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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가 맞는 걸까[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김연수 | 승인 2018.04.26 10:34

[논객닷컴=김연수] 몇 해 전 대입 자기소개서를 스무 번이 넘게 고쳐 썼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선생님께 첨삭을 받아 다시 고쳐 쓰며 숙달된 거짓말쟁이가 되어갔다. 위기를 기회로 얼마나 극적으로 바꾸었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서술했다. 리더십, 협동력 등 일상생활에서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잔뜩 미화시켜서 써 내려갔다. 이렇게 거짓말 가득한 글을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까 싶었지만 당시 그것이 최선이었다. 열심히 고쳐 쓴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 면접을 준비했다.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달달 외우면서 말이다. 나를 소개하는 글을 나조차 제대로 몰라서 종일 외우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unsplash.com

얼마 전 편입을 한 뒤 학교에서 실시한 자기소개서 특강을 들었다. 우선 대입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였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점이 많아 흥미로웠다. <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사님은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들면서 어떤 자기소개서를 써야 뽑힐 수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첫 번째로 지켜야 할 것은 한 문장에는 하나의 사실만 담는다는 것이다. 즉 한 문장에는 하나의 주어와 동사자 존재하며 문장을 길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TV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유명 작가가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한 말이 문제였다. “자기소개서 = concept + story”라는 말이었다. 가장 먼저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 컨셉을 잡아야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이야기를 생각해내라고 했다. 왜냐하면 자기소개서는 비즈니스 문서이자 주장하는 글이며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나를 상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까. 그렇게 써서 내고 합격한다 한들 즐거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한 사람을 완전히 알아가는 일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일할 상대가 누군지 자기소개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쉽게 알아나가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내가 나에 관해 쓴 글인 만큼 좋은 측면만 보여주려 하니 때때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받아들이는 나와 타인이 받아들이는 나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무조건 잘 보이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잔뜩 붙인 문장들이 벌써부터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수없이 자기소개서를 뜯어고치며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게 분명하다. 다만 너무 그런 것에 연연해서 자신의 빛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쓰는 자기소개서가 정말 자기소개서가 맞는 걸까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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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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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18-04-29 16:31:12

    기왕에 여담으로 하나만 더 늘어놓을렵니다.
    저는요, 학력이라 할것도 없는 중졸 아니 중퇴자에유~
    집안 형편이야 그렇다 해도 제가 공부에 치중을 했더라면
    최소한 고등학교 졸업장 정도는 받았을 텐데요
    잠시 헛눈파는 사이 학교를 안가니
    나도 더 이상 공부를 안해도 되는구나
    그런 해방감도 잠시 그때는 몰랐더니
    학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해도 학력이 않좋아서 혹은
    살아오면서 때론 공부를 하지못한 후회가 문득 문득
    마음을 달래려 형들밑에 일찍부터 담배를 배워 더 많이 피게 됐어요.
    이젠 다시 오지않을 공부할때 그때가 좋았시요.   삭제

    • 지나가다 2018-04-29 16:09:24

      그래서 말인데요,저 역시 구세대로 가방끈이 몹시 짧아요
      요즘 대학교도 흔하디 흔한데 등록금은 왜 그리 비싸대요?
      집안사정이 안좋아 학자금 대출로 혹은 부모님 등골빼서라도
      대학졸업장을 받아야겠다는 비장함과 짜투리시간 쪼개고 쪼개서
      알바로 학비를 충당하려는 젊은이들
      공부도 한때 젊음도 한때 희망으로 열심히 뛰는 모습은 보기 좋은데
      막상 비싼 학비 들여 대학졸업장 받고나서리
      취업원서를 내는데 자소서 하나 제대로 기술하지 못해
      인터넷 뒤지고 헤메고 빌빌대는 젊은이들 더러 있다지요?
      아 원래 자소서도 경력따라 유창하게 써지나유?   삭제

      • 지나가다 2018-04-29 15:54:15

        아마 7080세대라면 동감할 것입니다.
        당시 국민학교는 전국이 비슷하게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할 정도로
        학급 당 인원이 적어도 60명 이상 많은곳은 80명에 육박할 정도로
        열악한 교실환경이었습니다. 집에오면 공부가 왠말
        부모님을 도와 가사일이나 어린동생들 돌보기혹은 농사일도 거들었습니다.
        간혹 부잣집 아이들이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수 있었죠.
        중학교 진학률은 절반으로 고등학교는 거기서 또 절반으로
        대학 진학이란 꿈에서나 상상해보는 머나먼 동경의 대상일 뿐
        요즘은 대학이 너무 흔해서 탈이요 많아서 넘쳐서 세상이 말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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