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닷컴=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은 원래 “신은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말은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건축에서도 세부적인 부분들이 중요하다는 의미죠.

쉽게 이야기해서 하늘을 찌를듯한 100층의 마천루(摩天樓)라도 기둥에 볼트, 너트하나만 빠져도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말입니다. 건축뿐 아니라 사실 모든 것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삶도, 직장생활도, 글쓰기도, 인간 관계도 오직 디테일에 중요한 게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사소한 다툼으로 등을 돌리는 경우, 많지 않습니까. 글쓰기도 그렇죠. 아무리 좋은 문장이라도 오, 탈자 한두개가 전체를 망칩니다.

이건,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파5홀의 경우, 드라이버샷이 잘 맞고 그린 앞까지의 세컨샷도 훌륭했지만 어프로치 하나를 망치면 기대했던 파나 버디를 놓쳐 버리죠.

사진 연합뉴스TV 화면캡쳐
사진 연합뉴스TV 화면캡쳐

지난 2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10개월 만에 PGA 투어에 나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49)는 첫날 1오버파로 마쳤습니다.

우즈는 지난해 마스터스 대회 직후 발목 수술을 받았고, 그동안 재활과 체력 훈련을 하면서 필드 복귀를 준비했습니다. 작년 12월 이벤트 대회 두차례에 출전, 여전히 힘이 넘치고 날카로운 스윙을 선보였지만 이번은 긴장과 압박감, 그리고 체력과 집중력이 이벤트 대회와 비교할 수 없는 정규 대회였죠.

이날 우즈는 몸이 전보다 한결 건강해졌지만, 실전 감각은 회복되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우즈는 "발은 괜찮고, 다리는 조금 아프지만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윙은 더 부드러워졌는데 비거리는 평균 304야드에 달해 젊은 선수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우즈는 "경기에 나서면 확실히 아드레날린이 솟아서 거리가 더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샷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습니다. 쇼트게임도 썩 날카로운 맛이 없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천하의 우즈’가 섕크를 내다니요!

우즈가 이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76야드를 남기고 친 두번째 샷때  섕크를 낸 것은 큰 뉴스가 됐습니다. 섕크는 클럽 페이스가 아니라 페이스와 샤프트를 연결하는 호젤 부위에 공이 맞아 터무니없이 오른쪽으로 비켜 날아가는 현상이죠.

초보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주 섕크를 내지만, 프로 선수가 경기중에 섕크를 내는 일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우즈가 섕크를 낸 공은 오른쪽 숲으로 날아갔고 나무 틈새로 볼을 쳐내서 그린에 겨우 올라갔지만, 파를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우즈는 "섕크 맞다.섕크를 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멋쩍게 웃었다고 하네요.

섕크를 낸 원인으로 "16번 홀부터 허리에 경련이 있었다. 몸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즈는 1라운드 1오버파로 공동 49위에 그쳤는데 2라운드 7번홀 티샷뒤 감기 기운이 심해져 기권을 하고 말았습니다. 전날 섕크가 없이 멋진 어프로치로 버디를 낚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골프 디테일’의 중요성은 최근 LPGA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3월 1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2라운드, 재미교포 안드레아 리(26)는 7번홀까지 5언더파로 선두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8번홀(파5)에서 급브레이크가 걸렸죠.

3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그린 엣지 7m앞에 떨어뜨렸습니다. 이럴 땐 ‘피치앤 런’으로 굴리는 게 안전한데, 안드레아는 높이 띄워서 핀에 붙이려고 플랍샷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 미스샷이 나와 공은 2m만 날아간뒤 그린에 또 못미쳤습니다. 5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이마저도 투퍼트로 마감, 더블보기를 저질러 우승 대열에서 사실상 탈락하고 말았죠. 7m를 남기고 네 번만에 홀아웃하다니!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골퍼들 가슴에 깊이 새겨줬습니다.

인생살이든, 골프든 사소한 실수나 착오가 큰 사고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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