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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하는 오버워치 후기[김채린의 작은 음악상자]
김채린 | 승인 2017.03.24 09:13

나는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게임이라면 잘 하지도, 알지도 못해서 평생 나와 상관없는 분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FPS 게임인 오버워치(Overwatch)를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 다른 게임에는 여전히 관심이 생기지 않지만, 오버워치만은 매주 한번 이상 꾸준히 접속하고 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재미있어 보여서’였다. 어두운 분위기에 예쁘지도 않고, 징그럽게 생긴 캐릭터들이 가득한 다른 게임의 그래픽은 나와 같은 게임 초심자가 입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피가 흐르는 전장이 아니라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밝은 분위기에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는 배경인 맵(map)이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곳곳을 본따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중국,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도시를 표현한 배경들은 게임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오버워치 홈페이지

‘66번 국도’, ‘할리우드’는 미국을, ‘리장 타워’는 중국을, ‘하나무라’는 일본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이외에도 독일, 이집트, 브라질,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의 맵도 존재한다. 맵의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간판이나 자연물에 각국의 특성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어 마치 해외여행을 온 듯 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정 대륙이나 국가에 치우치지 않고 세계 여러 도시의 미래 모습을 꼼꼼히 현실 반영하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직 누구나 이름을 들어 보았을 만한 유명 국가의 맵만 존재하는 것이 아쉽다. 더 많은 국가의 맵이 출시되어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하고 싶다. 덧붙여서 한국 맵이 나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게임상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독특하지만 과하지 않은 개성의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은 다양한 국적, 성별, 연령과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기존 게임들과 다른 그들의 설정이 눈에 띄었다. 주 소비자가 남성인 지금까지의 게임 시장에서, 여성 캐릭터는 대개 ‘보기 좋은’ 외모를 갖추는 것이 기본 설정으로 되어 왔다. 얼굴과 몸매가 비현실적으로 예쁘고 화려하게 묘사되기 마련이었고, 의상은 전투에 어울리지 않게 노출이 많고 얇은 소재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여성 캐릭터들의 나이는 아주 어리거나 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오버워치의 캐릭터들은 그런 관습적인 부분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파격적인 설정으로 만들어져 있어 신선했다. 이집트의 노인 여성 저격수라는 설정을 가진 ‘아나’가 그 예이다. 가냘프고 여성스러운 몸매라는 설정 또한 오버워치에서는 공식이 아니다. 러시아 여성이지만 남성 캐릭터 못지않게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갖춘 숏컷 헤어의 ‘자리야’, 통통한 몸매에 노출이 없는 털옷을 껴입은 중국인 모험가 캐릭터 ‘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키가 크고 우람하게 묘사되던 남성 캐릭터의 고정관념은 키가 작은 남성 노인 캐릭터 ‘토르비욘’으로 파괴된다.

물론 오버워치에도 노출이 있거나 너무 붙는 옷을 입은 마른 몸매의 여성 캐릭터가 꽤 존재한다. 남성 캐릭터는 대부분 근육질 몸매거나 덩치가 크다. 하지만 캐릭터의 역할에 맞는 체격과 옷차림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인기 캐릭터인 ‘트레이서’가 동성애자라는 공식 설정이 크리스마스에 밝혀지는 등, 기존 게임들에 비해 고정관념에서 더 많이 벗어난 자유로운 설정으로 다양한 인물상을 반영하고 있어 게임이 다채롭게 느껴진다.

오버워치의 다양한 캐릭터들. 비현실적인 얼굴과 몸매로 무장한 다른 게임과 달리 늙거나 통통한 여성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오버워치 홈페이지
 

