심사를 마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법안을 내는 심보는 뭡니까? 태어나자마자 죽을 법안을 계속 쏟아내는 이유는 뭡니까? 일정 시한 이후에는 법안을 제출하지 말도록 제한하는 게 좋겠습니다.

◯ 법사위는 타 상임위 법안을 먼저 심사하라

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에서 ‘체계와 자구’를 심사받아야 합니다(이 규정은 아주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조항입니다.). 법사위에 오기 전에 그 법안의 타당성이 인정되어 넘어왔으므로 법사위는 오직 ‘체계와 자구’만 따져봐야 하고, 그 기간은 오래 걸릴 이유도 없고, 오래 걸려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체계와 자구’ 심사조항을 엉뚱하게 적용하여 법사위가 타 상임위 상전 노릇을 합니다. 자기 입맛(주로 변호사 직역 관련)에 맞지 않는 법안은 2소위에 던집니다. 법사위 2소위는 법안의 무덤이라 불립니다. 2소위는 회의도 잘 열리지 않고, 열리더라도 의안에 포함되기도 어려워 2소위에 떨어진 법은 다시 살아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자동 폐기되는 운명을 맞습니다.

지금 ‘체계와 자구’심사 빌미로 2소위에 계류된 법안이 67건입니다.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2020.09.22.에 넘어가 무려 3년 반을 묵혀두었고, 변리사법 개정안은 2022.05.12.에 갔지만 아직 심사하지 않고 썩혀두고 있습니다. 이 무슨 횡포입니까?

◯ 법사위는 심사 시한을 지켜라.

법사위는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60일 안에 심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한을 거의 지키지 않아도 죄책감이 없나 봅니다. 법사위는 법에서 정한 시한을 지켜야 합니다.

이번 국회 회기가 끝나면 또 얼마나 법안 시체를 남길지 벌써 걱정됩니다. 법안마다 피땀 어린 돈이 들어갔습니다. 국회는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지나친 기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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