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 생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몇 해 전 세계 102개국 4만 명의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1등으로 Mother가 뽑혔다. 어머니, 엄마는 지칭하는 이가 분명하지만 단어에 담긴 의미는 가늠하기 어렵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미(Mommy)는 엄마라는 역할이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아들 스티브와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제대로 보살필 수 없는 디아가 등장한다. 마미는 단순한 가족영화 혹은 평범한 모성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마미’ 스틸컷. 울고 있는 디안을 스티브가 달래주고 있다. ©네이버영화

스티브는 감정을 쉽게 다스리지 못해 정신병원 같은 보호소에서 지내던 중 큰 사고를 치게 된다. 그래서 디아는 스티브를 보호소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스티브와 같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들을 키우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이유로 애초부터 보호소 같은 시설이 만들어지고 아이를 버리거나 아니면 자신의 삶보다는 아이를 위해 헌신하면서 사는 엄마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디아는 아이를 버리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스티브에게 집중하지도 못한다. 엄마라는 역할을 잘 수행해내기에는 그녀가 가진 많은 빚과 좀처럼 통제할 수 없는 아들 스티브가 너무나 버거운 존재이다. 또한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으로 인해 일정한 수입이 없는 디아는 부모라고 부르기엔 무능력하다. 그녀는 경제적인 상황과 때때로 돌변하는 스티브로 인해 스스로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결국 디아는 스티브를 보호소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하고 만다.

디아가 스티브를 다시 돌려보내기 전에 홀로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장면들이 영상을 가득 채운다. 스티브가 지극히 평범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였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기반한 것이다. 보호소가 아니라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상상이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디아에게 크게 실망했다. 스티브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디아 하나뿐이다. 그런데 디아는 스티브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치 결핍으로 가득한 스티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스티브는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디아를 아름답고 예쁘다고 칭찬하고 디아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때 진심을 다해 위로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 스티븐의 엄마가 디아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와 같은 개인적인 감상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모든 아이의 형태는 아이를 키운 부모에게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각자가 살아온 가정환경과 다른 형태의 어머니 밑에서 자란 만큼 마미를 통해 받은 느낌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저 결말이 어떻든 스티브가 잘못된 아이, 불량품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스티브가 우는 엄마를 달래고 진심으로 위로할 줄 아는 면모를 지닌 아이라는 사실은 분명 크게 작용한다. 우리 모두 스티브처럼 한 두 군데쯤은 부족하고 다른 한 부분은 누구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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