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제가 후보되는 날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초상집 상주가 될지, 잔치집의 혼주가 될지는 한번 지켜보자. 지금 선거가 코앞에 와 왔는데 누구를 쳐내고 할 계제가 아닙니다. 지게 작대기도 필요한 것이 대통령 선거입니다. 당 내분 정리하는 데 시간 보내다 대선 끝낼 겁니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선거 전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친박세력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패널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코앞의 대선을 맞아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라는 상황을 ‘지게 작대기’에 비유했습니다. 당시 홍 후보 발언은 ‘농번기엔 부지깽이도 뛴다’는 속담을 연상케 했었죠.

여하간 선거는 끝났고…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홍 후보의 낙선으로 지게 작대기 꼴이 됐습니다.

지게 작대기는 지게를 받치는, 끝이 Y자로 갈라진 나무막대기입니다. 지게는 몸체와 작대기, 바소쿠리(발채)가 한 벌이죠. 배낭 메듯 두 어깨로 짐을 지고 내릴 때는 지겟작대기를 비스듬이 받쳐놓습니다. 부스러기 짐은 지게 다리에 바소쿠리를 얹어 날랐습니다.

남부여대(男負女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남자는 짐을 지고 여자는 이고 나른다는… 가난한 이들이나 재난당한 사람들이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온갖 고생을 하며 떠돌아다니는 것을 이르죠. 6.25전쟁 당시의 피난민 행렬이 딱 그 모습입니다.

지게질은 주로 남정네가 했고 임 질은 아낙네들 몫이었습니다.

아낙네들이 물동이나 보따리를 머리 위에 일 때는 똬리란 걸 사용했습니다. 짐과 머리 사이를 괴는 물건으로 또아리, 또가리, 또야리, 또바리로도 불렸습니다. 짐의 무게를 분산시켜주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똬리가 없을 땐 수건 같은 것을 둘둘 말아 썼습니다.

강원도 정선 그림바위마을 박물관에서 만난 1940년대 아낙네 모습. 똬리로 받친 물동이를 이고 있는 아낙 옆으로 지게가 보인다. ©동이

‘똬리 끈 입에 물고’(한효순)란 시가 있습니다.

머리에 인 물동이 찰랑찰랑 발걸음 뗄 때마다 정수리에 머물던 소리
부여안은 물동이 아래로 치켜 올라간 저고리~
질끈 동여맨 허리띠엔 매운 시집살이 눈물이 줄줄이 엮여지고
접어올린 소매 끝 틈바구니엔 가난이 엷게 흘렀었지~
똬리 끈 질끈 문 이(齒) 맞 부딪으며 터진 입술 사이로 숨 죽인 신음소리 뱉어내다가~

물동이질하는 여인네의 애환을 그렸습니다.

똬리는 짚이나 헝겊을 둥글납작하게 틀어서 심을 만들고 짚이나 왕골, 골풀, 헝겊, 죽순껍질로 쌌습니다. 짐을 일 때 똬리가 떨어지지 않게 끈을 달아 입에 문 채로 이었습니다.

똬리란 표현이 들어간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똬리미역(똬리처럼 말아놓은 미역)이나 똬리굴 정도. 똬리굴은 고산지대에 선로를 깔때 열차가 급경사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긴 원형의 똬리형태로 완만하게 빙글빙글 돌게 만든 굴입니다. 강원산간 지역에 있습니다.

똬리의 고어는 ‘또애’. 또애가 또아리 > 똬리로 변했으리라 추정됩니다.
뱀이 자신의 몸을 둥글동글 말고 고개를 바짝 쳐든 모양새를 ‘뱀이 또아리를 틀었다’ ‘또아리 튼 뱀’이라고 하죠. 또아리 튼 뱀이나 똬리의 모양이 비슷하듯 말뿌리도 같다고 봅니다.

똬리의 고어인 ‘또애’는? 배설물을 의미하는 ‘똥’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꼬마들이 땅에 실례하는 모양이 ‘또아리 튼 뱀’과 같죠.

‘똥알’이 똥애 > 또애 > 또알 > 또아리 > 똬리로 바뀌어져 왔으리라 볼만한 근거입니다. 알은 둥그런 모양이나 내용물을 지칭하는 명사일테고요.

요즘은 보기 힘든 지게와 똬리. 어려웠던 시절의 애환들과 사라져 갑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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