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10억 횡령 대형사고...이석용 행장 '청렴농협' 다짐 무색
최근 7년 간 17건 횡령 발생 …보이스피싱도 5년 간 3만 여 건
농협은행 비리 관련 징계 임직원, 농협 6대 법인에서 가장 많아

NH농협은행은 횡령사고 부터 보이스피싱에 이르기까지 금융사고가 유난히 잦아 사고 다발 은행의 불명예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임직원 징계도 농협 6대 법인 중 가장 많다.  은행의 생명이나 다름없은 신뢰성이 추락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이석용 은행장의 허술한 내부통제 등 방만경영의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노조 등의 지적에도 농협은행을 비롯한  NH농협금융에서는 폐쇄적인 인사‧지배구조, 금융사고 발생 시 권고사직 등 ‘꼬리 자르기’, 횡령사고 축소‧은폐 등의 적폐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사고 다발이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에서 109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5일 “109억4733만7000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농협은행은 이 공시에서 자체 감사를 통해 배임 사고를 발견했으며, 해당 직원을 형사 고발한데 이어 앞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출 업무를 담당한 이 직원은 배임행위를 저질렀다.

농협은행은 이 직원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년7개월 남짓 동안 돈을 훔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회사 측이 입은 실제 손실액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자체 감사를 통해 여신 관련 업무에서의 배임 사고를 파악했다”며 “형사 고발 이후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농협은행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 맡기기가 불안한 은행이라는 오명이 한층 짙어졌다.  이 행장이 올해 초 결의한  윤리경영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이석용 은행장과 농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이석용 은행장과 농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이 행장은 지난 1월 22일 서울시 중구 본사에서 사고근절 및 청렴농협 구현을 위한 '윤리경영(3행3무) 실천'을 서약하고 윤리경영에 앞장설 것을 결의했었다. 이 행장은 이 자리에서 “임직원 모두가 윤리경영을 실천해 고객이 먼저 찾는 신뢰받는 농협은행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초에도 금융사고 없는 '청렴 농협'을 구현하자며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행장의 청렴경영은 이번 사고로 구호에 그쳤다.  이 직원이 4년6개월 남짓 동안에 걸쳐 장기간 횡령을 지속했는데도 농협은행은 그동안 눈치도 못챘다.  내부감시와 통제에 큰 구멍이 나 청렴경영이 겉돈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이 행장의 경영이 헛점을 드러내면서 사고는 내재돼 왔다.

이전에도 농협에서는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시)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횡령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최근 7년간 17건의 횡령이 발생 횡령금액만 31억 원에 달했다. 미회수금액은 8억9천500만원으로, 전체 횡령금액의 28.9%를 차지했다.

최근 7년간 사고유형은 각종 시재금 횡령이 58.8%(10건)로 가장 많았다. 고객 예금 횡령도 11.8%(2건)를 보였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가족 명의를 이용해 25억4천500만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4급직원이 적발돼 징계 해직된 바 있다.

사고금액은 연도별로 기복을 보였으나  이번 사고금액은  최긎ㄴ 7년간 횡령 총액의 3배를 훨씬 초과하는 금액으로 초 대형이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에섲ㄴ 보이스피싱에 의한 고객 피해도 많다. 위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역농축협과 농협은행 계좌에서 최근 5년간 총 3만1천359건의 보이스피싱이 발생했다. 누적 피해금액만 4천626억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지난 2019년 정점에 이른 이후 2020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7월 기준 피해액은 641억원으로 전년의 연간 피해액 541억원을 넘어서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피해고객들은 보이스피싱으로 당한 금액의 일부 만을 되찾는데 그쳤다.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계좌 지급거래 중지로 돌려받은 금액은 675억원(피해신고액의 14.6%)에 불과했다.연도별 피해신고액 대비 환급비율은 ▶2018년 16.6% ▶2019년 15.7% ▶2021년 14.8% ▶2022년 12.8% ▶2023년 7월말 기준 8.4%로 매년 줄고 있다.

위성곤 의원은 당시 농협은행에서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누적된다는 건 언제든 큰 횡령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은행의 핵심가치인 정직과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및 임직원 윤리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잦고 비리가 많은 탓인지 징계받은 임직원수도 농협 6대 법인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탄났다. 지난해 윤미향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8월) 농협 6대 법인의 징계 임직원은 총 338명에 달했는데 이중 농협은행 임직원이 237명으로 70%이상을 차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농협 6대 법인의 임직원 징계 결과 해임 또는 파면 처리된 임직원은 총 102명이었다. 이 중 농협은행에서 파면·해임된 임직원은 무려 94명으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농협은행의 징계 임직원이 237명인 것을 감안하면, 징계 임직원 중 약 40%가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이다.

징계 사유로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39명)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직장 내 갑질(19명)이었다. 이 밖에 근무 태만 및 근무지 이탈, 시재금 횡령, 고객 현금 절도, 금품수수 등으로 징계가 이뤄졌다.

농협은행은 이렇듯 아직도 내부기강해외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실정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은행을 만들자면  조직 기강을 다잡는 것은 물론 금융사고 빈발 등 지금까지 드러난 경영상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진단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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