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아줌마 발언’ 파문이 여전합니다.
“그 아줌마들이 뭔데? 그냥 동네 아줌마거든요. 사실 옛날 같으면 조금만 교육시키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돈 좀 주고 하면 되는 건데…”

급식실 조리사들의 일과 관련해 이 의원이 SBS기자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이 발언이 공개돼 노동계가 이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의 제명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죠. 그러자 이번엔 한 보수단체가 “밥하는 아줌마, 기분 나쁠 것없다”며 이 의원을 비호, 전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줌마가 싫으면 여편네라 불러줄까? 아줌마란 말이 없는 단어도 아니고...결혼한 사람보고 아줌마라고 하는 게 보통 표현아닌가? 더군다나 식당에서 나이찬 여종업원을 아줌마라 그러지...도대체 뭐라고 그러냐. 응?”
대체 뭐가 문제냐?는 내용의 SNS 댓글도 눈에 띱니다.

아줌마란 본래 친족어입니다. 애초엔 비하 의미는 없습니다.

아줌마는 앗어머니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죠. 앗어머니가 앗엄마>아점마>아줌마로, 한편으론 앗어머니>아저머니>아주머니>아줌마로 변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앗’은 씨앗할 때의 ‘앗’처럼 작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줌마는 작은 어머니란 의미의 친족어이면서, 동시에 존칭어였던 겁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지칭하는 대상이 ‘나이든 여성’으로 확대됐습니다. 친척지간이 아니어도 나이 지긋한 동네여성까지 아줌마라는 호칭아래 묶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가 범칭이 되면서 좋지않은 이미지들도 섞이게 됩니다. SNS유머의 단골소재가 될만큼 ‘안좋은 이미지’의 인칭대명사로 떠오릅니다. 한동안 회자됐던 ‘아줌마들의 특징’이란 유머들만 봐도~

‘아줌마가 초보운전을 달고 차를 몰았다. 그러자 남자들이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어딜 기어나와!’라고 소리질렀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아줌마는 과감하게 차를 몰았다. 차 뒤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나 지금 밥하러 간다!’

‘목욕탕에서 수건을 몸에 두르면 아가씨, 머리에 두르면 아줌마’
‘버스에서 주위를 살피고 앉으면 아가씨, 앉고 나서 주위를 살피면 아줌마’
‘아줌마라고 불렀을 때 주위를 둘러보면 아가씨, 부른 사람 째려 보면 아줌마’
‘(아줌마 장점)언제,어디든 몸빼바지 하나로 출동한다. 뽀글이 퍼머로 1년 버티고...’
‘(아줌마 자리잡기)차에 오르면 무조건 빈자리로 뛴다. 빈자리가 나면 가방부터 던지고 본다. 버스는 맨 뒷자리를 노린다.일단 다섯자리 확보하고 서있으면 누군가 일어난다’

아줌마란 표현이 나이든 여성들의 안좋은 행태가 녹아든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할 수 있죠. 때문에 색다른 이미지, 아름답고 진취적인 중년여성을 강조한 줌마렐라(아줌마의 ‘줌마’와 신데렐라의 ‘렐라’를 합성한 단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개줌마(개+아줌마)란 표현도 보이죠.

“교직원들이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자분들을 아줌마라고 부르니까 학생들도 아줌마라고 불러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상담전화와 민원이 끊이질 않습니다”

노동계가 계약직 근로자인 교육공무직원들이 호칭차별을 받고 있다며 일찍이 호칭개선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나온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겁니다.

“뜨거운 불에 펄펄끓는 기름, 50도를 치솟는 실내온도...이언주 의원님! 단 하루만이라도 급식실에서 일해 보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일을, 꼭 당신이 경험해보기를 바랍니다”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의 목소리입니다.

이 의원도 어엿한 아줌마 반열에 올라섰을 나이. 선량으로서 이들의 고충을 헤아려 좀 정제된 표현을 썼다면 이렇게 까지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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