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의 프리미엄 코리아]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기업인 미국의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최고경영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금융시장에서 발군의 실적을 올려왔으며 다보스 포럼을 포함해 여러 국제적인 컨퍼런스에도 단골로 출현하는 유명인사다. 그는 1975년 설립한 이 회사를 특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적 금융회사로 키웠다.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으나, 유튜브(YouTube)에서 미국 CBS방송의 유명 앵커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뷰 쇼의 진행자인 찰리 로즈(Charlie Rose)가 그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본 후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레이 달리오 유튜브 영상 ‘Company Culture and the Power of Thoughtful Disagreement’ 캡쳐. 그는 철저한 투명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대화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유튜브

세계 최대 헤지펀드 대표 레이 달리오의 경영철학 ‘사려 깊은 차이’

레이 달리오는 1949년생으로 롱아일랜드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하버드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바로 증권계에 투신해 오늘에 이르렀다. 자수성가한 금융인으로서 세계적인 경제지인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그는 2015년 현재 재산이 153억 달러로 미국에서 29번째 부자이며 세계에서는 60번째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2011년에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정신에 동참해 재산 절반 이상을 자선 목적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필자가 그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하는 이유는 그의 재산이나 개인적인 성공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금융인으로서 그리고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그가 제시한 비전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지금까지의 생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유튜브의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치면 그와 관련된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필자는 두 개를 추천하고자 한다. 하나는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이고 다른 하나는 ‘Company Culture and the Power of Thoughtful Disagreement’이다. 지금부터 편의상 앞의 동영상을 1편, 뒤 동영상을 2편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1편에서 그는 단기부채 사이클, 장기부채 사이클 그리고 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게 경기순환과 버블의 형성 및 붕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일찍이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가 신용팽창과 수축의 사이클이 버블을 형성하고 붕괴시킨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 그는 이런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현실적인 사례들을 통해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이 동영상을 볼 것을 권하고 있다. 한 학기 경제학 강의를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40여 년 간 금융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일반인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이런 면에서 그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픽사베이

견해 차 존중이 문제 해결의 효과적인 방법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더 비중은 두고 싶은 것은 2편이다. 이 동영상에서 달리오는 기업 문화의 관점에서 자신이 지켜온 두 가지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철저한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사려 깊은 견해 차이(thoughtful disagreement)’다. 여기서 철저한 투명성은 기업회계를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대화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바탕에서 사로 견해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왜 우리는 정중하게 견해를 달리할 수 없는가?”하고 묻는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서 견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상대방이 깊이 생각한 끝에 정중한 태도로 자기와 다른 견해를 말한다면 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지 않는 이유는 상대방이 정중하지 않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상대방이 그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런 상황에서는 사려 깊은 견해 차이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그는 내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누군가가 정중하게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축적해 갈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견해 차이를 장려해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런 문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기업이든 사회든 현재의 교착상태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다.

견해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는 갈등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픽사베이

견해 차이 용납하지 않는 우리사회의 파워 엘리트

그러면 우리 기업이나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그가 말하는 사려 깊은 견해 차이가 권장은커녕 용납되지 않았던 과거의 문화적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외형적으로는 서구문화가 상당히 침투해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개방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표층적으로만 그럴 뿐 심층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본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현안 문제에 대해 꼼꼼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따지고 든다면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면서 흔히 “왜 따지는가?”하고 되물으면서 마치 따지는 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문제시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필자는 우리가 ‘사려 깊은 견해 차이’를 흔쾌히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들 대부분의 경우 봉건의식, 식민지의식, 분단의식 그리고 군사문화의 잔재로 인해 의식이 파편화(fragmentation)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직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집착하게 되므로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나 견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문화로 인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렀으며 지금도 치르고 있다. 이제는 이런 낭비를 더 이상 용납할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국내외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바에 의하면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경제 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픽사베이

시민들이 ‘사려 깊은 차이’ 존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야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선도하는 파워엘리트들이 변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많은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이 변해야 한다. 이 말은 우리가 높은 시민의식으로 무장함으로써 파워엘리트들이 우리를 결코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사려 깊은 견해 차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 후 이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나아가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기 논리에 빠져 오류를 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는 다른 사람들이 정중하게 지적해 주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간단해 보이는 일조차 사실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문화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성인군자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부에 약하다. 너무나도 뻔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에게 아부하는 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이 점은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심지어 그들은 아부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많은 사안들에 대해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주장을 폈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면 이런 과정을 통해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과거와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전통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적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출발은 “사려 깊은 견해 차이”를 존중하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것이다.[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미시경제학 등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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