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전업농이든 텃밭농이든 농사는 한마디로 ‘풀과의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이겨야 많든 적든 전과(소출)를 올릴 수 있습니다.

김매기가 농사의 반이라고 하죠. 거름도 중요하지만 적시에 풀을 뽑아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텃밭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멀칭하는 이유도 주 목적이 제초니까요.

지난주 말 오랜만에 텃밭에 나가보니 풀이 장난이 아닙니다. 일전에 고구마밭 고랑을 낫으로 후려줬지만 언제 후렸냐 할 정도로 풀이 올라왔습니다. 요 근래 집중호우까지 쏟아졌으니 이 녀석들도 제철만난 것이죠.

이 무성한 모습을 보시죠. 좀 다스려야 합니다. ©동이

작물을 심은 곳은 멀칭이 돼있어 풀이 거의 없지만 멀칭하지 않은 고랑과 밭 가장자리는 ‘범이 새끼칠 정도’로 무성합니다.

손바닥만한 텃밭에 제초제까지 뿌릴 바에야 안하는 게 낫다는 ‘개똥 유기농철학’이랄까? 뭐 그런 생각 탓에 매년 삼복더위 속에 풀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버거워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2~3년 전부턴 ‘요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불쑥불쑥 여기저기 올라오는 쑥들은 제초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용처가 제법 있기 때문이죠. 봄 쑥은 개떡이나 쑥버무리, 쑥국으로 해먹으면 봄향기도 맡을 수 있고 기분도 상큼해집니다.

비닐 하우스 옆 쑥대밭. 제 스스로 자란 쑥들입니다. ©동이

밭 한귀퉁이에 모신(?) 이동식 화장실에 방향제, 방충제로도 씁니다. 쑥잎을 뿌리면 쑥향에 잡냄새가 사라지고 생쑥 잘라서 한다발 화장실 안에 묶어달면 벌레를 막아주는 방충효과도 제법 있습니다.

다 자란 쑥은 베어 말립니다. 양파망에 넣어 그늘막에 걸어두죠. 말렸다가 일부는 한여름 모기쫓는 모깃불용으로도 씁니다. 마른쑥 태울 때 나는 훈연과 향은 ‘낙엽태우는 것’ 이상입니다. 또 다른 용처는 염재입니다. 집사람이 마른 쑥을 천연염색의 재료로 씁니다. 쑥 색깔이 천에 곱게 살아나죠.

활용하면 먹거리도 되고 생활용품도 되니 잡초로만 봤던 쑥이 새롭게 다가온 겁니다. 이제 동이에게 쑥은 잡풀이 아닌, 요긴한 텃밭작물이 됐습니다.

양파망에 쑥을 보기좋게 담았습니다. ©동이

또 하나는 ‘제초식물’ 기르기입니다. 돼지감자가 주인공입니다. 정확히는 돼지감자를 활용한 간접제초라 할 수 있죠. 돼지감자는 흔한 작물입니다. 예전에는 야산근처나 밭 둔덕에 아무렇게나 자라 춘궁기때 동네꼬마들이 캐먹던 구황작물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혈당관리에 좋은 식품(슬로우 푸드)으로 알려지면서 요즘엔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곳들이 많아졌습니다.

흰색과 자색 두종류가 있습니다. 약효는 좀 다르다지만 흰색 돼지감자가 수확량도 많고 재배도 용이해 동이텃밭에는 흰색 돼지감자가 주로 심겨져 있습니다.

몇해전부터 밭 귀퉁이와 빈자리에 심어봤습니다. 겨울을 나는 작물이어서 한번 심으면 추가 파종하지 않아도 되고 매년 비슷한 양이 수확됩니다. 거름도 필요없고, 생으로도, 말려서 차로도,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됩니다. 감자나 고구마와 비슷하나 저장성이 떨어지는 게 다소 흠입니다. 그래서 동이는 가을에 일부 캐고 이듬해 땅이 녹을 때쯤 캐서 활용합니다.

돼지감자와 메리골드 꽃(오른쪽 아래). ©동이

동이텃밭의 돼지감자가 이렇게 자라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사람키 한배 반쯤까지 자라고 해바라기처럼 생긴 노란 꽃들이 피어납니다. 화초로도 손색이 없죠.고구마나 감자보다도 캐기 쉽고 수확때 작은 놈들을 땅속에 두면 겨우내 있다가 이듬해 다시 올라옵니다. 생명력이 놀라울 따름이죠.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하며 주위엔 잡풀이 없습니다. 생존력이 강해 같이 났던 풀들이 시들시들해지고 돼지감자 그늘이 넓어지며 주변의 풀이 더이상 자라질 못합니다. ‘풀과의 싸움’에서 든든한 우군하나 두고 있는 셈입니다.

텃밭 멋지게 꾸며주고 수확도 선사하고 거름 필요없고 풀 죽이니 돼지감자란 놈이 텃밭농군에겐 1석4~5조쯤되는 겁니다.

쑥과 돼지감자와 함께 낫이란 ‘나의 시중’을 거느리며 올해도 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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