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안의 동행]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인권은 현재 어느 위치에 있을까. 예전에 비해 여성차별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또한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한 과제를 들여다봤다.

©픽사베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 전반에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기분이다. 표면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여권이 크게 신장된 것처럼 보인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이 남성과의 사적인 관계에서 우위를 가진다는 점을 희화화하여 우스갯거리로 만든다. 여성가족부에서 최근 실시한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 20대 남성 35%는 남성이 더 불평등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면서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필자는 여성이지만 요즘들어 남성의 편을 설 때가 크게 많아졌다. 그래야 남성이 앉아 있는 시소의 자리가 내려가지 않고 평행을 이룰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때로는 남성들과 같이 피해를 입는 입장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업무를 하며 능력 범위 밖의 일에 무턱대고 나서다 결국은 망쳐 놓고 “여자인데…”라며 칭얼대는 일부 여성들을 볼 때면 그런 마음이 든다.

몇 년 전 여성 야구팬을 대상으로 ‘왜 야구장을 다니는가?’를 설문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상위권에 랭크된 답변이 “유행이라서”였기 때문이다. 야구도 모른다. 계속 먹고 또 먹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보기 위해 펜스에 매달려 소리를 질러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여성 팬도 그들 때문에, 여자라는 이유로 ‘얼빠’(스포츠스타의 운동실력과 상관없이 얼굴만 좋아하는 팬)로 낙인찍힌다.

일상에서도 일명 ‘민폐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더치페이=루저페이’라는 여성들도 있다. 민폐녀들은 남자에게만 피해와 불쾌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같지만 다른 여성에게도 피해와 불쾌감과 함께 억울함을 준다. 물론 이러한 점은 여성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다. 남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죄 없는 꼴뚜기가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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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니즘 (feminism) [명사]
<사회>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페미니스트 (feminist) [명사]
1.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2. 여성의 자유와 권리의 확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언어는 변한다. 여성의 참정권과 교육권도 제대로 없던 근대 서구에서 여성운동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의 정의는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어감이 읽힌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단어로 들릴 정도다.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해보지도 않고 못 한다고 남에게 떠넘기고 책임은 회피하고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지 말라면서 정작 “남자가 뭐 그런 것도 못 해?”라는 여자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런 여자들이 더욱 사랑받고 보호받는다는 점이다.

사적인 관계에서 남자는 관계가 끝이 나고 나서야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남성의 여성혐오를 일으키기도 한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몇몇 위와 같은 여성들의 횡포로 인해 권리 주장이 우월주의로 둔갑해버린다.

여성이지만 양성평등을 말하는 사람을 가리켜 패미니스트들은 ‘명예남성’으로 부른다. 사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나 학대, 성폭행 등의 경험으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남성혐오를 표출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현대적 페미니스트들이 모두 그런 상처를 안고 있는 것도 아니며,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로 남성혐오가 성립 되었다 해도 언제나 따뜻하게 안아주고 투정을 다 받아줄 수는 없다. 치유가 필요한 것이지, 어르고 달래는 것은 진정 그 사람을 위한 일도 아니다. 그러기엔 모두가 피곤하고 고되게 살아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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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성들을 위한 반론도 존재한다. 예전에 비해 여권이 신장됐다지만 일상적 차별과 불편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리천장’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으나 한계가 분명하다. 여성의 직업도 서비스업 등이 상대적으로 많다. ‘남녀 임금 차이’도 개선되지 않는 문제다.

게다가 여성은 직장인과 엄마라는 두 개의 명함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존재다. 해시태그를 달아보자. #경단녀, #저출산, #늦혼, #노산, #슈퍼맘….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안장애를 안고 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여성 중에 기혼자는 흔하지 않다. 요구받는 것은 많은데 해결책은 없다. 메뉴판을 던져줄 뿐 조리도구도 주어진 주방도 없다. 결혼 만족도도 여성이 더 낮다고 한다. 대선후보들은 때때로 여성친화정책 등 달콤한 사탕을 물린다.

여성이 생물학적 약자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물리적인 힘의 차이는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큼의 성희롱과 성추행은 매우 흔한 일이다. 대중교통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10명 중 7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한 여성이 한 블록을 걷는 동안 몇 번의 성희롱적인 발언을 듣는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적도 있다.

여성은 나이에 따라 많은 제약을 받기도 한다. 어린 나이는 특히 나이 많은 남성들에게 빛나는 상장과 같다. 마치 “이것 새것이잖아”를 의미하는 듯한 상장. 장식장 트로피처럼 자신의 능력을 뽐내려 젊은 여자를 휘장으로 달고 다니는 남자들. 어느 개그맨은 20대 여자는 딸기, 30대 여자는 토마토라고 말했다. 채소이면서 과일인 척하는 토마토. 사람들은 웃는다.

여성들의 위상이 크게 올랐지만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양성평등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연상연하’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여성이 연하남을 만난다고 하면 “오! 능력 있네”라는 소리가 흔하게 들린다. 서로 사랑해서 만난 것이어도 그렇게 인식된다. 반면 남성이 연상이고 여성이 연하여도 ‘연상연하’인데, 이는 문제삼지 않는다.

우리가 겪는 남녀갈등과 여권신장문제는 마치 착시현상 그림과 비슷하다. ©플리커

현재 우리가 겪는 남녀갈등과 여권신장문제는 마치 착시현상 그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정보의 영향으로 시각 자극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사물에 대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개인마다 직․간접적인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어떤 시점에서 남녀문제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여성의 노출을 문제 삼지만 노출과 성범죄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봄․가을에 성범죄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성폭행 문제는 비단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도 많다.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편견도 없어져야 한다. 직업에 있어서도 유치원 교사나 간호사가 남자라면 이상한 시선을 바라본다. 남녀는 다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입장차를 좁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최선희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건축회사 웹디자인 파트에서 근무 중인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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