게임을 하며 실제 돈으로 게임상의 기능을 구매하는 등의 활동을 보통 ‘과금’하거나 ‘현질’한다고 한다. 게임 캐릭터의 옷부터 게임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아이템, 기능, 심지어 게임 플레이 이용권까지, 많은 게임들이 이런 현질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오버워치는 그런 유도가 거의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우선은 게임 자체가 유료 게임이다.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거나 게임이 설치되어 있는 PC방에 가야만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금액 자체는 5~6만원 선으로 아주 싼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구입만 하면 게임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캐릭터의 옷, 게임을 하며 사용할 수 있는 스프레이(맵의 구조물에 표시를 남길 수 있는 장신구), 승리할 때의 포즈, 캐릭터의 음성 등 부가 아이템들은 게임을 하며 충분히 얻을 수 있어 추가로 발생하는 금액이 없다시피 하다. 섬세하고 예쁜 그래픽, 안정적이고 재미있는 게임 서비스를 그 정도 금액에 구매해서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매력은 오버워치 속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와 배경 이야기에 있다. 오버워치는 게임 뿐만 아니라 ‘시네마틱 트레일러’라는 이름의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제공한다. 또한 게임사인 ‘Blizzard(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에는 캐릭터들의 예전 이야기를 담은 만화도 연재되어 있다. 이들은 일반 3D 애니메이션 영화나, 만화에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특히 영상의 경우, 디즈니 등 유명 애니매이션 영화와 비교해 손색없을 만큼 정교하게 제작됐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게임뿐만 아니라 영상과 만화 등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게임 스토리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면서 게임에 더 애정을 갖는 경우를 많이 봤다. 탄탄한 스토리 위에 게임을 만든 것도 인기몰이 요인으로 보인다.

궁수 캐릭터 ‘한조’는 일본어로 기술을 시전한다. ©오버워치 홈페이지

외국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특히 블리자드의 전략이 통했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들이 기술을 쓸 때, 그 대사는 원어로 녹음되어 있었다. 게임 시스템을 한국어로 설정하든, 영어로 설정하든, 아니면 다른 어떤 언어로 설정하든 특정 대사는 캐릭터의 모국어로 되어 있어 번역되지 않고 원어로 나왔다. 이는 일부러 각국의 담당 성우가 캐릭터의 모국어로 그 특정 대사를 녹음한 것이다. 예를 들어, 궁수 캐릭터인 ‘한조’의 기술 시전 대사는 일본어인 “龍が我が敵を食らう!(류가 와가 테키오 쿠라우)”이다. 오버워치를 한국어로, 영어로, 일본어로 플레이 해보면 각각 그 나라 언어로 음성이 출력되지만, 위의 저 대사 하나만큼은 어떤 언어로 플레이해도 일본어로 출력돼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다.

오버워치의 트레일러 영상 또한 이러한 다국적 설정을 잘 반영했다. 다양한 더빙 버전이 있지만 원본 영상은 영어로 더빙되어 있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출신이 다양한 만큼 그들의 영어 억양이 국적에 따라 다양하게 발음된 것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프랑스인 캐릭터 ‘위도우 메이커’는 멕시코 캐릭터 ‘솜브라(Sombra)’를 부를 때 프랑스식 발음인 ‘쏭브하’라고 부르고, 당황했을 때 ‘Quoi?(뭐라고? 라는 뜻의 프랑스어)’라고 혼잣말을 한다. 솜브라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만큼, 영어를 스페인식으로 읽어 된소리를 많이 내는 억양으로 말한다. ‘친구’라고 부를 때는 ‘friend(영어, 친구)’가 아니라 ‘amiga(스페인어,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실성 있게 언어에도 신경을 써서, 사용자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게임만 플레이해도 세계 여러 나라의 말을 들어볼 수 있어 얻는 것이 많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이 게임을 해보고, 분석하며 인기 있는 게임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배웠다. 여러 계층의 사용자를 고려하고, 기존 게임 속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히 무시하면서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제작했다는 것이, 유료에 나이 제한까지 걸려 있는 오버워치가 국내에서 안정적인 2위(온라인 게임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판단했다. 오버워치는 눈 앞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더 자극적으로, 더 중독성 있게 만드는 게임 회사들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사람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앞으로도 게임 상에 지속적인 보완과 남들이 하지 않았던 시도를 통해 더 많은 인기를 끌기를 바란다. [논객닷컴=김채린]

 김채린

 노래 속에는 고유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숨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 합니다.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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