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올 봄 텃밭에 심은 고구마가 몸집을 불려가고 있습니다. 순을 삶아 먹어도 될만큼 컸습니다. 한 이랑에 너댓포기씩 심었습니다. 

©동이

텃밭농사로 비교적 무난한 작물이 고구마입니다. 오이나 호박, 고추에 비해 재배하기 쉽고 병충해도 심하지 않죠. 거름 안해도 잘 자라는 편이어서 동이 텃밭작물 1호입니다.

물론 멧돼지가 출몰하는 산간지역은 기피작물 1호입니다. 멧돼지가 큰 주둥이로 고구마 이랑 한번 헤집으면 그해 고구마농사는 끝입니다. 전기 철조망같은 초강력 보호책을 치지 않는한 멧돼지를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고구마는 순이 너무 무성하면 알이 잘 들지 않아 심을 때 거름을 많이 안하는 게 좋습니다. 순이 웃자라면 자기들끼리 엉켜서 썩기도 해 동이는 거름을 거의 안줍니다. 거름값 절약되죠. 그래도 해걸이없이 수확이 잘 됩니다. 병충해에 약한 작물은 자칫 모종 값도 안나오는 수가 있는데, 고구마란 녀석은 일단 순이 살면 제 스스로 힘차게 뻗어나갑니다. 5월 초 심은 고구마순(500개) 중 일부가 죽어 보식했습니다. 작업은 간단합니다.

먼저 길게 자란 고구마 순을 자릅니다.

잎이 많으면 뿌리 내리기가 힘드니 두세잎만 남깁니다.

자른 순을 죽은 자리에 밀어넣습니다.

‘고구마 심는 농기구’는 농자재상에서 팝니다.

올 가뭄이 심해 멀칭을 했음에도 땅속 수분이 워낙 부족해 일부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고사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보식해도 결실을 맺게 됩니다.

고구마는 너무 씨알이 크면 맛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심을 때 간격을 20cm내외로 촘촘하게 심는 것이 방법입니다. 모종 값이 더 들긴 하나 알이 적당한 크기로 들어야 쪄먹기도 좋습니다.

한때 속노랑고구마 호박고구마가 인기였으나 요즘엔 개량품종이 많이 나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종자를 사서 심었습니다. 보통 한 이랑에 한줄씩 고구마를 심지만 동이는 몇해전부터 이랑폭을 넓게 하고 한 이랑에 너댓개씩 심습니다.

물빠짐이 좋고 토질이 괜찮으면 굳이 이랑당 한줄을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개 심으면 단위면적당 소출도 많고 품도 적게 드니 일석이조죠. 고구마 밭을 산소 봉분처럼 만들고 아주 조밀하게 심는 곳도 있습니다.

경험상 고구마는 멀칭하는 게 좋습니다. 잡초제거에 효과적이죠. 아예 풀싹이 땅에서 못올라오니까요, 비닐 속에 있는 수분의 증발을 억제해 맨땅일 때보다 수분을 오래 유지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온보습 효과 외에 땅속 미생물의 활성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파종이나 수확시 품이 더 들고 비닐폐기물 처리하는 것이 번거롭긴 하지만 투입대비 효과가 높습니다. 텃밭이라해도 잡초를 매번 없애기 어렵고 그렇다고 독한 제초제를 마냥 뿌려댈 수 없는 노릇이어서 잡초제거에 자신없는 텃밭농부라면 멀칭이 필수입니다.

보식이 필요없는 고구마 배색(흑백)비닐 재배법이 있다고 초딩 친구가 알려줍니다.
동이: 친구야~고구마 100% 살게 하는 방법이 있다구?
친구: 아는 사람이 고구마를 특이하게 심어 가봤지...100% 살았더라구...그래서 나도 내년부터 그렇게 해보려구...
동이: 어떻게 했길래 100%가 살아? 그게 가능한 얘기냐?
친구: 의외로 간단해~일단 고구마 이랑을 한줄로 만들어서 물 좀 준뒤 순을 눕히듯 심는거야~다음에 배색비닐로 바로 멀칭! 비닐 속의 수분이 증발되지 않기 때문에 고구마 순이 100% 살지~배색비닐 속에서 고구마 싹이 자라는 거지... 물론 오래두면 안된다~ 명심해라! 순이 살았다고 판단되면 바로 고구마 순이 있는 하얀 비닐부분을 뜯어 주면 돼

듣고 보니 일리있는 재배법이었습니다. 생존률이 거의 100%라 하니 시범적으로 해볼까 합니다.

‘게으른 농사꾼’ 동이네 고구마 밭 고랑에도 풀이 많이 자랐습니다.

뽑아도 되지만 이럴 땐 낫으로 후리는 게 낫습니다.

잘려진 풀은 보습과 퇴비효과가 있으니 고랑에 그대로 나둡니다.

고구마 천적은 땅속 굼벵이와 두더쥐, 들쥐입니다. 이 녀석들 피해만 줄이면 그런대로 수확이 보장됩니다. 굼벵이 피해를 줄이려면 이랑만들 때 굼벵이 약을 토양에 섞어줘야 합니다. 두더지는 별 대안이 없습니다. 땅속으로 다니니 약을 놓을 수도, 덫을 놓을 수도 없지요.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서 잡기도 쉽지 않고... 그 녀석도 먹고 살겠다고 다니는데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 마음 편히 먹는 게 현명합니다.

대신 피해를 좀 줄이려면 첫 서리 올 때쯤 바로 수확하는 게 방법입니다. 들쥐도 고구마가 들기 시작하면 두더쥐 못지않은 솜씨로 여기저기 쑤십니다. 물론 좀 덜 먹겠다 생각하면 천천히 수확해도 됩니다. 고구마 캘 생각을 하니 벌써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