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임단협서 합의점 못찾아 '평행선' …노조, 총파업 예고
대법원, 불법파견 소송서 노동자 손들어 줘 경영에 큰 부담
철강시황 부진서 노무관리 실패는 올해 경영에 타격 우려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현대제철이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무관리 미숙에 따른 노사갈등 격화로 당분간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영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우선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노조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 중심의 파업에 이어 13일에는 48시간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그렇지 않아도 철강업황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총파업은 생산이나 영업차질을 가져와 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법원이 13년 만에 순천공장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줘 이제는 경영의 걸림돌이 된 불법파견 문제를 정리해야 할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직접고용 대책을 강구하는 등 새로운 고용질서를 확립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근로조건 등을 둘러싼 노사 간에 대립과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여 영업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15일 단체교섭 상견례 후 인천·당진·순천·포항 등 사업장별로 수차례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사는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10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300만원 지급이 담긴 안을 놓고 협상안을 벌이고 있으나 여전히 이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노사는 지난 8일 진행된 20차 교섭에서 기본급이 소폭 인상된 사측 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는 “노조를 무시하고 조합원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수용하지 않고 기본급은 적어도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인상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상대 근로자지위확인 선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금속노조/연합뉴스)
[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상대 근로자지위확인 선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금속노조/연합뉴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지난해 임금협상을 통해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만큼 이에 준하는 성과급 규모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3월 총파업’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노조는 오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파업을 진행하고 13일에는 48시간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14일 지회별 개별 파업을 진행하고, 22일에는 8000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해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에서 상경 파업까지 벌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측은 실적부진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노사협상이 단기간에 타협의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철강 시황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높아진 무역 장벽과 탄소 감축 압박, 중국의 저가 공세 등 각종 악재가 겹쳐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전폭 수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5조9148억원, 영업이익 8073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각각 5.2%, 50.1%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 추정치도 매출 6조2473억원, 영업이익 1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 59.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서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차질은 올해 경영에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제철은 노조의 총파업예고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오전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61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에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생산통합관리시스템(MES)을 통해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 작업을 통제·관리했다는 1심 판결을 받아들인 점이다. 국내 산업계 전반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과 관련해 전면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자들은 환영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재섭)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최종 승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재섭 지회장은 “이번 판결로 우리는 현대제철의 직원”이라며 “이 판결에 앞서 고용노동부가 2021년 2월 전체 공정을 상대로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기도 한 바, 현대제철은 오늘 1차 선고자 외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승소에 기뻐하면서도 현대제철이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현대제철은 이번 대법 판결에 앞서 이미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하청 노동자를 우회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추진해 왔다. 현대 노사는 앞으로 이 문제를 놓고 심한 의견대립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개선을 더디게 하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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