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의 아하!]

노자가 썼다고 하는 도덕경 제17장에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지도자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로만 알려진 지도자’라고 한다. 백성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일하는 지도자다. 이런 지도자는 구중궁궐이나 어디 멀리 있는 별장 같은데 가서 백성들과 동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말을 삼가고 아끼면서’ 백성의 필요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공기처럼, 이슬처럼 드러나지 않게, 순리대로 뒤에서 잘 이끌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근심 걱정 없이 잘 살아가면서 그런 지도자를 일상생활에서 구태여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이 잘 되면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이상주의적 지도자, 무위의 다스림, 가만둠의 다스림을 실천하는 지도자를 가리킨다.

둘째 유형의 지도자는 ‘사람들이 가까이 하고 칭찬하는 지도자’라고 한다.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덕치주의(德治主義) 지도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이런 덕치주의 지도자가 되어 백성들의 칭송을 받으려고 했다. 서양에서는 아마도 미국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이나 최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루도 같은 이들이 이런 부류에 속하는 지도자들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러나 도덕경에 의하면 이런 지도자도 앞에서 말하는 최상의 지도자는 되지 못한다. 어느 지도자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칭송한다는 자체가 사람들이 그 지도자를 의식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든지, 자식이 어머니의 사랑을 의식하지 않고 지낸다든지 무엇이나 너무 크고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의 감지 대상 밖이다. 또 장자에서 말하는 것처럼 신발이나 허리띠 등이 몸에 꼭 맞으면 내 몸의 일부처럼 되어 따로 의식되지 않는다. 의식된다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완전하지도 못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

셋째 유형의 지도자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이다. 법가(法家)에서 떠받드는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지도자. 법과 형벌로 다스려 백성들이 꼼짝 못하고 따라오게 하는 지도자로서 중국 전통에서 진시황제, 서양에서 히틀러나 스탈린 식의 독재형 지도자를 들 수 있다. 공포주의 정치로서 안타깝게 한국 정치사에서도 그런 지도자들이 있었다.

넷째, 가장 저질의 지도자는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라고 한다. 스스로 도덕성을 상실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 정의니 인도주의니 하고 떠들어도 사람들이 귓등으로 듣고 만다. 조석으로 법령, 지시를 내려도 그럴수록 사람들이 비웃음을 보낼 뿐이다. 불신과 냉소의 사회다. 우리 역사에서 누가 이런 지도자에 속할까?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지도자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이 네 가지 부류에 잘 속하지 않는 지도자가 등장했다. 다섯째 종류의 지도자라고 해야 할까? 이 경우는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게 하여 국기를 무너뜨리고 헌법질서를 유린하므로 온 국민의 엄청난 저항에 처한 지도자이다. 지금 이 다섯 번째 지도자는 하야냐 탄핵이냐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제발 우리도 하루 속히 이런 ‘비극적 지도자’의 시대를 청산하고 첫째나 둘째 종류의 지도자를 맞아 백성이 나라를 걱정하지 않고 일상에 전념할 수 있는 안민(安民)의 시대가 열리기 바란다. [오피니언타임스=오강남]

 오강남

서울대 종교학과 및 동대학원 졸/캐나다 맥매스터대 종교학 Ph.D.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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