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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본 미중 무역갈등의 본질과 해법[이영환의 코리아 프리미엄 프로젝트]
이영환 | 승인 2018.04.13 09:19

[논객닷컴=이영환]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상찮다. 관세폭탄을 주무기로, 각종 비관세 수입장벽을 보조무기로 사용하며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경제규모 1, 2위를 차지하는 두 나라 사이의 마찰은 비단 두 나라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들과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여러 나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겨냥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하자 중국이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했고, 이에 미국은 다시 규모를 확대해 추가 상품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양국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이들의 행보는 지난 4월 10일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동차 등 주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며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극적인 타협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기에 언제라도 다시 재현될 소지가 있다.

©픽사베이

한 나라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대해 다른 나라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전략은 이득이 되기는커녕 결국 모두에게 손실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815년부터 1846년 사이에 시행되었던 영국의 곡물법(Corn Laws)과 1930년 미국이 시행했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들 수 있다.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는 중상주의적 발상으로서 일부 계층에게는 단기적인 이득을 제공하였으나 결국 산업 전반에 피해를 초래하였다. 수입 곡물(옥수수)과 식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 및 수입제한을 겨냥했던 곡물법은 지주들에게는 이득이 되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커다란 피해를 주었으며 산업 전반에 비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기에 격렬한 논란 끝에 폐지되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도 당시 미국 공화당이 농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조치였는데 다른 나라들의 보호주의 정책을 유발해 오히려 미국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에 걸쳐 경기를 더욱 침체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극단적인 보호주의로 회귀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해소된다면 양국과 교역 규모가 큰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전제는 덤핑이나 교묘한 비관세 수입장벽 같은 관행이 사라지고 모두가 진정으로 공정한 자유무역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투기적인 세력이 환율을 왜곡시키지 못하도록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의 근본 원인과 관련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 있다.

먼저 미국 통계국의 자료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5684억 달러를 기록해 2016년 5048억 달러에 비해 12.6%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중국 무역적자가 3752억 달러에 달하니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대중국 무역적자 중 극히 일부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 관세폭탄 전략을 채택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부각시킴으로써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 정치인, 관료 및 학자들 가운데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공공연하게 통화전쟁을 수행해왔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착실하게 진행해서 궁극적으로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미국은 이런 중국의 의도를 초기에 좌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논리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의 환율은 하락(가치 상승)하는 것이 맞다. 최근 위안화의 추이를 보면 1년 전 1달러당 6.9위안에서 현재 6.2위안으로 하락했다. 이와 같이 위안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므로 일견 경제논리에 적합하게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기에 여전히 중국 정부가 개입해 위안화의 가치가 더 상승하지 못하도록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위안화의 국제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미국이 염려할 바가 못 된다. 위안화 국제화의 상징적인 사건으로는 2016년 10월 1일부터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정식으로 편입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주요 통화별 비중은 달러화 41.73%, 유로화 30.93%에 이어 위안화가 10.92%로서 3위를 차지했다. 특별인출권은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IMF가 발행하는 글로벌 통화에 해당한다. IMF의 이러한 결정은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한 가지 더 특기할 사항은 지난 3월 26일 중국 상하이 국제에너지 거래소(INE)에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이 상장되어 거래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동안 미국은 최대 원유수입국으로서 달러화로 원유를 거래하도록 종용해왔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도 하므로 산유국들은 미국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페트로달러(petro-dollar)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미국은 페트로달러를 통해 원유시장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이중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최대 원유수입국이 된 중국이 원유 선물거래를 위한화로 결제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페트로위안(petro-yuan)이 탄생하게 되었다.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가 중국의 요구에 응할 태세이므로 페트로위안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므로 이는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함께 위안화의 국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의 배경은 통화 전쟁이다. ©픽사베이

