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최수안] ‘소확행(小確幸)’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에서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라고 정의했고,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도 비슷한 의미다.소확행이란 단어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올라올 만
[오피니언타임스=최수안] 친구에게 유명 아이돌 가수의 자살시도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 “네 건강부터 챙겨~”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이 지난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그의 이름과 빈소 등이 오르내리자 안타까움이 찾아왔다.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은 한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또 잃었다. 평소 연예계에 관심이 없던 나에겐 그 정도 의미였다. 그러다 늦은 밤 뉴스채널에서 고인의 자살 전 글들을 보면서 우울증과 관련된 기억이 되살아났다.너무도 조용한 곳, 예약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의사는
[오피니언타임스=최수안]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이에게는 감정도 사치인걸까. 편리함을 찾는 요즘, 오히려 편안함을 잃는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위태로운 것을 향하는 게 순리인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정규직처럼 불확실성이 넘친다. 성장통일지도 모르는, 상처받고 아파하는 일도 감정 소모일 뿐이고 바쁘고 벅찬 일인지도 모른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낯설음을 경계하는 것도 당연하다.'잘 해줘봤자 아무 소용없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 중에 순수한 진심으로 상대를 대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순수한 진심이라면 그런 말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보험 들어 놨다”라는 표현은 만약을 대비하여 차선책을 마련해 두었다는 식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 보험을 들어놨다는 것은 ‘내가 예치한 보험금으로 보험회사 직원 월급을 주고 뭇사람들에게 지급되며, 나는 현금지급기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작 내가 아파서 보험금을 받거나 대비책으로 가입을 하려면 온갖 수치심과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최근 필자는 실비보험에 가입을 요청했다 거부당했다. 201
[오피니언타임스=최수안] 늦은 저녁 창문을 열었고 찬바람을 맞아버렸다. 얼굴보다 가슴이 시리다. 시련을 견디기에는 여름이 좋았다. 가을은 황홀해서 서럽다. 여름에 끝내야 했다. 또 그렇게 뒤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은 듯 아프다. 많은 것을 더위 탓으로 돌리고, 더위에 집중해 다른 것들을 잊고, 여름에는 크게 마음을 내주지 않아도 되었기에 담담하게 여름에 끝내야할 것을 이 계절까지 가져온 것이다.계절처럼 다시 돌아오는 것은 잃어버린 것들이 아니라 마음속에 반성문을 쓰며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시간들이다. 구름이 가려주었던 현실이 말간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1945년 8월 22일,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은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을 부산항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3일 후 부산항에 도착했어야 할 제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24일 대한해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수면 아래 침몰했다. 광복 후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돌아오던 수많은 조선인들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망자가 500여 명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탑승자 명단과 사고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후 수년 동안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유리구슬이 있다. 이 구슬에 뜨거운 물이 가득 차서 깨져버리면 유리조각이 마음을 찌른다. 마음의 병은 몸의 병으로 옮겨간다. 몸과 마음을 지독한 열기가 지배하지만 폭염주의보는 뒤늦게 전달된다. 화산이 폭발해야만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많은 생명이 멸종 위기에 놓이지만 프레온 가스를 유발하는 제품 사용량은 줄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유리구슬이 깨져 마음에 병이 생긴 상태가 우울증이다. 이 병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서 여러 오해들을 부른다. 사람들은 일단 눈에 보이는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옛날 우리 집 비디오테이프 장식장 안에는 ‘80년 광주 민주화항쟁 운동 실황’이라는 라벨이 붙은 테이프가 있었다. 어느 날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그 테이프를 꺼내 재생버튼을 눌렀다.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또 이런 기억이 있다. 우리 집은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도로에 사람이 가득 차 있던 기억.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최루탄 냄새에 코가 간지러웠다. 그러면 ‘어?! 또 데모하는 구나’하며 거리로 나선다.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자욱해 눈과 코를 자극한다.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콧물이 줄줄 흐른다. 매운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했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아직은 난세가 아닌가 보다. 