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운용, 고려아연 정기주총서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표 입장
주주 환원 입장에서 배당확대 주장한 영풍 제안에 찬성 방침
영풍이 경영권 잡을 수 있는 호기…75년간의 동업관계는 균열


[논객]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이 고려아연 1,2대주주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의 경영권 분쟁에서 회사 측의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 장 고문을 지지하는 입장에 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배당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대한 고려아연 1,2대 주주간 표 대결에서 고려 아연지분 5.43%를 보유한 KCGI가 영풍측 백기사로 나설 경우 장 고문측이 일단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렇지만 양측의 지분은 별로 차이가 없어 현재 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양측의 아직은 경영권 다툼 향방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을 놓고 최 회장과 지분 경쟁을 벌여온 장 고문 측의 영풍이 고려아연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반대의사를 표명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한판 표 대결을 선언했다. 이에 75년가량 이어 온 양측의 동업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어느 쪽이 경영권을 확보할는지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영풍은 지난 21일 고려아연의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배당 및 정관 변경의 일부를 반대하고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여력이 충분한 데도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고,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것은 주주의 권익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들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5000원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지난해 초 중간배당을 실시해 한 주당 1만원을 지급했다. 이번 결산배당 5000원을 합하면 연간 배당금은 주당 총 1만5000원으로 2022년보다 5000원이 줄었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이익잉여금이 약 7조3000억원으로 여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배당금을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전년과 동일한 주당 2만원 배당을 주장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표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과도한 요구다. 주주가치 훼손 주장은 억지”라고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배당결의안에 대해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원과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며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 분석자료에 따르면 영풍이 자사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매년 약 172억 수준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미 주주환원율이 76.3%로 높은 수준인데 영풍이 무려 96%에 육박하는 과도한 주주환원율을 요구한다”며 “영풍의 주장은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고려아연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규정을 삭제하는 안 건을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아연은 정관에서 이제까지 외국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영풍 측은 이에 대햐 “고려아연은 2022년 9월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전체 주식의 16% 상당 지분을 외부에 넘겨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며 “창업 이후 주요 주주 간 동의하에 지속돼 온 경영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외국 합작법인이라는 보호장치를 삭제하면 주주가치 훼손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국내 법인의 제3자 유상증자가 허용될 경우 고려아연의 우군인 현대차와 한화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호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어 이 안건의 통과 여부는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동맹관계의 파열을 각오하고 표 대결을 불사한 배경에는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지분 경쟁’이 자리한다.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고문이 각각 경영하고 있다. 당초 고려아연은 최 씨 알가가 경영을 맡고 있지만 지분은 영풍그룹 장 씨 일가가 더 많았었다.

그런데 최근 최 회장 측이 현대차와 한화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지분율을 높였고 그 결과 현재 최 씨 일가가 장 씨 일가의 지분율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지난해 현대차, 한화의 외국법인 등을 백기사로 끌어들이면서지분율을 높여 최근양 측지분율은역전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최 씨 일가 지분은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15.43%), 우호세력인현대차그룹(5%), 한화H2에너지USA(4.75%), LG화학(1.87%), 한국투자증권(0.76%) 등 약 33%를 보유 중이다. 장 씨 일가는 영풍(25.15%), 장형진 고문 및 특수관계인(6.95%), 에이치씨 등 영풍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32%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지분율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8%를 보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장 고문 측도 지속적으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고려아연에서 약 2000억원을 배당 받아 고려아연 지분을 늘렸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배당 규모가 클수록 장 고문 측이 지분을 늘리도록 도와주게 되는 격이 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의 배당 규모 변경안은 지분율을 좌우할 수 있기에, 영풍그룹에는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이 와중에 KCGI자산운용이 영풍 측 지지입장을 밝혀 양측의 경영권다툼에서 힘의 균형을 깰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으로 모은다. KCGI는 투자기업의 주주환원율, ROE, PBR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총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행사키로 한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 고려아연의 주총안건에 대해서도 이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전체 유통주식의 약 15% 에 달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매각을 통해 일반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어 왔다"며 "1대주주, 2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차원이 아닌,'주주이익'이라는 원칙과 당사 주식운용본부 내부기준에 입각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며, 다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CGI는 고려아연의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방침이다. KCGI는 정관변경으로 인해 일반주주가치의 희석을 우려해 반대의견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주주와 2대주주간 이견이 있는 주당배당금 관련해서도 1만원을 제안한 영풍 측 안건에 찬성하는 등 주주환원 입장에서 일반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