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어디 먼 곳에 갈 때마다 기념품을 사 오는 버릇이 있다. 얼마 전에는 기념품 상자를 꺼내보다가 맨 밑에 깔려 있던 스티커를 발견했다. 지금은 쓸 수 없는 6년 전 달력이 그려진 스티커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등학생 시절, 대학 탐방을 갔을 때 교내 문구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당시 대학이랑 큰 관련도 없는 스티커를 기념품으로 고른 이유는 ‘내가 스티커를 좋아하니까’였다.최근에 모은 기념품들은 조각상이나 열쇠고리처럼 ‘기념품’ 하면 딱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장식물에 관심도 없는데 이런 것들을 고른 이유는 ‘아무
언어가 생겨난 이야기를 듣다모든 인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었던 먼 옛날, 인간들은 하늘에 닿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밝은 태양과 무수한 별들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직접 하늘까지 도달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탑을 짓고 여기에 ‘바벨탑’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그들의 교만함은 신의 분노를 샀고 인간들은 서로 소통할 수 없도록 각각 다른 말을 하는 저주를 받게 되었다.성경에서는 이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여러 언어가 생겨나면서 인간의 온갖 갈등과 불통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커피와 술 대신 차(茶)를 마시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탄산도 커피도 안 마시고 온갖 차에만 관심을 두는 내게 사람들은 왜 삶의 즐거움을 외면하는지 의아해하지만, 단지 취향 차이일 뿐 차를 편애하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이번 가을엔 ‘찻잎책갈피’라는 이름의 작은 차 모임을 알게 됐다. 평균 연령 약 21세, 술을 마시며 열정을 외치는 동년배의 청춘들 사이에서 차를 마시며 냉정을 추구하는 독특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얼마 전 3명의 멤버들과 함께 첫 번째 차회를 가졌다. 멤버들끼리 찻집에서 만나 다양한 차들을
충격적인 첫 장면, 그리고 기발한 설정[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수업종이 울리고, 반장은 담임에게 인사할 준비를 한다. ‘기립’ 소리에 모두가 총을 꺼내고, ‘차렷’ 소리에 조준한다. ‘경례’ 신호에 맞추어 모두가 담임에게 난사를 가한다. 담임 선생님은 마하 2의 속도로 움직이는 초생물(괴물), 졸업 전 목표는 담임 선생님의 암살. 바로 애니메이션 ‘암살교실’의 첫 장면이다.암살교실은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의 후지TV에서 방영됐던 작품이다. 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만화책도 큰 주목을 받았
이쯤 되면 시원하게 비가 올 만도 하건만, 요즘 날씨는 더워지기만 할 뿐 좀처럼 비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천엔 평소보다 음악 듣기가 더 좋다. 하루 종일 시원하고 사람들의 감성이 촉촉해질 뿐만 아니라 음악 소리에 빗소리가 섞여 더 운치 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날 듣고 싶어지는 노래들 역시 비에 관련된 것들이다. 오늘은 그 중 3곡을 선별해 소개한다.우천(雨天) 클래식,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노래다. ‘비’하면 사람들 마음 속에 번뜩 떠오르는 애창곡 중 하나지만, 솔직히 나에
‘영드(영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들어는 보았을 만한 드라마, ‘셜록(SHERLOCK)’이 시즌 4로 돌아왔다. 셜록은 아서 코난 도일의 고전소설 ‘셜록홈즈’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추리극이다. 기묘한 사건을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 CG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올해 초, 마침내 셜록 새 시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러닝타임(상영시간)이 무려 90분에 달하는 이 드라마는 그만큼 제작 기간도 굉장히 길다. 2010년 7월25일
인도의 위대한 시인이자 사상가인 타고르는, 우리에게 ‘동방의 등불’과 ‘기탄잘리’로 잘 알려져 있다. 동방의 등불은 일제강점기 중 그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시이다. 조국인 인도의 영국 식민지화 상황을 대한제국의 일본 식민지화에 투영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수탈이 악랄했던 1920년대 문화통치기에 발표되어 한민족을 감동시키고 독립의 희망을 갖게 했다. 기탄잘리는 신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종교시다. 그의 미학 세계와 종교적 성향이 잘 드러나 있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다.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그 등불 다시 한번
