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증권사 , 눈덩이 PF 부실로 고전 …절반 정도가 순손실 기록
국내외 부동산에 물린 탓…SK· 다올증권, 수익성 · 재무안정성 저하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증권회사의 절반정도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순손실을 기록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부동산 투자에 실패하고 국내에선 부동산PF 대출에 물려 급속한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하면서 몇 해 전 역대 급 실적으로 축배를 들었던 호시절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동산 PF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회사들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거대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끝내 문을 닫는 증권사가 출현하는 사태가 우려된다. 증권사 중에서도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이 저하정도가 심하다는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동산PF 연체에 따른 부실급증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큰 폭의 순손실을 기록해 유동성위기를 맞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것은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거액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국내 건설사에 대한 부동산 PF대출 익스포저에 따른 충당금을 더욱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여의도에 몰려있는 증권회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여의도에 몰려있는 증권회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공개한 증권업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에만 국내외 부동산금융 자산 약 42.5조 원에서 4.7%의 손실(대출손실비용과 영업외비용 합산) 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년 동안에는 익스포저의 약 12.9%가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서 발생한 누적손실로 인식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국내 29개 증권사 중 대형사 5개, 중소형사 9개 등 14개사 분기 순손실을 면치 못했다. 대형사의 경우 해외부동산 투자 등 장기성 투자 자산에서 대규모 평가손실과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둔화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CFD(차액결제거래), 신용융자, 기 판매 사모펀드 등 금융상품 관련 손실이 더해져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시켰다.

중소형사의 경우 IB(투자은행)부문 부진으로 영업수익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한데다 부동산 PF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해져 실적감소 폭이 컸다.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인식된 대손비용과 영업 외 비용 등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손실은, 대형사 약 4.0조 원, 중소형사 약 1.5조 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즉, 작년 4분기까지 국내외 부동산금융 자산( 약 42.5조 원)의 12.9%(대형사 12.7%, 중소형사 13.6%)에 해당하는 누적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높아진 공실률 등으로 미국 및 유럽 소재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2018~2020년에 투자가 이루어진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손실인식 사례가 본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리츠, 미래, 하나, 신한, NH, 대신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주로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안았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총 익스포저는 약 13조 원에 달하는데 대형증권사가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대형사들은 해외부동산 실패가 부실의 주요요인이었다.

특히 이들 대형사는 미국 뉴욕에서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거액을 투자했으나 높은 공실률에 보여주듯 부동산경기 침체에서 발생한 대규모 평가손실을 오랜 기간 동안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앞으로 만기가 도래할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에서 발생하는 손실부담을 벗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형사는 대형사와는 달리 해외부동산 투자는 많지 않으며 주로 국내 부동산PF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년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저 대비 충당금 적립율을 보면 대형사 7%, 중소형사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부동산 PF위기에서 경영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주목받고 있다. SK증권은 중·후순위 부동산금융 및 자회사 지원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에도 부동산금융 부실화로 인한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이 저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31%에 달하는 167명의 임직원을 감축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에서 거액의 부실이 발생해 이익이 격감하고 일부는 적자경영으로 돌아서자 대출을 축소하는 추세임을 반영, 증권사의 PF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 2022년 6월 말 48조원에서 2023년 9월 말 40조원까지 8조 원 정도 줄었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취급한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3.85%로 금융업권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6조3000억원으로 그 규모가 작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업경기 회복 지연으로 신규 투자 유치 및 IB딜 진행 어려움이 지속되는 동시에 취급 수수료 수익도 저조한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부동산PF 손실, 해외 대체투자 손실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부동산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하지만 한신평은 "과거 높은 가격에 집행한 투자, 대출 건의 손실 위험이 여전히 높으며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과 기업가치가 회복하더라도 증권사 IB부문 시장 전반 회복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에 대해 부실채권 등 PF금융구조의 대수술을 주문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유 PF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시기 바란다"며 "단기적인 이익목표에 연연해 PF 예상손실을 느슨하게 인식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리스크관리보다 단기적인 이익창출을 우선시하는 금투업계의 성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며 "부동산PF 쏠림, 과도한 단기자금 의존 등과 같이 리스크관리의 기본이 망각되는 일이 없도록 CEO가 직접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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