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사과에도 법칙이 있다. 올바른 사과의 방법은 CAT만 기억하면 된다. Content(내용), Attitude(태도), Timing(시기)이 그것이다. 물론 사과의 법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잘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과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말들이 있다. 첫번째로 나는 누구이며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명확히 밝혀야한다. 둘째,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지와 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앞으로 일을 어떻게 바로 잡고 책임질 생각인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 모든 단계가 잘 지켜져야 비로소 사과다운 사과라 할 수 있다.

©픽사베이

지난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배경에는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기업은 반복적으로 생긴 죽음들을 쉬쉬하며 감췄지만, 피해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마트 대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 등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사과는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늦장 대응과 늦장 사과,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잘못을 시인하기까지 굉장히 먼 길을 돌아왔음에도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기보다 여론 달래기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사과’에 그쳤다. 사과하는 자세도, 태도도 모두 엉망이었다. 피해자들이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과 과정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기업 뿐만이 아니다. 여러 이익단체들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항상 거짓을 묵인하고 사실을 감추기 바쁘다. 어쩌면 자신들의 실수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불명예스럽다고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일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풀이보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게 때로는 더 중요한 법이다. 그래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태도이다. 이와 관련 JTBC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의원의 발언은 흥미롭다. “사과란 I'm sorry가 아니라 I was wrong이다”

사과받고자 하는 피해자들은 “죄송합니다”가 아닌 “잘못했습니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단순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기계적인 죄송함보다 우선이다. 부실한 면피성 사과는 상대를 위로하지 못하고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도 한다.

김려령 작가의 책 ‘우아한 거짓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 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잘못을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기 바란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말이다.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한 사과가 아니라 진짜 마음을 보일 때 상대가 받아들일 것이다. 미안함을 전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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