나는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게임이라면 잘 하지도, 알지도 못해서 평생 나와 상관없는 분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FPS 게임인 오버워치(Overwatch)를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 다른 게임에는 여전히 관심이 생기지 않지만, 오버워치만은 매주 한번 이상 꾸준히 접속하고 있다.처음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재미있어 보여서’였다. 어두운 분위기에 예쁘지도 않고, 징그럽게 생긴 캐릭터들이 가득한 다른 게임의 그래픽은 나와 같은 게임 초심자가 입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피가 흐르는 전장
얼마 전 유행했던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아름다운 작화와 유명한 감독, 감동적인 스토리와 더불어 유독 인기를 끈 것은 영화 OST였다. 삽입곡이 인기를 얻다 보니 공공장소에서 일본 노래를 틀거나 부르지 않았던 암묵적인 룰이 깨지고, 대형 서점의 음반 코너에서 OST인 ‘前前前生(전전전생)’, ‘何でもないや(아무것도 아니야)’가 들리곤 했다. 노래방 인기 차트에도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는데, 이런 곡들을 부른 것이 오늘 소개할 RADWIMPS(래드윔프스)이다. 래드윔프
벌써 새해 첫 달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지만 목표를 끝까지 이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작심삼일에 흐지부지된 계획을 보며 스스로 원망하기보다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줄 노래들을 모아 보았다. 1. One Direction(원 디렉션)의 “What Makes You Beautiful(널 아름답게 하는 것)”“You don’t know your’re beautiful oh oh, that’s what makes you beautiful.”(넌 네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매우 뜨거웠다.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다.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 삶의 이유였고 큰 기쁨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이룬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그런 시절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매달 치러야 했던 각종 시험이며 교내 대회들은 친구들과의 경쟁이라는 근본적인 모습에서부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심화된 형태로까지 변화하며 나를 옥죄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던 것들 중 가장 나와 가까웠던 건 음악이었다. 꿈을 이룬 순간을 생각하며, 아티스트들의 땀과
처음 듣는데도 ‘어디서 들어본듯한’ 음악들이 간혹 있다. 이런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익숙함과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버스커 버스커(Busker Busker)의 ‘정류장’ 역시 그런 음악 중 하나다.어쩌면 우리가 이 음악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노랫말 속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우리에게는 유난히도 힘든 날이 찾아온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피로하고 우울한 날 말이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 너덜너덜해진 나를 보러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라스트 파티(Last party)’는 레바논 태생의 영국 팝 싱어송라이터 미카(MIKA)의 노래로, 2015년 4월에 발표된 정규 4집 ‘노 플레이스 인 헤븐(No place in heaven)’의 3번째 수록곡이다.처음은 차분하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피아노 반주, 음의 큰 오르내림 없이 잔잔한 노래를 부르는 미카의 목소리가 우아하게 어우러진다. 코러스 부분에 돌입해서는 음악의 톤이 높아지며 여러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2절의 코러스에서는 현악기를 비롯한 오케스트라들이 등장해 갑자기 웅장하고 풍성해진, 격정적
무대의 막이 오르면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나도 같이 돌면서 춤을 춘다. 나는 무대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수석 무용수다. 그런데 갑자기 음악이 기괴할 만큼 빨라지고, 사람들도 그에 맞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돈다.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바닥이 내게 가까워지는데 지금이라도 나를 일으켜 주려는 사람은 없다. 다들 자기 춤에 집중하느라 딴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결국 딱딱한 무대 바닥이 내 등에 닿으며 척추를 강타한다. 음악 소리가 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