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난 말수가 굉장히 적은 사람이다. 질문보다 대답을 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고, 그 대답마저 굉장히 딱딱한 자기검열을 거쳐서 한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상처 받을 만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말도 철저히 금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착한 척을 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착하지도 않다. 다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타인에게서 오는 말 한 마디가 어찌나 성가신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말조심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자리에서 타인이 내게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을, 역시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긴 했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서는 몇 번을 곱씹곤 하는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큰 어퍼컷 한 방보다 무수한 잽을 날려 오는, 더 무서운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좋은 말만 꺼내는 것도 은근한 놀림이나 거짓 사탕발림으로 오해 받게 된다는 걸 깨달은 이후론, 말을 조심하는 걸 넘어 아예 말을 잘 꺼내지 않게 됐다. 이리 말하면, 그냥 적당히 맞춰 주고 적당히 말을 주고받으면 될 일을 뭐 그리 어렵게 생각하냐는 반문이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적당히’라는 게 얼마나 무책임하고 어려운 말인가. 그냥 입단속을 철저히 하는 게 차라리 더 편하다.

간수와 죄수가 동일인물일 수 있는 내 입은 언어의 감옥이다. 이런 삶을 몇 년째 지속해 오니, 전적으로 감시하고 갇히는 삶을 택한 듯한 이가 나 말고도 주변에서 더러 보일 때가 있다. 대체적으로 그들은 ‘벽이 있는’ 배려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혹자는 그들을 가리켜, 좋은 사람인 건 맞는데 알 수 없는 벽이 있어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들에게 더 마음이 가서, 조심스레 가까워지려고 한다.

서로의 벽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친해질 수 있을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물음이고, 쉬이 자답할 수도 없지만 그저 기분 좋은 물음표는 남겨두고 싶다. 서로의 감방 사이에 벽이 있는 걸 알면서도, 곧잘 친해지곤 하는 게 죄수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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