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바쁜 일상이지만 틈을 내 뭔가에 빠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라면 은퇴 후에 도움이 될만한 지원프로그램을 찾아(큐넷 등) 한두가지 배워두길 권합니다. 주말이나 일과 후 시간을 내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습니다.

배우다 보면 재미와 함께 자신감도 생깁니다. 일찍이 성현들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말씀하셨죠. 산야초 탐방이나 발효음식, 황토 집짓기, 목공, 천연염색 따위 등이 후보가 될만합니다. 가끔 동문수학(同門修學)한 이들과 정보교환해가며 식도락과 힐링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동이도 정부지원에 힘입어 구들놓기와 황토집 짓기를 배웠습니다. 전원생활이나 여생에 도움이 될 걸로 봅니다.
동호인끼리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 다른 분야의 ‘고수’를 만나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죠.

얼마 전 산야초 동호인 모임에 옵서버로 참석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산꾼들은 어떻게 힐링하나?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능이백숙 번개’가 이뤄진 곳은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자연생태학교. 용늪 전시관과 펜션이 함께 있는 곳입니다.

(왼쪽부터 반시계방향) 펜션 전경, 가운데 연녹색 건물이 용늪전시관 / 펜션 옥외 화장실 내외부- 고속도로 휴게소만큼이나 깨끗합니다. ©동이

능이버섯은 잘 모르지만 능이백숙은 익히 들어던터라 ‘꼽사리’ 끼어서 맛도 볼 겸 인제로 떠났습니다.

인제 원통은 동부전선 전방이죠. 병사들 사이에선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때 기피지역으로 꼽혔던 곳입니다. 지금은 부근에 고속도로가 지나가 반나절도 안걸리는 곳이 됐지만...

산꾼들의 능이번개는 산행(산주의 허가아래 이뤄짐)과 함께 회원(다음카페 산야초세상)간 친목을 다지는 1박2일 모임입니다. 회원들은 아침 일찍 산에 올랐습니다. 동이일행은 행사보조여서 산행은 언감생심(焉敢生心) 포기하고 음식차리는 잔심부름을 도와줬습니다.

도착해보니 벌써 ‘몸에 좋다’는 산약초를 넣은 물이 설설 끓고 있습니다. 방사해서 키운 토종닭이 이날 산꾼들의 몸보신용. 3시간 가까이 끓이니 약탕에 들어갔다 나온 닭처럼 능이백숙이 탕약색을 띱니다.

토종닭, 능이, 능이백숙을 삶는 솥단지 ©동이

얼마나 맛일길래 ‘능이백숙~능이백숙~’하나? 했습니다. 살점을 떼어 먹어보니 닭냄새는 전혀 없고 탕약내 비슷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배어나옵니다. 나이 지긋한 이들이 왜 이 맛을 찾는지 알 것같았습니다. 명이 장아찌에 백숙을 싸먹어 보기도 하고...

어디선가 독한 향내가 나 ‘이게 무슨 향이냐?’고 물으니 자연산 더덕에서 나오는 향이라고 일러줍니다. 양념에 무쳤는데도 ‘이렇게 강할 수 있나?’싶을 정도였습니다.

여하튼 모두들 먹방모드! 산행을 안한 동이도 꿀맛인데 산행한 이들이야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몸에 좋다는 건’ 다 차렸습니다.

식사준비 ©동이
능이백숙 ©동이
노루궁뎅이버섯 등 산행성과물 일부 ©동이

동이는 그동안 버섯 중에선 송이가 으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산꾼들의 평가순위는 놀랍게도 표고>능이>송이였습니다. 송이는 향이 좋지만 효능에선 표고와 능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설명과 함께...

기본회비와 멸사봉공(滅私奉公) 회원들의 협찬금, 협찬품(귤 떡 포도 지평막걸리 전부침 자연산 더덕무침 산야초장아찌 등등) 덕분에 행사는 푸짐했습니다.

“능이버섯은 제 경험으로는 능선 좌우로는 안납디다~”
“저는 그동안 서북방향 중심으로 능이를 찾아왔는데 이번에 보니 동북방향에서도 나더군요. 모든 것이 그래요. 주변의 생태여건이 맞으면 납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서 동호인끼리 오순도순 경험담을 나누며 얘기꽃 피우는, 부러운 힐링번개였습니다.

리뷰회의-맨 왼쪽이 ‘카페지기’ 샐비아님, 서있는 분이 사령관님 ©동이

동이일행도 그날 능이백숙과 함께 귀하다는 자연산 생표고까지 맛봤으니 본전 뽑고 남았습니다. (카페)지기님! 사령관님! 능이님! 덕분에 능이번개를 잘 즐겼습니다~

다소 아쉬웠던 건 ‘람사르 습지 1호’인 용늪 구경을 못한 점입니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어 미리 신청을 해야 탐방이 가능해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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