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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군, 김장 무를 심다[동이의 전원일기]
동이 | 승인 2017.09.07 15:04

[논객닷컴=동이] 텃밭 오이를 거둬내고 가을 무를 심었습니다. 김장무와 무채 용도로 좀 쓸까 해서죠.

배추는 올해도 안 심었습니다. 벌레 일일이 잡아줘야 하고 병치레를 자주 하는 편이어서 몇해전부터 텃밭작물 목록에서 아예 뺐습니다. 무는 그나마 퇴비하고 어릴 때 벌레 좀 잡아주면 병치레없이 그런대로 잘 자랍니다.

가을무씨를 새로 사서 뿌릴까 하다 씨바구니에 지난해 뿌리고 남은 씨앗들이 보여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흩뿌림했습니다. 1년 이상 지난 묵은 씨여서 안나오면 어쩌나? 다소 염려가 되긴 했습니다. 씨뿌리고 사나흘 지나도 안나오면 틀린 겁니다. 말 그대로 싹수가 없는 것이죠.

정 싹이 안나오면 다시 사다 뿌려도 생육일정에 지장이 없기에 과감히 묵은 씨를 뿌려봤습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자 하나둘씩 흙을 뚫고 나왔습니다.

흩뿌림한 무싹 ©동이

농자재상에서 파는 가을무씨의 경우  ‘2년 싹트임’을 보장합니다. 보통 포장일자가 5월쯤으로 돼있어 막상 씨뿌릴 시기(8월쯤)가 되면 전년에 나온 것들은 자연스레 1년이 넘어가 2년째 접어들죠. 2년이 돼가는 씨를 뿌려야 할지, 농사지식이 짧은 텃밭농군으로선 고민됩니다. 동이텃밭이야 조막만하니 설령 싹이 안나와도 큰 문제될 게 없지만 규모가 좀 있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넓은 밭에 묵은씨 뿌렸다가 안나오면 큰 낭패니까요.

요즘 판매되는 가을무씨만해도 소포장 단위가 없어 텃밭에 뿌려도 반 이상이 남습니다. 버리기도 아까워 계륵처럼 씨바구니에 남게 됩니다.

무씨앗 한봉에 들어있는 씨앗 수가 무려 2000개입니다. 텃밭농군으론 많은 양이죠. 다 심으면 무 2000개까지 생산이 가능한 숫자니까요. 요새 종자들은 거의 다 발아합니다. 그러니 미발아율을 생각해서 더 뿌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농자재상 사장한테 물었습니다. 질문 겸 불만제기 겸해서~

“사장님! 작은 포장으로 나오는 건 없습니까?”
"네~이게 제일 작은 포장이에요~”

“2000개짜리가 제일 작은 포장이에요? 텃밭에 이 많은 걸 다 뿌려요? 왜 작은 단위로는 안 만들죠? 텃밭하는 사람도 좀 생각해서 한 500알짜리 만들면 좋을텐데...”
“사장님! 뭘 그런 걸 갖고 그러세요! 그냥 밭에 다 뿌리세요!”

“네? 다 뿌리라구요? 이 많은 걸? 다 나오면 어떻해요?”
“다 나오면 솎아드시면 되죠~ 뭘 걱정하세요”

본전도 못건졌습니다. 씨앗장사나 농자재상이나 장사 잘합니다. 맞습니다. 솎아서 먹으면 안될 것 없지요.

‘그런데 발아율이 거의 100% 가까이 되는 데...이걸 다 뿌려라? 다 뿌리고 일삼아 솎아먹어라? 장사속 하고는~’ 이런 생각도 자연스레 드는 겁니다. 가격 따지는 게 아닙니다. 솎는 것도 일입니다. 나이 먹어 꼬부리고 앉아서 솎는 일 자체가 중노동입니다.

오이밭 옆에는 새 무씨 한봉지를 사다 점뿌림했습니다.

세알씩  심었는데 안나온 곳 없이 다 올라왔습니다. ©동이

어쨌든 손바닥만한 텃밭에 묶은 씨 1500여알, 2000알짜리 새 무씨 한봉(8000원)에다 퇴비 2포(1만6000원), 지렁이비료 10포(무상획득/시중가는 10만원 상당)... 이렇게 투자했습니다.

종자값 ,비료대말고도 품값까지 고려하면 김장철 무값 쌀때 사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지 싶습니다.

물론 새 무씨는 절반 이상이 여전히 남았습니다. 알량한 종자지만 ‘소포장 아량’이 이래저래 아쉬운 겁니다. 얄팍한 상혼에 기분도 상하고.

주말농사라도 지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토종종자 다 사라졌습니다. 종자산업도 IMF이후 다국적기업에 거의 다 넘어갔죠. 옛날처럼 씨받아 심을 수 없습니다. 요즘 종자들 대개가 잡종이어서 후세 생산능력이 거의 없거나 전무해 매년 새로 사 심어야 합니다. 암말과 숫나귀에서 태어난 노새란 놈(잡종)이 힘은 좋지만 생식능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대한민국 농가의 월 농업소득이 100만원이 채 안됩니다. 종자값 비료값 농약값 빼면 남는 거 없습니다. 품값은 계산도 안한 겁니다.

텃밭농에게도 농업환경은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하냐고요?
그냥 좋으니까요. 그래서 텃밭농사라도 주관이라면 주관, 고집이라면 고집같은 게 있어야 하는 겁니다.  

동이  news34567@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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