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공포를 유발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이 있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상 나를 향해 총을 겨누는 적일 수도 있다는 공포는 서서히 사람을 죽인다. 요즘, 아니 예전부터 다수가 느껴왔던 공포였을 것이다.나는 화장실 한쪽 벽면에 비이상적으로 많은 나사 구멍들을 본 후로 불법 촬영 문제와 마주했다. 뉴스 속에서만 보던 일이 내 일상의 현실이 되었다. 한번 인식하기 시작하자 꽤 많은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 카메라가 있을지, 내가 어디선가 찍혀 돌아다니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1948년 첫 선거 당시 선거권은 ‘국민으로서 만 21세에 달한 자’에게 주어졌다. 이후 1960년 만 20세로 낮춰지고 45년이 지나고 나서야 만 19세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청소년은 타인의 영향에 의해 정치적 의견이 결정될 수 있고, 제도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반박하며 도돌이표같은 논쟁을 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선거권을 가질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어느 순간 삶은 ‘살아간다’보다 ‘버틴다’는 표현에 가까워졌다. 딱히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할머니가 늘상 말씀하시던 ‘죽지못해 산다’는 말이 문득 생각나곤 했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의 이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건조하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 대학입시와 취업몇년동안 바라본 대학입시에, 그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시험에 지친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이상은 현실의 파도에 휩쓸려 더 이상 그 자취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지난 1일은 99주년 3.1절이었다. 3.1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돌아봤다. 먼저 ‘민주주의 시작의 날’에 초점을 두고 싶다. 이날은 독립선언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독립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군주제로부터의 독립의지 또한 나타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임시정부를 수립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헌법을 제정하며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현행 헌법 또한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그렇기에 1919년 3월 1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 내용은 충격이었다. 권력을 가진 여성조차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에 한번, 그렇다면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삼켜졌을 지에 다시 한번, 그리고 범죄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 모순에 또 한번 놀랐다. 곧바로 이어진 최영미 시인의 문학계 성폭력 고발로 나는 내가 믿어온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어쩌면 평소에 너무 자연스러워서 깨닫지 못하다가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느낌에 가까울 것이다.내가 검사도 시인도 아니지만 평범한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무연사회’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인연이나 관계가 없는 사회를 뜻한다. 이 용어는 한 해 고독사가 3만2000여명에 달하는 일본사회를 보고 NHK 취재팀이 무연사회라 이름 붙이며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고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점차 무연사회에 다가가고 있다.고독사는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나타나 특정 집단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연령과 관계없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청와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청원을 계기로 다시 낙태죄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예전부터 이전부터 이어진 이 논쟁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란 두 개의 가치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대한민국에서 낙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범죄를 통한 임신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하는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낙태를 시술한 의료진도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매년 17만명이 낙태를 하는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온지 4개월이 넘었다. 입시 대학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싫어서 선택한 길이었다. 그게 벌써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고 겨울이 다가왔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할 이야기들이 많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워킹’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이제까지 한 아르바이트일본에 온지 3주 후에 라멘집 알바를 시작했다. 운좋게도 첫 면접에 합격해서 이틀 뒤 바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사원 한명이 계속해서 조롱하기 시작했다. 일이 중학생수준인데 쟤는 왜 못하냐, 대놓고 내 얼굴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최근 잇달아 청소년 범죄소식이 들려온다.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살인해 충격을 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부터 철골자재, 소주병 등으로 후배를 1시간 40분가량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까지. 이로 인해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되었을 정도로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19세 미만의 소년에게 보호처분, 형사처분을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강력범죄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특별한 사람,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이 2016년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874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44.5%’를 차지한다. 그저 남의 일이라 치부해버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말해서 내가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50%인 셈이다. 또한 현재 정규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높은 정규직도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비정규직노동자는 비상시 필요한 업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어느 순간 인터넷에서 혐오표현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혐오의 대상이 벌레나 음식같은 것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사람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이 대상의 확대에 따른 문제는 혐오표현이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개념 없는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가 점차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의미가 변화하듯이 대상이 일부에서 집단으로 바뀐다는 것이다.특히 일베 사이트에서 이 혐오표현의 정도는 심각하다. 분명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호남인들을 ‘홍어
최근 ‘아이돌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당황했다. 가수를 뽑는다면서 지원자 모집조건으로 노래와 춤이 아닌 ‘얼굴이 예쁜, 마음이 예쁜, 끼가 예쁜 소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끼가 있는’이 아닌 ‘끼가 예쁜’이라는 어색한 표현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예쁨을 강조해야 할까 싶었다. 교가도 나왔는데, 그 제목이 였다.미에 대한 강요는 아이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흔히 ‘용모단정’이란 이름 아래에 외모를 기본 조건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쥬씨 서강대점의 채용공고에는 ‘외모 자신있으신 분만 연락주세요
나는 내게 주어진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두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고, 거리에 흐르는 음악이나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이렇게 글을 쓰거나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신체가 정상이라 생각해 이를 갖지 못한 이들을 비정상 취급하며 차별적인 시선을 던졌다.동성애를 향한 편견도 마찬가지다. 예술작품이나 현실에서 동성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이성과의 사랑만이 정상인줄 알았다. 동성혼은 금지되어 있으며, 어쩌다 동성애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