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5.25% 인상만 고집” VS 사측 “10% 인상 안돼”

LG생활건강 노조가 파업을 풀었지만 노사 간 임금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은 LG생활건강 본사가 있는 광화문 LG빌딩 표지ⓒ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52일간 이어진 LG생활건강 노조의 파업이 끝났다. 하지만 파업의 근본 원인인 임금인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노사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노조는 지난 10일 파업 종료를 결정했으며 이날부터 조업을 재개한다. 노조 13.8%, 사측 5.25%인 임금인상률 제안에 대해선 추가 협상이 진행된다.

일단 임금인상률 차이가 너무 커서 양측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노사는 파업 전 대화를 주고받았고, 쟁의행위가 시작된 지난 9월 20일 이후로도 머리를 맞댔지만 임금인상률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양쪽 모두 할 말은 있다. 우선 노조는 사드 변수 등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LG생활건강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직원들의 몫도 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매출액 3조1308억원, 영업이익 4924억원으로 창립 이후 가장 좋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도 매출액 1조6088억원, 영업이익 2527억원으로 지금까지 3분기 중 최대치였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을 수용할 수 없는 다른 이유도 지적한다. 5.25% 중 연차가 쌓여 올라가는 호봉승급분이 2.1%, 협상 타결 후부터 적용되는 제도개선분이 2.15%여서 실질 임금인상률은 1%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LG생활건강 직원들의 급여가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 많은 데다 실적에 대해선 성과급으로 보상해줬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LG생활건강 평균 급여는 3400만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2200만원보다 1200만원 많다. 생산직 남성의 평균 급여만 살펴봐도 LG생활건강 4300만원, 아모레퍼시픽 2900만원이다. 여기에 최근 2년 동안 연봉의 20~25%가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올해 파업을 겪은 △금호타이어(2.5%) △이화의료원(3%) △JT친애저축은행(3.4%) △부산지하철(3.5%) △전남대병원(3.5%) △하이트진로(4%) 등의 임금인상률이 2~4%대였던 것도 5.25%가 낮은 게 아니라는 LG생활건강 사측 입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처럼 노사가 각자 타당성을 가지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은 멀어 보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노조가 생산직과 판매직 연봉인상률을 분리해 사측과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LG생활건강 판매직원들은 생산·사무직원과 비교해 급여가 낮다. 여직원끼리 견줘보면 판매직원 1520명은 평균 급여 2200만원을 받고 있는데 다른 부문은 마케팅/세일즈(191명) 3300만원, R&D/생산(436명) 3400만원, 본부(200명) 3500만원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LG생활건강 판매직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을 별도 노조를 설립하려고 시도했었다. 별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승인까지 받았으나 법원에 의해 좌절됐다. 법원은 노조가 분리되면 다른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어 노사 갈등과 교섭 효율성 저하, 노무관리 어려움 등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하나가 된 LG생활건강 노조로서는 소통 창구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판매직원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노조는 생산직과 판매직 임금인상률을 나눠 협상할 수 있다는 의견을 사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기존 제시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LG생활건강 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협상에서 계속 수정안을 내놨다”며 “그런데 사측이 임금인상률 5.25%만 고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내년 성과급으로 돌아가는데 두 자리수 임금인상률은 과하다”며 “생산직과 판매직 임금인상률을 별도로 책정하는 건을 어떻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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