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흐름을 인식하고 동참하려는 뜻으로 들린다.
 
사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소셜네트웍 등 디지털의 위력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국정과 정국을 운영하는데 보수언론에 의존해온 습관이 파탄을 빚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보수언론의 호응을 받거나 비판만 받지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강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소동이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거부하며 주민투표로 끌고 갔을 때 손뼉치며 거든 것은 보수언론이었다. 그들은 불과 수백억원에 불과한 무상급식 때문에 나라의 곳간이 파탄날 것처럼 써댔다. 그리고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나쁜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게는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난도질했다. 보수언론의 그런 ‘후원’을 등에 업고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를 감행했고, 그 결과 그는 자멸하고 말았다.
 
이런 일들은 정권출범초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로 인한 촛불시위나 정부기관의 세종시 이전문제 등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되풀이됐다. 요컨대 보수언론이 이야기하면 정부가 받고, 정부가 받아서 뭔가 제스처를 취하면 보수언론이 다시 확대재생산하는 구도였다. 그것은 악순환이었다.
 
반면 보수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거나 눈감아 주면 아무리 부당한 짓이라도 서슴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이나 비우호적인 연예인과 교수의 방송 퇴출 등에 대해서 보수언론은 언제나 관대했다. 최근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언론은 넓은 ‘아량’을 과시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문제에 대해서 그토록 냉혹했지만 이번 일에는 마음이 무척 넓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이런 일들을 일일이 헤아리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반면 정부와 보수언론의 논리와 논조에 반할 때는 언제나 선동세력, 좌파 또는 종북주의자라고 매도 당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이 후보로 박원순씨 서울시장 후보로 밀겠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좌파연합이라고 비난했고, 선거 하루전날에도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 것을 비롯해 한나라당 고위인사들이 박 후보를 좌파 또는 종북주의자라고 매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이런 편협한 자세를 한결같이 고수해 왔다. 그러니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소통이 될 리가 없다. 조금만 눈에 벗어나면 좌파 또는 종북주의자로 매도되는데 어찌 건전한 대화와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
 
국정과 정국운영을 이렇게 보수언론에 의존하는데 나름대로 근거는 있다. 보수언론으로 꼽히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발행부수가 제법 많다. 이들과 친하게 지내면 정부 정책이 잘 통하고 선거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곧 출범할 종합편성채널도 마찬가지 논리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채널들이 만들어지면 정부와 이들 보수언론의 유착관계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종편에게는 광고 직접영업을 허용하는 등 특혜까지 줄 태세다. 그러면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이들 보수언론이 우호적으로 보도해 주고, 그 결과 정권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런 기대는 사실 오판임이 이번 선거결과 드러났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보수언론의 엄호를 받으며 여러 가지 일을 마음대로 요리했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여 민심은 나날이 악화됐다. 이번 선거결과는 바로 그렇게 악화된 민심이 표출된 결과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만 그런 일을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해 오다가 이번에 대가를 치른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이 아무리 사실을 왜곡해도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웍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진실이 전달된다. 보수언론이 쓰지 않더라도 모든 국민이 진실을 다 알게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를테면 내곡동 사저에 대해 보수언론이 감싸고 침묵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4대강의 효과에 대해서 보수언론이 칭송한다고 해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얼마든지 일반시민에 전달된다.
 
이렇게 소통된 진실이 진짜 여론을 형성한다. 일부 보수신문이 주도하던 여론이란 더 이상 없게 됐다. 그러므로 보수언론과 유착하고 보수언론에 의존하던 방식은 이제 쓸모없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는 지금 이런 진실을 제대로 보려는 용기가 우선 필요하다. 보수언론 의존체질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것이 변신의 첫걸음 아닐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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