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련의 그림자]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지난 1일은 99주년 3.1절이었다. 3.1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돌아봤다. 먼저 ‘민주주의 시작의 날’에 초점을 두고 싶다. 이날은 독립선언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독립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군주제로부터의 독립의지 또한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시정부를 수립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헌법을 제정하며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현행 헌법 또한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그렇기에 1919년 3월 1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수용했는지 보기에 앞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Demos(국민)와 Cracy(지배)가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로 국민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이는 ‘국가의 주인은 왕’이었던 사상에서 ‘누구도 다른 누군가를 지배할 만큼 특별하지 않다’는 사상의 변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정치적 평등사상은 민주주의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대규모 사회에서 국민 전체가 모든 정책에 대해 투표하고 직접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의 민주주의’가 등장했다. 국민이 대표를 뽑아 그들이 국민을 대표해 정치에 참여하는 대의 민주주의는 대의제라는 비민주적인 방법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현대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과 멀리 떨어진 이 방식이 과연 민주주의인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주제였던 대한민국, 어떻게 민주주의로?

사실 3.1절 이전 조선 후기에 이미 민주공화국의 요소인 ‘시민’이 태동하고 있었다. 당시 신분제의 동요와 더불어 갑신정변과 같은 근대적 개혁운동으로 평등사상이 확산되었다. 이로써 시민은 평등한 주체로 발전하면서 민주주의 씨앗이 만들어졌다.

이후 국권을 상실한 시민들은 독립운동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군주를 다시 세울 것인지,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갈 것인지 갈래에 놓이게 된다. 결국 그들은 일본과 군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구체제와 신흥세력의 대립으로 자유와 평등을 얻은 프랑스혁명처럼 이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이렇게 씨앗과 토양을 갖춘 곳에 임시정부는 국민이 주체임을 밝힌 헌법을 제정하며 민주주의의 새싹을 트게 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변화를 통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민주주의는 암울한 시기를 겪게 된다. 독재 체제가 이어지면서 허울만 남은 자유의 이름 아래 반공주의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점령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수차례 헌법을 개정하면서 권력을 이어나가 사실상 대통령이란 이름아래 왕이 등장한 꼴이 되었다.

그렇지만 독재 시대 민주주의를 외친 이들이 있었기에 피눈물이 담긴 물을 받으며 민주주의는 비로소 꽃을 피웠다. 이렇게 군주제였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자유와 평등을 꿈꾸고 이를 얻기 위해 투쟁한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최혜련, 촛불집회 당시

2018년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난 시간동안 헌법 제 1조에 적힌 문장을 잊고 살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권력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그들로 부터 나온다’가 오히려 더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권력을 갖지 못한 개인의 힘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전 정부의 행태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보잘것 없다고 생각한 내 목소리, 국민들의 의견으로 변화한 국가를 보며 다시 저 문장이 떠올랐다. 그렇다, 잊고 있었지만 모든 변화의 순간에는 국민이 있었다.

2018년의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꾼 과거와 현재의 국민들이 노력해 얻어낸 결과다. 아직까지 부패한 국회, 편향적인 언론, 부의 양극화와 같은 문제점이 남아있지만 국민들이 계속해서 더 발전한 민주주의를 향해간다면 또 다른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최혜련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회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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