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핑계, 대주주 지배력 강화 위한 재계 숙원일 가능성 커”

[NGO 논객]

참여연대가 차등의결권 도입 움직임과 관련,“소수주주권 강화는 커녕, 오히려 주주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혁신기술을 지닌 벤처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차등의결권은 혁신기술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기존 대주주 의결권을 편중적으로 보장하는 차등의결권 도입과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2011년부터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을 위한 의결권 제한 종류주식 발행이 허용돼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기본적 대비책 또한 마련된 상황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혁신적 기업의 등장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신생기업의 생존율 제고·사업 실패 시 재기 도움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창업 의욕이 꺾이지 않게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행위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차등의결권 도입은 소액주주들의 권익 침해, 창업주 전횡에 대한 우려로 투자유치를 어렵게 해 오히려 벤처시장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차등의결권을 비상장 벤처기업에 적용하겠다 하나, 차등의결권 도입 자체가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모색됐던 재계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간 차등의결권 도입을 열렬한 주창한 것은 자유한국당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2018년 8월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비상장 벤처기업이 총주주의 동의가 있는 경우 행사가능 의결권 수가 1주마다 2개 이상~ 10개 이하인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한 이후 2018년 10월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차등의결권 도입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한술 더 떠 자유한국당은 일반 상장기업에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차등의결권주식의 발행에 관해 필요한 각종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는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 요건 등 주요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배 논란을 빚었고, 결과적으로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하게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특례법’의 ‘나쁜’ 선례를 답습할 우려가 크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이사회, 취약한 소수 주주권이 문제로 지적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아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주 평등권을 더욱 침해하는 차등의결권을 굳이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자신들이 발의한 상법 개정에 매진하는 것이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한층 강화시킬 목적으로 거론돼온 차등의결권 도입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도 경영권 유지에 차등의결권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영국과 캐나다, 영국, 핀란드,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이 이미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차등의결권의 도입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빈약한 논거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그 기업자체가 혁신이었기에 성공적으로 성장한 것이지 차등의결권 때문에 혁신적인 기업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이 경영권 유지에 차등의결권을 활용하는 것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또한 2004년 구글, 2012년 페이스북 등이 차등의결권을 유지하면서 상장할 당시, 창업자가 자본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면서도 회사 지배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행태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격렬한 찬반양론이 벌어진 바 있다. 유럽 각 국가 및 캐나다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기업 수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또한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S&P 1500 기업 중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도입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낮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개정된 상법 제344조의3(의결권의 배제·제한에 관한 종류주식)에 의해 발행주식 총수의 1/4까지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사실상의 방어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차등의결권의 부재로 인한 인수합병의 위험보다, 재벌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중소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여연대는 “재벌 대기업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아주 기본적인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및 국정과제 중 어느 곳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라는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중소기업 창업 및 성장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과제를 먼저 구상하고 실행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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