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도 이익의 70%이상 본사 배당 …중간배당 합해 2500억 규모
사회공헌은 순익의 2~3%수준으로 인색 …사측, 배당여력 기반 문제없어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영국계 다국적 은행 SC제일은행이 적자에 국부유출인 ‘먹튀’논란에도 한국시장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곳간에 챙겨갈 돈이 많이 쌓여있고 채워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유보 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SC제일은행이 한국시장에서 봇짐을 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500억원 규모의 결산배당을 결정하고 오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여전히 고배당 성향을 보여 '먹튀 '논란이 재점화된 모습이다.

SC제일은행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2000억원을 중간배당을 실시 했다. 합하면 모두 2500억원이 올해 배당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중간배당만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잠정)인 3506억원의 약 71.31%에 달한다. 순이익이 전년보다 10% 넘게 줄었지만 배당금은 1.5배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고배당으로  다시 '먹튀' 논란에 휘말린 SC제일은행 서울 종로 본점. (사진=연합뉴스)
고배당으로 다시 '먹튀' 논란에 휘말린 SC제일은행 서울 종로 본점. (사진=연합뉴스)

은행은 허약해져도 주주들 배만 잔뜩 부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과배당에 의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이 상당한 감소세를 보였는데도 외국인 대주주가 이익의 대부분을 사내에 남겨놓지 않고 본국으로 가져가는  종래의 지나친 배당성향이  반복되는 셈이다.

SC제일은행이 최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3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하락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471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어 드는 등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가계대출 증가로 은행권 내 비용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SC제일은행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한 자산건전성도 악화된 상태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39%로 전년 대비 0.20%p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20년 490억원, 2021년 800억원, 2022년 1600억원을 각각 본사에 배당하는 고배당성향을 보였다. 그런 SC제일은행이 올해도 지난해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종복 행장은 연임을 거듭하면서 고배당정책을 고수, 한국법인은 갈수록 속빈강정이 돼도 외국인 주주의 배를 불리는 데 충실했다는 평가다. 그는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의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SC제일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이 모조리 본사로 보내지는 구조 당연시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SC제일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이 40%를 웃돌아 한국법인은 갈수록 허약해져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도를 넘은 국부유출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 권고에도 SC제일은행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고배당에 몰두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권의 과도한 배당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은행은 다른 은행들의 자제와는 달리 보란 듯이 고배당정책을 유지해 감독권이 먹히지 않는 상태다.

외국계은행으로 언제라도 철수할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SC제일은행은 국내 재투자나 사회공헌 등에는 매우 인색하다. 지난 2022년 기준 SC제일은행의 사회공헌비 지출은 약 107억 원으로 순이익 대비 2.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 지나치게 높은 배당이 가능했으면 그에 상응한 사회공헌도 이뤄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이 운영자금이 부족해 증자하면서도 과배당정책을 지속하는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SC그룹이 SC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15년간 배당으로만 2조6000억원을 수령했으며 해외용역 수수료 및 브랜드사용료 명목으로도 1조원 가량이 본사로 돌아갔다”며 고액 배당에 대해 날을 세웠다.

노조 측은 “이미 제일은행 인수금액 3조4000억원을 넘어선 금액이 SC그룹으로 흘러갔다”며 “이를 국부유출로 규정해 규탄하는 것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에서”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운영자금이 부족해 채권을 발행하면서 증자하면서도 배당은 지속하고 있다”며 “감독기관의 배당 제한 고삐가 풀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중간배당도 단행하면서 은행에 투자할 금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SC제일은행 측은 이런 고배당 성향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적립에 소홀하지 않아 자산건전성은 양호한 편이고 배당률도 회계결산과 축적된 자본여력에 기반했기 때문에 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 등 국제 및 국내 규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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