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의 활쏘기]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0명에 미달했다. 2001년 처음 1.30명 아래로 떨어진 이래 15년째 1.30명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초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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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출산율 15년째 1.3명에 미달한 초저출산 국가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오르는 나라다. 노인인구 비율은 2000년 7.2%에서 작년 2015년에 13.1%로 높아졌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15.7%, 2030년엔 24.3%, 2050년엔 37.4%로 급격히 증가한다. 2020년부터는 고령사회가 되고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초저출산국가이자 초고령국가로 되는 것도 유례없이 초스피드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대로 가다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운명이라는 끔찍하고 슬픈 전망까지 나온다. 엄청난 예산을 퍼부어 출산을 독려했지만 별무성과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정책 실패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저출산의 원인은 그간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이미 답이 나와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미루고,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출산을 꺼리는 것이다. 엄청난 세금과 예산을 어디에 쏟아 부었는지 모르겠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데 드는 돈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들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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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존망 걸린 최우선 과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간 66조원의 세금이 들어갔지만 출산율 1.3명 이하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쯤 저출산위원회 같은 비정부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을 보면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10년의 시간과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출산율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방한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핵심과제가 인구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약점이 ‘저출산’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다 아는 얘기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실행 의지다.

올해 초에는 여당 대표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이자고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지금 우리 형편이라면 조선족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라도 데려와야 할 판이다. 여당 대표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국민 누구나가 공감하고 우방의 재무장관까지 찾아와 걱정하고 국가 존망이 달린 최우선 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너무 안이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 자동차회사 토요타는 8월부터 일주일에 하루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이나 외부의 영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다. 파격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이다. 남성의 육아와 여성의 직장생활을 도와 출산율을 높일 것이라는 의지가 엿보여 부러울 뿐이다.

지난 1월22일 서울 용산구 일민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출산보육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 아이 낳고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포커스뉴스

10년도 못가는 출산 보육정책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이 바뀌는 것은 걱정하면서도, 출산과 보육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요즘 손자 손녀를 둔 은퇴자들은 손주 돌보느라 외출했다가도 집으로 서둘러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귀가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출산 보육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은 이런 고충을 알기나 할까.

누리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삿대질을 하고, 새로 맞춤형 보육제도를 도입한다며 불과 몇 년 만에 출산보육제도를 바꾸는데 누가 결혼을 하고 기꺼이 출산을 하겠는가. 보육정책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정책 담당자들은 과연 출산과 보육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어린이집 무상 보육을 확대한다고 한 지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벌써 여러 차례 보육정책을 손질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용이라고 하지만 출산보육정책이 10년도 지속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바뀌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출산보육은 천년대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출산보육정책으로 결혼을 앞두거나 신혼인 부부에게 신뢰부터 쌓아야 할 것 같다.[오피니언타임스=박영균]

 박영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전 한국경제·한겨레 기자 

 전 세계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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