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전국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문제는 필자에게는 사실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내용과 정확한 근거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정책과 의료계의 반대 모두가 필자에게는 이해가 안된다. 오히려 양자가 서로 반대주장을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대화하는 의료진@사진 연합뉴스
대화하는 의료진@사진 연합뉴스

먼저 정부의 정책측면을 보면,

우선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면 의료수요도 줄어든다. 의대정원을 늘려서 본격적으로 의료인력이 늘어나기 시작할 때는 대략 10년후 정도이다. 이 무렵이면 인구도 많이 줄게 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시기이다.

둘째, 정부는 우수인력의 산업간 효율적인 배치와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고로 우수한 인력이 모두 의과대학으로 진학한다. 국내 최고 대학의 반도체 등 최고의 산업분야 전공학과라도 지방의 가장 시원찮은 의과대학보다 우수한 두뇌유치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진국 같은 모습이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매년 증원된만큼 우수한 두뇌가 의과대학에 진학하면 다른 첨단산업에서는 그만큼 우수한 두뇌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그보다 못한 다음 순위의 두뇌를 확보하는 데 그치게 되는 것이다. 우수한 인력확보를 위해 외국의 두뇌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첨단산업의 국제적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분야는 우수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우수인력을 첨단산업 인력으로 양성하는 정책도 의료인력 증원 이상으로 절실한 과제다.
세째, 의료인력 증원을 지방분산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생각이라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의사수를 늘린다고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것같지 않다. 오히려 특정분야에서 자신만의 의료분야를 개척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의사생활을 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피부미용이라든가,특정질환 치료 등 여러가지 분야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과잉경쟁에 의한 과잉치료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방으로의 의료인력 분산을 유도한다면 옛날처럼 3차의 진료체계를 복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각 지역의 1차 의료기관을 거쳐야만 2차,3차 병원의 진료를 가능하게 하면 당연히 지방에서의 개인병원 개업이 늘 것이다.
넷째, 의사의 업무부담이 줄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최고 두뇌들이 의사가 되는 길을 택했고 이들 중 일부가 뛰어난 연구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일반환자의 치료에 전념하는 뛰어난 기능인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뛰어난 두뇌에 걸맞는 업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연구분야에서는 현재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이같은 최우수인력의 연구실적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일반환자 치료분야에서는 다르다. 의사의 업무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AI(인공지능)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의사업무의 상당 부분은 AI가 맡을 것으로 예견된다. 오죽하면 AI활용이 본격화되면 사라질 직업군 중의 하나로 의사가 뽑히고 있겠는가.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기도 의사의 진단과 치료업무를 점점 더 많이 대신하고 있다. 그만큼 의사의 노동강도 강화없이 1인당 치료환자의 수가 늘고 있다.

다음으로 의사들의 주장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최고의 두뇌로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의사가 되었다. 의사는 일반인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급여와 존중을 받는다. 그 못지않게 힘들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 의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3D 업종이 검사와 의사라는 농담을 오래 전에 들었다. 매일 도둑놈,사기꾼, 흉악범을 상대하거나 인상 찡그리고 아픈 말을 하는 사람을 평생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관리를 통한 자신의 건강관리가 그만큼 중요한 직업이다.
의사는 정년이 없다. 본인이 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한 의사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정년이 있는 일반직업군과 달리 길게 지속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워라밸 즉,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자신의 인생에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의사의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하다는 것은 업무가 과중하다는 반증이다. 인력을 증원하면 업무는 줄어든다. 하지만 줄더라도 지금의 처우라면 피해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과 출신이라 의료계 특성을 몰라서 하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라면 업무가 줄어들고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
의대정원 증원문제가 적당한 선에서 빨리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 재 황
최 재 황

-미사실업 대표

-전 경총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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