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린의 작은 음악상자]

‘영드(영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들어는 보았을 만한 드라마, ‘셜록(SHERLOCK)’이 시즌 4로 돌아왔다. 셜록은 아서 코난 도일의 고전소설 ‘셜록홈즈’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추리극이다. 기묘한 사건을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 CG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마침내 셜록 새 시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러닝타임(상영시간)이 무려 90분에 달하는 이 드라마는 그만큼 제작 기간도 굉장히 길다. 2010년 7월25일에 시즌 1이 방영된 지 무려 7년 만에 시즌 4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린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 한 줄 감상평을 쓰자면 ‘이게 셜록이라고? 정말?’ 정도가 되겠다. 재미가 없던 것은 아니나 여러 모로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이번 시즌은 캐릭터 설정도, 스토리의 방향도 잃은 것처럼 보였다.

©BBC one

우선 각 인물(캐릭터)의 성격이 처음과 크게 달라진 것이 문제였다. 앞서 시즌 3의 2화, 존 왓슨과 메리 왓슨의 결혼식 에피소드 때에도 자칭 타칭 ‘소시오패스’인 셜록이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비평을 받았다. 첫 등장 때부터 줄곧 기계 같은 분석력과 감정 없는 빠른 말투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어 온 셜록이, 어떻게 친구의 결혼식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쓸쓸함도 느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더 나아가 완전히 인격이 바뀐 듯한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언제나 칼 같이 추리하던 셜록이 사리분별을 정확히 하지 못해 실수하고, 추리가 틀리자 당황하며, 심지어 정성껏 존 부부의 아기를 돌보는 낯선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셜록이 존 가족에게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헌신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소시오패스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누군가’(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설명은 생략한다)는 셜록을 대놓고 감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성격이 바뀐 것은 ‘분노의 제왕’이 된 존이나, ‘겁쟁이’가 된 마이크로프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간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인물의 가치관이 변했다는 해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새 시즌의 1화 첫 장면부터 생강 비스킷을 먹으며 산만하게 떠드는 셜록은 보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주연 두 명과 조연 한 명의 성격이 바뀌니, 드라마를 보며 다음 내용을 상상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드라마의 전개가 원작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점도 눈에 거슬렸다. 어차피 원작으로부터 인물의 모티브만 따 온 드라마이니 어느 정도는 감안한다고 해도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스토리를 끌고 나간 것인지 유감스럽다. 시즌 4의 1화, ‘여섯 개의 대처상’에서부터 셜록 주변의 중요 인물이 한 명 죽는다. 전혀 죽을 거라고 상상도 못한 인물이 말이다. 시즌 4는 전반적으로 인물들의 과거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좋지 못한 과거 때문에 위협을 받은 이 인물은 모든 위협과 위험 요소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1화 마지막 장면에서 허무하게 죽는다. 드라마에 재미와 활력을 더해 주던 인물이 굳이 죽어야 했는지, 적어도 ‘이렇게’ 죽어야만 했는지 아쉬운 기분이 든다.

게다가 이전 시즌의 빌런(악역)이었던 모리아티가 사라진 후, 시즌 4에서는 새로운 빌런이 생긴다. 이 새로운 인물은 셜록과 매우 밀접 관계에 있는(그러나 셜록은 그 존재를 몰랐던) 사람인데 이 인물의 등장이 어쩐지 각본상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느껴졌다. 억지로 ‘세계 최고의 천재’, ‘감정 없는 냉혈한’ 같은 타이틀을 그녀에게 달아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셜록 시즌4 스틸컷 ©KBS

홈즈 형제만 해도 작중 세계에서는 최고 수준의 두뇌인데 여기서 훨씬 더 똑똑한 인물이 등장한다고? 이 인물에 비하면 셜록 홈즈가 ‘너무 감정적’이라고? 마치 만화 ‘드래곤볼’ 에서 처음에 강했던 캐릭터들이 나중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더 강한 캐릭터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이건 너무 ‘사기캐(지나치게 잘난 캐릭터)’가 아니겠는가. 베이커 거리의 자택에서는 등 돌린 채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누가 방문했는지 알던 셜록이, 이 인물 앞에서는 간단한 공간 트릭도 풀지 못했다는 점도 납득이 안 됐다. ‘누가 주인공이지? 이게 무슨 스토리지?’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국민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누구에게나 개방된 ‘셜록’이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추리 드라마의 특성상 살인과 폭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지만, 시즌 4의 3화에서는 그게 조금 과했다. 눈 앞에서 사람이 총을 맞아 피가 유리에 튀거나 사람을 절벽에 매달았다가 떨어뜨리는 등 15세 이용가로 보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장면이 삽입됐다. 지금까지 사건 해결을 진행하면서도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고, 인물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건만 이번 시즌은 내내 서로간의 갈등, 어두운 면, 잔인한 살인 장면이 이를 대신했다. 그래서 긴장이 계속 긴장으로 이어져 마치 추리 드라마가 아닌 공포,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했다.

전 세계의 셜록 애호가들과 시청자들은 셜록 시즌 4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낯설어진 셜록의 모습에 당황했다. 스토리의 흐름으로 보아 앞으로 한두 개의 시즌이 더 촬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시즌으로 인해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팬들이 전과 같은 기대를 가지고 드라마의 발표를 기다려 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다. 새 시즌에 대한 이런 저런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꼭 여러 번 돌려 보며 분석하는 것이 팬의 마음인데, 아무쪼록 캐릭터들이 ‘너무 멀리 가지 않는’ 다음 시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김채린

 노래 속에는 고유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숨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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