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종범에 면세점 청탁 안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답답”

신동빈 롯데 회장이 뇌물죄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롯데 경영 비리 항소심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이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을 육성한다고 나라가 만든 공적 재단을 지원했는데 이렇게 비난받아야 하나”라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제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17일 롯데 경영 비리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신동빈 회장은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과 검찰의 반박을 들은 뒤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순수한 목적으로 케이스포츠 재단 지원을 요청했다고 판단했다”며 “롯데는 제 부족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저도 회장 업무를 반년째 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채용, 투자계획도 확정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할 때 심경을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을 존경한다고 들었다. 그가 저를 나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경영권 분쟁 질책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면세점 면허 재취득을 청탁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스포츠 전반을 도와달라고 했다. 저도 그동안 해왔던 일이기에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결정했다”며 “대통령 말에 따른 것인데 뇌물을 제공했다며 구속되는 건 납득도 안되고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늘 풀어야 할 현안을 갖고 있다. 2016년 상반기엔 경영권 분쟁, 복합쇼핑몰 규제 완화, 가습기 살균제 문제, 롯데홈쇼핑 재승인 등이 현안이었다”며 “면세점은 현안 중 하나에 불과하며 대통령에게 청탁할 정도로 시급하지 않았다. 면세점 탈락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을 포기한 게 아니고 지배력이 약해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 소신도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청년펀드,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협회, 부산 오페라극장, 성주 사드부지 등 많은 사회공헌과 기부를 해왔다”며 “해외에서도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일본 서부 태풍 피해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기업이 국내외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 롯데를 30년 동안 운영하면서 갖게 된 기업관도 피력했다.

그는 “1988년 한국 롯데 입사 후 기업을 키우고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 좋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며 “수십만 근로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작은 이익에 얽매여 법적, 도덕적 문제를 만드는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신 회장은 “일본 아베 총리 등 여러 나라 최고위층과 만났지만 롯데만의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여러 기업의 애로 사항이나 필요한 정책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며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말을 잘하지 못해 2014년까진 외부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지만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롯데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여겨 태도를 바꿨다”며 “그때도 정책 제안이나 경제계 상황을 전달했다. 롯데를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안종범 수첩에 나온 도쿄면세점, 미얀마 음료 사업 현황, 인도네시아 대통령 면담, 우즈베키스탄 가스 화학 투자, 아프리카 진출, 국제스키연맹 부회장 입후보 등은 롯데에서 저밖에 몰랐다”며 “제가 롯데 발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안종범에게 인식시키려고 말한 것이다. 면세점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재판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에 대한 염려도 전했다.

그는 “입장권 구매로 평창 동계올림픽 비인기 종목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스키협회장으로서 일정 부분 뒷받침을 해줘야 했는데 재판을 받고 있어 추가 지원을 못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월드타워면세점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면세점 면허가 취소되면 2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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