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뜻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새롭게 방영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한다. 부정적이고 우울한 소재와 이야기, 주인공들의 나이 차가 자주 거론된다. 한창 미투 운동이 들끓다보니 시청자들은 나이 차이가 많은 남녀주인공을 좀처럼 곱지 않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다른 데 있다.

우선 둘의 러브라인이 없을뿐더러 오가는 대화에도 냉기가 흐른다. 무당벌레를 감정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고 남자는 여자에게 대체 어디까지 죽여 봤느냐고 묻는다. 잔정이 많은 남자에 비해 여자는 무미건조하다. 여자가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말한다. “사람.” 러브라인의 여지를 주지 않고 몇 마디의 대사로 어떤 인물일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삶이 아니라 생존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 지안은 종일 일하고 돌아온 집에서 사채업자에게 맞아 멍투성이가 된다. 또한 늦은 밤 병원비를 내지 못해 몸이 아픈 할머니를 병원 침대 통째로 밀며 달아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면 예상할 수 없는 전개다. 보통은 병원비를 빌리거나 병원 측에 사정하겠지만 지안은 아픈 할머니를 포기할 수도 병원비를 낼 수도 없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하루하루가 처절하기만 한 지안의 눈에는 감정이 없다. 계속해서 기계적으로 일할 뿐이다.

<나의 아저씨>는 우리가 사는 삶의 차가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실제를 다룬다. 사채업자는 지안에게 말한다. “넌 평생 그렇게 내 이자만 갚다가 죽을 거야.” 빚은 너무나 많고 지안이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계속 이자만 늘어갈 뿐이다. 과연 지안이라고 이 사실을 모를까. 아니다, 가장 잘 인지하고 있다. 지안은 몰라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간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이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대다수가 휴식의 일환인 드라마 시청에서까지 힘겨운 현실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와 캔디를 도와줄 ‘백마 탄 왕자’가 탄생했다. 캔디와 백마 탄 왕자가 실존하기란 극히 드물다는 걸 알면서도 매체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반복되어 왔다.

그래서 더 <나의 아저씨>에 반갑다. 처절한 삶을 더 처절하게 말해주고 있어서 고맙다. 차가운 세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 아프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방영 초기인만큼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힘겹고 치열한 우리의 하루를 미화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얼굴에 뾰루지가 나면 가리려고 화장을 두껍게 덧칠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화장 아래 피부는 자꾸 성이 나고 더 아프기만 하다. 이제는 그냥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위로받을 때가 온 것 같다. 각자의 불행을 전해듣다 보면 서서히 전보다 내 불행이 덜 쓰게 느껴지지 않을까.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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