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정유년 닭의 해입니다. 닭은 새벽을 깨우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올해는 ‘붉은 닭의 해’로 밝고 총명하다는 의미까지 더해집니다.

힘찬 울음소리로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알리는 닭.

그러나 정작 ‘자신의 알을 꺼내가도 모른다’해서 아둔한 새로도 불리죠. 

대통령을 비하하는 ‘닭그네’ ‘닥그네’란 표현이 한때 포털 인기검색어가 된 적이 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이 ‘닭그네.kr’ ‘닭그네.com’ ‘닭그네.net’ 도메인을 쓸어갔습니다. 윗분의 심기를 염려해 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도메인 전문업체 후이즈에서 ‘닭그네’로 검색한 결과 화면. 청와대 비서실이 도메인 ‘닭그네.kr’의 등록인으로 명시돼있다. ©후이즈 홈페이지

인터넷 공간엔 닭이 그네를 타는 닭그네 패러디물도 나돕니다.

닭은 야성이 사라져 잘 날지는 못하지만 대신 잘 달립니다. 조상들이 잘 달려서 ‘달기’ ‘닭’이라 지었으리라 추정되는 이유죠.

‘뭐 그런 식으로 이름지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초기 언어란 게 대개 단순한 동작이나 행태에서 비롯된 예가 많습니다. ‘달리다’의 ‘달’에 접미사(이)가 붙어 달이> 달기> 닭으로… 지금도 일부 지방에선 ‘달기’라 합니다. 달기미산이란 곳도 있고… 옛말 흔적입니다.

달걀은 달기+알의 축약이지만 제주도로 가면 독새기로 바뀝니다. 닭이 낳은 ‘새끼’이니 닭+새끼> 닥새끼> 독새끼> 독새기가 된 거죠.

꿩과인 닭은 생김새에서 보듯 꿩과 사촌지간입니다.

“설날 떡국에 꿩고기를 넣은 것은 꿩고기가 맛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꿩을 상서로운 새로 여긴 때문이다. 그러나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일반 가정에서 기르는 닭을 잡아 닭고기를 떡국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출처/한국세시풍속사전)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긴 유래입니다.

야생의 꿩은 닭보다 잘 달리고 더 잘 납니다. 그러나 이미 닭이 ‘달기’라는 이름을 꿰찼으니 다르게 지어야 했을 겁니다. ‘꿔~꿩~’하고 우는 소리를 따 이름짓지 않았을까...동이 추정입니다.

 
 

계란에서 깨어난 병아리는 15세기에 ‘비육’, 17세기 문헌엔 ‘병아리’로 표기됩니다. ‘비육+아리(접미사)’가 변화를 거쳐 병아리가 됐다는 게 통설입니다. 비육은 병아리 울음소리 비육!> 삐육!> 삐약!에서 온 말이라죠. 뻐꾹! 뻐꾹! 울어서 뻐꾸기, 뜸북! 뜸북! 울어서 뜸북이, 지비지비! 울어서 ‘져비’ ‘제비’라 지었듯…

꿩 새끼는 ‘꾀벵이’로 불립니다. 꿩+병아리가 꿩병이> 꿔병이> 꾀벵이가 된 것이죠. 꿩 새끼가 약삭빨라 꾀벵이라 했다는 설도 있지만 설득력이 약합니다.

조상들은 닭과 꿩 새끼에겐 병아리란 호칭을, 다른 가축에겐 새끼 대신 아지란 이름을 주었습니다. 소의 새끼는 소+아지> 송아지, 말 새끼는 마+아지> 망아지, 개 새끼는 개+아지> 갱아지> 강아지 하는 식으로… 돼지새끼의 경우 돋+아지> 돈+아지> 도+아지> 도야지> 돼지로 부르다 어미 새끼 구분없이 써왔습니다.

아지는 앗이> 앗에서 나온 말로 ‘작다’란 뜻이고 씨앗할 때의 ‘앗’과 같습니다. 가축이름도 비교적 체계있게 지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닭의 해를 맞았지만 조류독감(AI)과 살처분, 계란 파동까지 겹쳐 이래저래  닭 수난시대입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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