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몇 해 전 대입 자기소개서를 스무 번이 넘게 고쳐 썼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선생님께 첨삭을 받아 다시 고쳐 쓰며 숙달된 거짓말쟁이가 되어갔다. 위기를 기회로 얼마나 극적으로 바꾸었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서술했다. 리더십, 협동력 등 일상생활에서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잔뜩 미화시켜서 써 내려갔다. 이렇게 거짓말 가득한 글을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까 싶었지만 당시 그것이 최선이었다. 열심히 고쳐 쓴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 면접을 준비했다.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달달 외우면서 말이다. 나를 소개하는 글을 나조차 제대로 몰라서 종일 외우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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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편입을 한 뒤 학교에서 실시한 자기소개서 특강을 들었다. 우선 대입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였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점이 많아 흥미로웠다. <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사님은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들면서 어떤 자기소개서를 써야 뽑힐 수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첫 번째로 지켜야 할 것은 한 문장에는 하나의 사실만 담는다는 것이다. 즉 한 문장에는 하나의 주어와 동사자 존재하며 문장을 길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TV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유명 작가가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한 말이 문제였다. “자기소개서 = concept + story”라는 말이었다. 가장 먼저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 컨셉을 잡아야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이야기를 생각해내라고 했다. 왜냐하면 자기소개서는 비즈니스 문서이자 주장하는 글이며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나를 상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까. 그렇게 써서 내고 합격한다 한들 즐거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한 사람을 완전히 알아가는 일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일할 상대가 누군지 자기소개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쉽게 알아나가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내가 나에 관해 쓴 글인 만큼 좋은 측면만 보여주려 하니 때때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받아들이는 나와 타인이 받아들이는 나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무조건 잘 보이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잔뜩 붙인 문장들이 벌써부터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수없이 자기소개서를 뜯어고치며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게 분명하다. 다만 너무 그런 것에 연연해서 자신의 빛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쓰는 자기소개서가 정말 자기소개서가 맞는 걸까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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