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세상을 보는 눈

살다보면 헛다리 짚는 일이 허다하다. 예상과 예측이 빗나가기 일쑤라는 말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젊을 때의 계획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김영삼 제14대 대통령(1928~2015)은 10대인 중학생 시절, 책상앞 벽에 ‘미래의 대통령’이라는 글을 써놓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국가서열 1위의 공직에 올랐지만 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계획과는 늘 다르게 흘러가는 게 인생살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포츠팀들의 시즌 예상이나 각종 상황을 점칠 때 제대로 된 경우가 별로 없다. 필자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기자로서, 칼럼니스트로서 43년째 야구를 취재하고 있어 남들이 말하는 ‘야구박사’다. 하지만 원숭이가 나무에 떨어질 때가 있다고, 가끔 시행착오를 일으키기도 한다.

 17일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 시범경기.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7일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 시범경기.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는 3월 23일 개막되는 올시즌부터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피치 클록(투구 시간 제한) 등 네가지 규칙을 적용하는 조치를 취한다. 최근 한 경기 평균시간이 3시간 20분까지 치솟은 ‘엿가락 진행’을 2시간 40~50분대로 줄이겠다는 획기적인 시도다.

필자는 ABS 시행에 주목했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주저하고 있는 규칙인 탓이다. ABS는 1%의 오차도 없이 판정의 정확성을 기할 순 있다. 하지만, 전용 카메라로 공 궤적을 파악한 로봇이 주심에게 전달하고 주심은 전달내용 그대로 ‘콜’을 하는게 과연 팬들의 호응을 얻을수 있느냐는 게 최대 관점이었다.

아무리 ‘AI(인공지능) 시대’라지만 ‘로봇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로봇이 되는’ 첨단 기술을 과연 스포츠에 적용하는 게 옳은 일일까? 필자는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시즌이 열린 후 선수들의 대혼란 상황, 팬들의 거부 반응들을 예상하며 많은 자료를 준비했다. 필자는 왜 혼란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단박에 예상했을까. 바로, MLB에서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MLB 역시 심판들의 잦은 판정 오류로 각팀 선수들과 팬들의 원성을 많이 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몇년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ABS 시행을 철저하게 준비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도입은 주저하고 있다. 로봇이 판정하면 인간미를 잃어 팬들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런데 KBO 리그는 ABS를 2군에서 4년 준비 끝에 올시즌부터 1군 경기에 과감히 도입했다. 야구, 축구, 배구 등에 비디오판독이 몇년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판독이 아닌 로봇 판정의 도입은 세계 스포츠사상 한국이 처음이다. 그래서 전 세계 스포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결과는? 대만족의 평가를 받고 있다. KBO 리그는 3월 23일부터의 시즌 개막에 앞선 시범경기에서 ABS를 도입했는데, 19경기에서 99.9%의 정확성을 나타냈다. 지난해 91.3%에 비하면 확연히 오심이 줄어들었고, 사실상 100%의 공정한 판정을 이뤄냈다.

이러니 2030들이 ABS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의 지지는 기성 세대들과 달리 ‘공정(公正)’을 중시하는 성향 탓이다. 필자는 이걸 간과하고 ABS 시스템이 실패할 것으로 본 것이다. 젊은 층의 동향을 전혀 감지못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원들인 2030들은 비록 SNS상이지만 지엄한 ‘회장님’에게도 바른 소리, 쓴소리를 마구 해대지 않는가.

젊은 세대를 상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사업가나 기업체라면 ‘공정’뿐 아니라 ‘상식’을 사업 아이디어나 마케팅 전략에 효과적으로 접목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미래 세대인 2030에게 불만인 게 꼭 하나 있다. 바로 결혼, 출산을 마다하는 것이다. 결혼해서 양가 부모를 모시기 힘들고, 집 사기 어렵고, 2세를 키우기는 더 험난한 일이어서 아예 혼자살거나 자식없는 생활을 택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흔적’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세계적인 저출생은 ‘국가 재앙’을 넘어 ‘국가 소멸’로 이어지는데, 나만 어려움 모르고 한평생 살다 가겠다는 건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로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2030들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기피하는 자식이나 조카들을 일방적으로 나무래서는 안되고 최대한 설득, 결혼후 빨리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서로 상생하는 비결일 것이다.

아무튼, 2030들이 ‘공정의 눈’으로 로봇 판정을 지지하듯이 ‘자식있는 삶’에 대한 공정심도 아울러 가져보길 한껏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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