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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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개 한마리 집으로 들였다. 할매는 염소 같다 했고 부친은 시골 똥개 같다 했다. 나는 사슴 같아 데리고 왔다. 개는 유기견 때 버릇이 남아 마른 것을 온이 씹지 않고 넘겼다. 끼니때마다 밥을 줘도 저에겐 늘 기약 없는 마지막 음식처럼 허겁지겁 했다. 습관이었다.

2번 찍은 할매에겐 운동권의 교정을 노닐던 아들이 있다. 개가 거실 바닥에 차진 똥을 쌀 때면 둘은 꼭 9시 뉴스로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더 거슬러 올라 집구석 전설을 헤아리면 이 몸뚱아리에도 좌우의 피가 두루 흘렀다. 개의치 않았다 마냥 자연이고, 습관이었다.

지난 스무 해 동안 떡볶기를 떡볶이로, 할매의 분식집 메뉴판을 제멋대로 오독해 왔다. 이제 와 보니 떡볶기였고 수재비였다. 할매 배 위의 전대(纏帶)가 싱크대를 스쳤다. 오목해진 몸피는 하루 매상을 극적으로 티냈다. 나는 허름한 외관을 탓했고 부친은 때 지난 맛에 성을 냈다. 할매는 요즘 것들이 배가 불러서라고 했다.

죽은 개를 기릴 때도 눈을, 털을, 꼬리를 우리는 제각기 그리워했다. 어찌 같이 사나 싶은, 그럼에도 기어코, 기어코 흘러가는 한 가족의 습관이었다.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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