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방랑여행]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주말을 맞아 강원도 오지 산골의 흙집엘 다녀왔습니다. 경관이 뛰어나 황토방 마니아들 사이에선 알음알음 입소문이 난 곳이죠.

“언제 한번 같이 가보자~”는 지인들과 의기투합했습니다.

간만에 찾은 흙집, '산천은 의구했으나 인걸(흙집 주인장)은 바뀌어' 있었습니다.

강원도 오지 산골 흙집에서 바라본 풍경. ©동이

이 곳은 본래 화전민이 일구었던 밭이었습니다. 생활이 어렵던 시절 이런 산비탈에도 밭을 만들어 곡식을 거뒀으니 그 시절 일상의 곤궁함이 어림되고도 남습니다. 물론 그 덕에 지금은 고즈넉한 흙집들로 새롭게 태어났지만...

경사가 심해 SUV 차량도 '쎄게' 밟아야 올라갑니다. 삼방산 정상 바로 아래 구름도 쉬어갈만한 터. 평창 영월 정선 세곳을 한 눈에 볼 수 있다해서 삼방산(해발 980m)이라 이름이 붙여진 곳이죠.

해질 무렵엔 멀리서 야생동물들의 울부짓음이 들릴 정도로 산이 깊습니다. 일행이 머문 날에도 인근 민가의 개들이 야생동물 울음소리를 듣고는 맹렬히 짓어댑니다. 한 여름엔 더위를 느낄 수 없고, 가을이면 병풍같은 단풍이 펼쳐지는 곳! 겨울 설경이야 말할 나위가 없죠.

동이가 처음 찾았을 때만해도 눈이 오면 차량진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설차가 집 앞까지 치워준다니 걱정없이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초봄의 산방에서 본 풍경은 드넓게 펼쳐진 연봉 사이사이 나무숲에서 푸른 빛이 돌기 시작합니다.

산비탈에 제멋대로 자라는 화초와 산나물, 제비꽃과 물 ©동이

산비탈 양지녁엔 화초와 산나물이 삐죽삐죽 솟아나고 제비꽃들은 벌써 나비를 부릅니다.

새 주인장은 이곳에 손님으로 왔다가 경관과 토방에 매료돼 아예 인수했다고 하니...요산요수(樂山樂水)가 사람의 본능이지 싶습니다.

저녁이면 아직 초겨울 날씨. 장작수요가 많은 이곳에선 이제 기계가 도끼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장작 쪼개는 기계가 효자노릇하고 있더군요.

안주인은 나그네들을 하룻밤을 위해 아궁이에 장작 불을 뜨끈하게 지핍니다.

“장작을 더 넣지는 마세요. 이 정도면 아침까지 따뜻해요. 더 넣으면 방이 뜨거워 잠을 못 주무실 수 있습니다~”

뜨겁지 않으면서도 새벽녘까지 온기가 유지되게 불 지피는 노하우가 느껴집니다.

바깥주인은 기계로 장작을 패고 안주인은 장작 불을 때며...부창부수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식사. 숯불준비와 갈비, 아궁이 장작불, 기계로 장작패는 주인장 ©동이

장작불 옆에서의 식도락 시간. 황토방 나그네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세리모니죠.  저녁 메뉴는 숯불갈비와 장어구이. 일행 중 요리솜씨가 뛰어난 분이 있어 숯불 피우는 일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각자 주섬주섬 챙겨 온, 다양한 주종들을 맛보며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라 자녀결혼이 자연스럽게 핫 이슈. 얼마전 혼사를 치른 집이 있어 품평회 겸 혼사 뒷얘기가 훌륭한 ‘안주거리’가 됩니다. 살아가는 얘기들로 저무는 산골의 느릿한 밤을 맛봤습니다. 그리곤 뜨끈한 황토방에서 피곤한 심신들을 지졌습니다.

누런 황토색이 밴 구들방 내부. 몸을 뜨끈하게 지지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동이

황토내가 배인 구들방 아랫목에 몸을 뉘워서인지 아침이 상쾌했습니다. 청량한 공기는 미세먼지 해방구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옛날 구들방에서 자고 난 느낌이라고 남녀불문 이구동성(異口同聲)입니다.

삼방산 둘레길 산책은 다음을 위해 남겨뒀습니다. 녹음과 단풍, 설경(雪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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