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위험도 알고도 은행들에 판매 허용 …금융노조, 금융당국이 원인 제공자
일괄배상 없는 배상안 11일 발표 …투자자별 불완전판매 정도 가릴수 있나?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 투자자들의 손실을 일괄배상하지 않는 내용의 책임분담기준안을 오는 11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홍콩ELS 사태의 근본 원인 제공자는 은행도, 증권사도 아닌 금융당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이 파생상품 판매를 허용한 후 H지수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자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실태를 검사한 후 최근 배상기준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에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무책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전날 ‘ELS 사태에 대한 금융노조 입장’에서 “금융당국은 ELS 사태의 방관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이며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이 사태 책임자로 금융당국을 지목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6년 증권사 및 시스템 리스크 증가 우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홍콩 ELS를 예로 들어 이 상품의 고 위험도를 알면서도 은행에 판매를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이 3년 뒤인 2019년 12월 ELS가 고위험 투자상품이라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조건부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채 은행의 수익 증대만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가 ‘이자 장사’를 비난해 온 때문에 은행들은 비이자 수익확대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놓였고 이로인해 파생상품 투자 잔혹사가 반복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노동·시민단체의 ‘고위험 상품 은행 판매 제한’과 같은 대책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용인즉 금융당국이 홍콩ELS와 같은 고위험상품 판매를 허용한 등 은행과 은행원들은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한 과당경쟁 속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금융당국에 “‘완전경쟁’ ‘이자 장사’ 등 잘못된 진단을 반성하고 관리·감독체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피해 소비자 구제와 또 다른 피해자들인 금융노동자 보호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콩ELS 배상서 일괄배상은 없다고 밝힌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홍콩ELS 배상서 일괄배상은 없다고 밝힌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콩 H지수ELS 투자자 손실 책임 분담 기준안을 오는 11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 개개인 별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정도를 가려 배상하지 ,일괄 배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연령층, 투자 경험, 투자 목적,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등 수십 가지 요소를 매트릭스에 반영해 어떤 경우에 소비자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경우 은행·증권사가 책임져야 하는지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들을 상대로 이런 상품을 판 경우가 있다면 해당 법률 행위 자체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으므로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괄 배상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배상이 없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정도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진다는 예기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사례와 관련해 "ELS는 20년 가까이 판매된 상품이고, 판매 시 과거 손실 실적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특정 금융 회사는 2008년 금융 위기 등 특정 시기를 빼고, 10년에 한해서만 손실을 분석해서 손실률이 0%에 가까워 보이도록 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LS 재투자자와 관련해선 "최근 문제 되는 경우는 2020~2021년 가입자인데, 이전 2016~2017년에도 홍콩 H지수가 급락한 적이 있다"며 "재투자 시 당시 상황을 적절히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고지가 적절히 있었으면 은행과 증권사는 책임을 상당히 면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적절한 (배상)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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