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연의 물구나무서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약 16년을 교육받고 공부한다. 이는 사회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 끝에 ‘청년’이 된다. 하지만 기대했던 그런 꿈과 희망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청년 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런데 이 통계에서는 일용직이나 임시직도 취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단 한 시간만 일했더라도 실업자가 아닌 것이다. 또한 현역군인이나 사회복무 요원과 같은 비경제활동인구도 통계에서 제외했고, 니트족(일도 하지 않고 일할 준비도 하지 않는 사람, NEET)은 실업자로 포함했다. 실업률을 낮춰보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통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거품들을 제외한 청년실업률은 무려 34.2%에 달한다고 한다. 청년의 동의어는 어쩌면 ‘취준생’일지도 모르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청년(15~29세) 실업률은 12.5%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질 실업률은 무려 34.2%에 달한다. ©포커스뉴스

취업난 속에서 설령 바늘구멍을 통과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청년 앞을 가로막는다. 바로 직장 생활 부적응이다. 우리는 그동안 획일적인 수업을 받아왔다. 선생님이 가르쳐주고 판서하는 것을 따라 적고 그것만을 달달 외우면 되었다. 시험 외의 평가 방식은 없었다. 혹여 배운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궁금증을 갖는 것은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받거나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오직 암기력을 뽐내며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더 맞히는 쪽이 인정받았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고 취업을 하니 갑자기 공부하지 않은 것들을 요구한다. 프로젝트를 짜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기획력과 남들과는 차별화된 창의성이 필요해졌다. 다뤄본 적 없는 엑셀로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고 시험에도 나오지 않으니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시사 상식이나 정치 및 경제 지식을 요구한다. 똑같은 책상에 앉아 똑같은 수업을 들으며 살아온 청년들이 쉽게 적응할 리 없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학교와 달리 사회는 냉정하다. 가르쳐 주지도 않고 스스로 잘 해내지 못하면 결국은 낙오된다. 직장 내에서도 과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무시당하기 일쑤이며 결국엔 적응하지 못해,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제 발로 나와야 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취업 어려움은 곧 경제적 빈곤, 청년 삶 자체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 사회를 일궈나가야 할 청년들이 몰락하고 결국 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 중학교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학교는 입시를 위한 암기과목뿐만 아니라 실제 사회생활에 도움되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포커스뉴스

따라서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학교에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학교는 수학 공식을 달달 외우게 하기보다는 왜 이런 공식이 도출됐는지 이해를 돕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지표와 해외 교육사례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다. 무작정 암기가 당장의 결과를 높일 수 있을지라도 이것은 빈껍데기이다. 이제 우리는 속을 채워나가야 한다. 비록 느리고 어려울지라도 말이다.

둘째, 수업 방식과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공부 방식은 대게 교사가 알려주면 이를 받아 적고 암기하는 방식이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탈무드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대인들의 지혜이다. 우리 학생들도 단순히 물고기를 받아먹는 게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 앞으로 이 사회를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찾고 스스로 의견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양한 경험과 함께 직접 필요한 자료를 찾고 스스로 습득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정규수업뿐 아니라 현실 사회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국·영·수 공부는 물론 졸업 후 사회인으로 살아나갈 수많은 날들을 위한 인생 공부도 분명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치나 사회 시사분야, 사기당하지 않고 집 계약하는 법이나 컴퓨터 다루는 법, 글 쓰는 법 등이다. 학생들은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지혜인데 말이다.

셋째, 과열 경쟁을 만드는 입시 구조 또한 바꿔야 한다. 현 입시 구조는 시험을 통한 철저한 등수 나누기 경쟁이다. 내가 더 좋은 등수를 받기 위해서는 친구들을 이겨야 하며, 언제나 꼴등은 생기기 마련이다. 일등을 제외한 다수는 비참함을 느껴야 하고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쟁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새가 없다.

대한민국 학생에게 여유는 사치다. 모두가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길게 늘어진 입시 코스만을 좇는다. 비록 국·영·수 문제는 잘 풀어낼지라도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성인이 되어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는 모른다. 이런 것들은 생각해 볼 새 없이 오직 입시만을 보고 달려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학교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진로를 찾으라느니 내 미래를 꿈꾸라느니 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이제 학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입시의 경쟁 구조를 완화하고 학생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고 자신의 자아와 강점을 모색해 볼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 대안학교나 혁신학교 등,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미하다. 여전히 수많은 학생들은 입시에 병들어 있고, 겨우내 입시를 끝내더라도 척박하고도 차가운 현실만이 눈앞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학교의 변화는 예비 청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버팀목이자 희망이 될 것이다.[오피니언타임스=송채연]

 송채연

  대한민국 218만 대학생 중 한 명.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될래요.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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