그럼에도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재 달러화의 국제결제비중은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위안화는 지난 3월 기준 약 1.56%대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외환보유고 면에서도 달러는 꾸준히 세계 외환보유고의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위안화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와 같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즉 국제결제와 준비자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나름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이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현재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육로와 해상을 통한 신실크로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향후 20년 이내에 중국의 GDP 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교역 및 금융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더 큰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국은 점차적으로 위안화의 국제결제비중을 높이고 위안화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장기 전략을 인지하는 가운데 미국은 기축통화로 인해 얻는 막대한 특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사실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이득은 단순한 시뇨리지(seignoirage), 즉 주조차익의 범위를 훨씬 상회한다. 미국은 필요시에는 달러를 추가 발행해 쌍둥이 적자로 인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반면, 이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것이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갖는 진정한 이득, 아니 달러 패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통화전쟁의 대리전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은 미국과 중국, 즉 G2 간의 갈등은 결코 완화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들에게 고충을 안겨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갈등은 단순히 관세나 환율 차원에서 해결되기에는 너무나 구조적이고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가 저서 『G2 불균형』에서 제시한 처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치는 30년 넘게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으며 2007년에는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역임한 국제금융전문가이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전문가로서 현재 미국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미국은 GDP의 70% 정도에 해당하는 소비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반면 중국은 GDP의 60% 이상이 정부 주도의 고정투자와 수출에 의존하고 소비 비중은 30%정도에 불과한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제구조의 극단적인 불균형이 G2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단기적인 효과에만 초점을 맞춰 관세 부과와 같은 불합리한 정책에 의존하려는 것이다.

로치는 이 책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의 경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재균형화 전략”이라고 칭하면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중국은 과도한 잉여 저축, 수출과 투자 주도형 성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은 저축을 장려하는 한편 과잉소비를 근절하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한다. 각국이 이런 불균형 요소를 얼마나 제거하느냐가 양국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은 매우 적절한 처방이다. 양국 모두 이런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갈등은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 로치가 말한 대로 두 나라의 이런 불균형은 결코 지속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두 나라 모두에게 재앙을 초래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미국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이른바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과 국교를 수교했다. 이후 1978년 12월 당시 국가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이 제11기 전국대표회의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연설에서 농업, 공업, 과학기술 및 국방 등 4대 부문의 균형 발전을 강조한 후 ‘개혁과 개방’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미국과 본격적인 경제 교류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경제 교류를 시작한지 이제 40년 남짓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긴 역사는 아니지만 이제 두 나라 간의 관계는 글로벌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차대(重且大)해졌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소비 중심의 사회다. 경제구조 자체가 소비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형성되었다. 1960년대에는 소비지출이 GDP의 60% 안팎을 차지하던 것이 1980년대에는 64%로, 그리고 최근에는 69%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높은 비중이다. 미국 경제는 오로지 소비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미국을 저축 부족국으로 만들었으며 급기야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저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소비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산효과에 의존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산 거품과 부채(신용) 버블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한편 중국은 ‘개혁과 개방’ 전략을 수립한 후 일관되게 수출 위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이는 우리나라도 경험한 것으로 내수시장이 부족한 후진국으로서는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중국은 고정투자를 극단적으로 확대했다. 이것은 인프라, 주거용 및 상업용 건축물과 생산시설 등 다양한 자본재에 대한 투자를 말하는 데 중국은 외부에서 볼 때 과잉투자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이 분야에 집중했다. 한마디로 중국은 개방 이래 ‘수출과 고정투자’라는 두 가지 요소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반면 소비지출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었으니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성장 전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이유는 더 나은 소비를 통해 물질적 풍요를 향유하는 데 있다는 상식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수출과 고정투자가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0년 GDP의 31% 수준에서 최근에는 약 70%정도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소비지출은 1980년 GDP의 50%에서 최근에는 35% 안팎으로 하락했다. 실로 국민의 복지와는 거리가 먼 성장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와 같이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소비자와 세계의 생산자라는 극단적인 위상을 유지해 온 결과 이제는 이들 간의 불균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는 두 나라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두 극단적인 경제가 상호 의존성을 바탕으로 공생해왔지만 앞으로는 부작용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본다. 이것은 단순히 환율을 조정하거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지엽적인 경제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두 나라가 진정한 G2로서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각자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자국민들의 미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이들이 진정한 리더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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