대통령 후보자 면면을 살펴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일부 후보는 자기 밥그릇에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상한가를 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1107만231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26.06%를 기록했다. 직전 선거 사전투표율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투표 열풍이 이어져 본 대선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면 한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야구는 인생과 닮은점이 많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0:3으로 지고 있어도 만루홈런 하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진아웃을 많이 당해본 사람이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 수많은 실패와 경험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뜻이다.9회말 2사만루 끝내기 홈런은 가장 극적인 상황에 극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 홈런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상대 투수 성향은 어떤지, 이번 공은 투심 패스트볼일지 혹은 체인지업일지, 주자의 리드 폭은 얼마나 가져갈지….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인권은 현재 어느 위치에 있을까. 예전에 비해 여성차별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또한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한 과제를 들여다봤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 전반에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기분이다. 표면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여권이 크게 신장된 것처럼 보인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이 남성과의 사적인 관계에서 우위를 가진다는 점을 희화화하여
몇 년 전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정 많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인이 다정(多情)한 이유가 아이를 업어키우는 문화 때문이라고 했다. 등에는 신경세포가 많이 분포돼있어 부모에게 안겼을 때와 업혔을 때 아이가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에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오다리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업는 대신 안아 키운다. 그래서일까. 주변을 보면 예전에 비해 양보, 배려 등 미풍양속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동양의 고전 윤리관에서는 관계를 중시한다. ‘인간(人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인권을 짓밟는 것은 곧 살인이다. 인권이 손상되는 일은 여러 곳에서 자행되고 있지만, 직장을 중심으로 노동과 인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직장이란 딜레마다. 취업을 못 해도 문제고, 해도 문제다. 안 다닐 때는 다니고 싶고, 다닐 때는 다니기 싫다.취업 전: 회사나 가고 싶다.취업 후: 회사 나가고 싶다. 우리는 저마다 일을 하며 각각의 고민을 안고 살지만 때론 같은 생각, 같은 고민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
시국은 난국이다. 속보 같지 않은 속보가 날아든다. 난세에 나타난다는 영웅은 어디에? 임진왜란 때, 임금은 도망가고 백성들이 나라를 지켰던 것처럼 시민이 영웅이 되어야 하는가? 역사가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인가? 글 쓰는 사람으로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너무나 할 말이 많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지경이다. 현 시점은 내게 나의 어린 시절, 노태우 정권 때의 학생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대학가에 살았던 나는 ‘경찰도 좋은 사람이고 학생도 공부하는 좋은 사람인데 왜 싸우지? 대학생이 되면 격문이라도 뿌려야 하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의 일상과 삶을 함께 공유하고 진심을 나누며 유대감을 이루는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그것은 ‘만남’이라 한다. 하지만 이토록 소중한 인연을 그저 명품 백처럼 어깨에 걸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가방 속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허영만이 있을 뿐이다. 없는 사람이 더욱 치장하는 법이다. 인맥을 이용해 부족한 자신을 우월하게끔 꾸미는 사치품에 불과한 것이다. 그럴수록 자신의 어깨가 무거워짐도 알아채지 못하는 무감각자들이다. 자립할 수 없는 인간, 곧 스스로
노인도 사람이다. 늙어버린 청춘일 뿐이다. 어쩌면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더딘 사회’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듯싶다. 록(rock) 음악을 좋아하는 40대가 있다. 하지만 록페스티벌에 가고 싶어도 젊은 사람들만 있는 곳에 자신이 가도 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다. 하물며 중·장년층을 건넌 노년층은 어떻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고 한다. 돈이 있어야 어른 대접도 받는 것이다.“젊을 때 뭐했어? 돈 좀 벌어놓지. 자기가 게을렀던 탓이지.” 아픈 청춘이라며 칭얼대면서도 이런 말을 쉽게 한다. “
청춘은 푸르른 봄이다. 푸를 청(靑), 봄 춘(春) 푸르다 못해 시퍼렇게 멍이든 것 같다. 또한 빛나는 여름이다. 하지만 이상기온으로 폭염에 시달리는 청춘은 시들어있다. 나의 휴대폰으로 요란한 경보음을 내며 ‘긴급재난문자’라며 폭염경보가 날아들었다. 너무 훤한 빛에 눈이 부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뜨거운 몸과 마음으로 살아감에 있어, 벌써 지친다. 갈증이 밀려온다. 청년들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벌레들처럼 몰려간다. 타죽을 수도 있는 건데. 포화(飽和)상태는 포화(砲火)상태를 불러왔다. 무력(武力)앞에 우리는 무기력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