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의 활쏘기]

설 연휴에 친구를 만나 등산을 다녀왔다. 부모님 모시고 살겠다면서 서울 근교 신도시에 새 집을 지어 이사했던 친구다. 신도시가 개발되기 이전부터 그곳에 살던 이주자의 택지를 사서 5층 건물을 지어 아래층은 세를 주고 4·5층에 산다고 했다.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모델이라며 신도시가 살기 좋다고 은근 자랑도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신도시에 가서 새로 집을 짓고 산다는 친구들이 여럿이었다. 한때는 근교에 나가 전원주택을 짓는 게 유행이더니 이제는 신도시 주택이 새 유행인 모양이다. 서울 아파트를 팔고 일부 자금은 대출했다고 하면서 집짓기 모험담을 털어놨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소규모 주거용 불법건축물. 건물 증·개축 등 불법건축물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강서구청

지인이 운영하는 조그만 주택건설회사에 맡겨 지었다고 했다. 꼼꼼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법건축물이라고 800만원의 벌금을 내고 일부를 다시 고치느라고 고생을 했다고 한다. 보일러를 넣는 알루미늄 새시를 설치했다가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1미터까지는 허용되는데 약간 더 길어서 그리됐다는 것이다.

친구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건축법을 들여다보고 친구 건축사에게 자문을 받아 따졌다고 했다. 그랬더니 근처에 건축법을 위반한 주택이 한둘이 아니더라고 했다. 일일이 사진을 찍어 담당 공무원에게 보여주면서 따졌다는 것이다. 공무원 왈, ‘고발이나 민원이 없으니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친구는 산을 내려와 주택가로 접어들자 이 집 저 집을 가리키며 ‘저게 모두 불법건축물’이라고 했다. 맨 꼭대기 층에 패널로 지은 집, 외부 계단에 녹색 차양을 설치한 집, 가스보일러를 넣기 위한 알루미늄 창고 등등을 불법건축물로 지적했다. 그가 가리키는 집들이 그의 말대로 불법건축물이라면 서넛 중 하나는 불법인 셈이었다.

통계조차 없는 불법 건축물

불법건축물에 관한 통계는 거의 없는 편이다. 부산시의 경우 15년 이상된 다가구 주택의 약 30%가 불법건축물이라는 추정치가 있다.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계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많아서 조사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는 일종의 벌금인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하니 해당 집주인들은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불법인 줄 알면서도 증축하거나 시설을 한 집주인들도 있겠지만 30% 가량이 불법 건축물이라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희박하게 만드는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대부분의 불법 건축물들이 주민들이 살다보니 불편해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가리거나 막는 시설이고, 일부는 과감하게 신축과 다름없게 증축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가 불법이라는 의식 없이 생활 편의를 위해 설치했을 공산이 크다.

또 건축업자나 시설업자들이 공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불법을 부추기거나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을 수도 있다. 불법으로 적발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군다나 이웃에도 그렇게 불법 건축을 한 집들이 많으니 문제가 없으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도심의 주택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근교 농촌에 가보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농가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른바 패널로 지은 창고들이 빼곡하다. 농사짓는 것보다 창고를 지어 임대하는 편이 수입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창고들도 대부분이 불법이라고 한다. 농작물을 키우거나 보관하는 온실로 허가를 받아 사실상 창고로 사용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공장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끔 벌금만 내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건축 관련법이 정교하지 못하다보니 불법건축물은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합법’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보다 정교한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픽사베이

세수 보충용 벌금인가

건축 허가를 할 때는 미관이나 이웃 주민에 피해를 주는 지의 여부를 세심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관련 건축법에 따라 짓도록 하는 것이 원칙일 터이다. 그러나 법을 위반한 불법 건축물이 너무 많다. 적당히 위반하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 버린 듯하다.

이렇다보니 건축 관련 공무원이 적발해 이행강제금 등을 매기면 불법이 되고, 눈감고 적발하지 않으면 합법이 되는 게 현실이다. 법은 있으되 법에 의하지 않고 담당 공무원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불법 건축물이 워낙 많다보니 민원도 많다. 몇 해마다 한번씩 불법 건축물에 면죄부를 주어 이른바 양성화 시켜주고 있다. 법대로 짓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누가 법대로 규정을 지켜서 건축을 할까.

공무원들은 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단속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모두 단속할 수도 없다고 한다. 국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시청이나 구청도 가끔 강제이행금을 부과해 지자체 수입을 늘려주니 싫지 않은 눈치다. 주민들 생각해서 환영하지는 못할 뿐이다.

법을 개정해 불법 건축물이 양산되지 않도록 하려니 도시 미관이 엉망이 되고, 철저하게 단속해서 불법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도록 하자니 주민들 표가 무서운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불법건축물과 건축법 위반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도시와 농촌의 미관은 망가지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박영균]

 박영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전 한국경제·한겨레 기자 

 전 세계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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